▲지난 27일 종영한 SBS <청담동 앨리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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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청담동 며느리가 되기 위해 캔디인 척 위장해야 했던 SBS <청담동 앨리스> 한세경(문근영 분)이 보여준 거짓말은 SBS <야왕>, KBS <내 딸 서영이>의 캔디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래도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이보영 분)는 애초 재벌과의 결혼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아버지의 정체를 속일 수밖에 없었던 남다른 속사정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야왕>의 주다해(수애 분)는 재벌3세와 결혼을 위해 자신에게 그토록 헌신적인 하류(권상우 분)을 의도적으로 차갑게 외면할 정도로 지독한 악녀 본성을 보여준다.
90년대 말까지 예쁘고 착하기만 했던 캔디들이 자신들의 신분 상승 욕구를 위해 자신의 정체까지 숨기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치밀함까지 갖춘 배경에는, 스스로 자신의 앞날을 개척할 수 있는 여성들의 능동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도 보인다.
이전과 다르게 입궐에 성공한 신데렐라들의 좌절과 탈출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이상한 나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앨리스와 다르게, <청담동 앨리스>의 세경이 보여준 결말은 청담동 원주민 차승조(박시후 분)과 함께 지긋지긋한 청담동 꿈나라 여행을 계속한다는 암시였다. 반면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는 3년간 재벌가 며느리로, 부잣집 도련님 우재(이상윤 분)의 아내로 충실했던 '노라의 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살겠노라고 선언한다.
보수적인 홈 드라마 특성상 서영이와 우재가 다시 재결합한다는 결말도 배제할 수 없으나, 지난 3년간 우재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서영의 고백은, 부잣집으로 시집가 행복하게 살 줄 알았던 캔디의 쓸쓸한 자조가 묻어나기까지 한다. 스스로 청담동 며느리를 박차고 나오는 <청담동 앨리스>의 서윤주(소이현 분)의 선택도, 힘들게 얻은 왕자 비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을 과거의 신데렐라에서 한층 친화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캐릭터만 달라졌을 뿐, 예나 지금이나 운 좋게 재벌가에 입성할 기회를 부여받은 캔디가 끝내 왕자님의 간택을 받는다는 성공 신화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판타지다. 특히나 2013년도처럼 계층 간 이동이 더 어려워진 시대에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 잠시나마 신분 상승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사치로 보여질 정도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여권이 신장하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있다 하더라도, 재력가 남자의 도움을 받아 신분상승에 성공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단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과 부모가 물러준 부에 따라 자식들의 미래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현실에 맞춰 신데렐라를 꿈꾸는 캔디들도 더 독해졌을 뿐이다.
계층 고착화가 날로 심해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조차 날로 꿈꾸기 어려운 시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담동 '취집'을 꿈꾸다가 산전수전 다 겪는 독한 캔디들의 고군분투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그래 봤자, 여전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신데렐라 성공 판타지의 또 다른 변주곡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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