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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앨' 한세경의 청담동 입성기, 과연 성공한 것일까

[드라마리뷰] 현실 잘 그려낸 해피엔딩에도 가슴 허전한 이유는

13.01.28 09:56최종업데이트13.01.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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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세경의 통장에는 그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것이지만 결국 한세경의 청담동 입성을 돕는 도구가 된다.
한세경의 통장에는 그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것이지만 결국 한세경의 청담동 입성을 돕는 도구가 된다. SBS

SBS <청담동 앨리스>에서 한세경(문근영 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는 자신의 처지에 극도의 절망을 느낀다. 그러면서 신분 상승의 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차승조(박시후 분)에게 그가 애초에 모든 면에서 남들과 시작부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떤 노력으로도 얻지 못하는 것이 이 세상엔 많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과연 한세경이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일까? 그의 가족관계를 생각해 보자. 그의 아버지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는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오랜 기간 운영해 오던 제과점을 접어야 했지만, 유형무형의 '결핍'을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상황을 제외하면 가족 간의 유대관계도 크게 흠잡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세경이 단지 집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세상의 운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연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가족의 성실함과 유대감 등을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한세경 스스로 형편없다 생각하는 처지가 그보다 더 뒤처진 어떤 이들에게는 꿈꿔보지도 못할 것일 수도 있다.

한세경은 '돈만 가진' 사람들보다 자신이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여러 가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안목은 형편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스펙은 훌륭하다. 그는 과연 그렇게 되기까지 온전히 자신의 노력만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차승조에게 눈물로 호소했듯 말이다.

현실을 잘 그려낸 결말, 행복한 엔딩에도 가슴 허전한 이유

 이 드라마는 평범한 신데렐라 드라마였을까? 한세경은 자신이 가진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해피엔딩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신데렐라 드라마였을까? 한세경은 자신이 가진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해피엔딩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SBS

입사를 위해 차승조의 피앙세였던 인연을 이용하는 장면은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이 세상이 어차피 이런 거야. 난 이제 순진하게 살진 않겠어'라는, 눈을 반쯤 감은 한세경의 선전포고였을까? 물론 이것은 이력서에 써넣을 수 있는 치열한 삶의 기록보다는 배경 한 줄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씁쓸한 현실을 잘 그려낸 장면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상이 정한 가치판단 기준에 조금씩 자신을 맞춰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눈을 가늘게 뜬 채, 반쯤은 믿고 또 반쯤은 그러지 않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교훈이라니. 차라리 세상이 선과 악으로 나뉘고, 최대한 선을 지키며 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채 끝내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것이 더 드라마답기는 하니까.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니. 이건 좀 서글프다.

'상대적 가치'에 휘둘리는 세상에서는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 학벌, 지위, 성별, 재산 등에 따른 차별이 넘치는 사회가 그렇다. 그에 비해 '절대적 가치', 즉 정의, 평등, 우애, 사랑 등 무형의 가치들은 폄하되거나 왜곡될 수는 있어도 사라지거나 그 의미가 스러지지 않는다. 한세경은 '세상이 정한 가치'에 너무 휘둘린 게 아니었을까. 차승조의 오만을 말하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은 없을까.

시청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려 했다면 <청담동 앨리스>는 성공한 드라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담을 수 없으니 은유보다는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려 한 점도 이해한다. 긴 회차에 걸쳐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는 주말드라마도 아니니까.

그러나 조금은 아쉽다. 다른 신데렐라 드라마와 달라 보이려 노력했지만 결국은 다름없었던 한 편의 동화. 신데렐라는 서윤주(소이현 분)와 타미홍(김기석 분)의 신발을 벗긴 채 청담동 입성에 성공했다. 현실성 없는 드라마의 결말이 주는 황당함보다 현실에 물들어가는 여주인공을 바라보는 게 더욱 쓰라리다. 비록 두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했을지라도.

SBS 청담동 앨리스 한세경 차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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