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평범한 신데렐라 드라마였을까? 한세경은 자신이 가진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해피엔딩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SBS
입사를 위해 차승조의 피앙세였던 인연을 이용하는 장면은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이 세상이 어차피 이런 거야. 난 이제 순진하게 살진 않겠어'라는, 눈을 반쯤 감은 한세경의 선전포고였을까? 물론 이것은 이력서에 써넣을 수 있는 치열한 삶의 기록보다는 배경 한 줄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씁쓸한 현실을 잘 그려낸 장면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상이 정한 가치판단 기준에 조금씩 자신을 맞춰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눈을 가늘게 뜬 채, 반쯤은 믿고 또 반쯤은 그러지 않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교훈이라니. 차라리 세상이 선과 악으로 나뉘고, 최대한 선을 지키며 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채 끝내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것이 더 드라마답기는 하니까.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니. 이건 좀 서글프다.
'상대적 가치'에 휘둘리는 세상에서는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 학벌, 지위, 성별, 재산 등에 따른 차별이 넘치는 사회가 그렇다. 그에 비해 '절대적 가치', 즉 정의, 평등, 우애, 사랑 등 무형의 가치들은 폄하되거나 왜곡될 수는 있어도 사라지거나 그 의미가 스러지지 않는다. 한세경은 '세상이 정한 가치'에 너무 휘둘린 게 아니었을까. 차승조의 오만을 말하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은 없을까.
시청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려 했다면 <청담동 앨리스>는 성공한 드라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담을 수 없으니 은유보다는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려 한 점도 이해한다. 긴 회차에 걸쳐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는 주말드라마도 아니니까.
그러나 조금은 아쉽다. 다른 신데렐라 드라마와 달라 보이려 노력했지만 결국은 다름없었던 한 편의 동화. 신데렐라는 서윤주(소이현 분)와 타미홍(김기석 분)의 신발을 벗긴 채 청담동 입성에 성공했다. 현실성 없는 드라마의 결말이 주는 황당함보다 현실에 물들어가는 여주인공을 바라보는 게 더욱 쓰라리다. 비록 두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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