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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검지 못한 '청앨'…진정한 앨리스는 서윤주였다

[드라마리뷰] '청담동 앨리스' 마지막회가 우리에게 남긴 것

13.01.28 09:47최종업데이트13.01.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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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SBS

차승조(박시후 분)와 한세경(문근영 분)이 서로의 사랑을 증명해낸 방법은 백 마디 말도, '1조 21억 원'도 아닌 단 한 번의 키스신이었다. 그렇게 청담동 입성을 꿈꾸던 '앨리스'는 앨리스를 연기해낸 신데렐라가 되었다. 드라마는 애써 '앞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여지를 남겨 두었지만, 우리는 안다. SBS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김진희, 연출 조수원·신승우)의 결론은 '그래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것을.

'현실' 말하던 드라마,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다

초반 <청담동 앨리스>는 그간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사용되었던 '돈이 많지만 가슴 속 아픔을 간직한 남자주인공'과 '돈은 없지만 밝고 긍정적인 여자주인공'의 전형을 그대로 빌려 오면서 이를 교묘히 비틀어 주목을 받았다. 한세경이 돈 때문에 소인찬(남궁민 분)과의 사랑도, 자신의 능력도 인정받지 못하며 얻은 처절함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동인이 됐다. '내가 입은 것, 걸친 것이 안목이 된다'는 그의 일갈은 설득력이 있었고, 그래서 '캔디를 연기해야 하는 캔디'라는 설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현실을 직시하겠다'던 드라마는 한세경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시계 토끼를 찾고, 그 시계 토끼가 알고 보니 욕망을 이뤄줄 대상이라는 것을 그가 알고 난 후 다시 현실을 벗어나 꿈으로 향했고, 마침내 갈 길을 잃었다. 그렇게 드라마는 그토록 비틀고자 했던 신데렐라 드라마의 흐름을 답습했다. "캔디 한세경이든 변한 한세경이든 상관없다"는 차승조의 말처럼, 드라마 역시 '아무래도 상관없이' 처지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사랑 이루기에만 급급해진 것이다.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SBS

그리고 마지막회에 가서야 한세경의 입을 빌려 '현실과 꿈 사이에서 눈을 반쯤 뜨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그러나 이 메시지가 진정 제작진이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거니와, 이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드라마의 만듦새가 너무 성겼다. 제작진이 본래 하고자 했던 말보다 한세경-차승조 커플의 밀당 과정을 그려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탓이다.

그나마 서윤주(소이현 분)의 캐릭터는 <청담동 앨리스>의 의미를 더했다. 결국 화려하지만 지탱하기 힘든 세계를 박차고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기 시작한 인물은 서윤주였기 때문이다. 앨리스와 신데렐라의 경계에서 그 어느 쪽으로도 향하지 못한 한세경에 비해, 꿈에서 깨고 현실에 눈을 뜬 진정한 의미의 '청담동 앨리스'는 서윤주였다. 또한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이 현실적 욕망을 드러내고, 이를 남자주인공이 이해하려는 데서 드라마가 결말을 맺었다는 것 또한 <청담동 앨리스>만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청담동 앨리스>가 재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마치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헤맸던 앨리스처럼, 처음 제작진이 제시했던 청사진과 실제 결과물이 달랐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고 그런 신데렐라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려 했으면서도, 드라마 속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아야 한다는 일종의 환상 때문에 확고한 주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극 중 한세경을 다잡았던 서윤주의 말처럼, "검어지려면 철저히 검어져야" 했다.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SBS

마지막으로, 소소하게 궁금한 것이 있다. 채식주의자라던 타미홍(김지석 분)이 갑자기 먹음직스러운 고기패티가 든 수제버거를 앞에 두고 한세경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 것은 왜일까. 타미홍이 자신의 신념까지 버릴 정도로 한세경을 향한 순애보를 간직했던 걸까, 한세경이 두 사람 몫을 먹을 정도로 대식가인 걸까, 알고 보면 타미홍의 수제버거만 콩고기로 만들어진 걸까, 그것도 아니면 드라마 속 설정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가 빚어낸 '옥에 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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