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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청담동 앨리스'가 남긴 것

[드라마리뷰] 적나라한 욕망 속 뻔한 '로코' 공식 깼다

13.01.28 10:29최종업데이트13.01.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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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SBS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가난한 집 여자와 있는 집 남자가 로맨스를 꽃피울 때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사랑의 '달달함'을 강조해야지, 현실의 '팍팍함'을 결코 내비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있는 집과 없는 집의 남녀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세상 그 어떤 역경도 모두 이길 듯한 사랑의 달달함으로 포장해야지 없는 집의 설움을 날 것 그대로 노출해서는 곤란하다. '당의정'은 입히되 쓴 부분은 각본이나 연출에서 도려내고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했다.

그런데 SBS <청담동 앨리스>는 의외의 전략을 선택했다. 현실의 쓴 부분을 덜어내지 않고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전략, 즉 신분의 격차를 노골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기존 로코에서 남녀 사이의 돈이 많고 없음에 관한 신분은 거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로코에서는 흔적기관으로만 남아야 하는 '삼포 세대', 혹은 '88만 원 세대'의 설움을 흔적기관 이상으로 드러낸다.

한세경(문근영 분)이 불어를 아무리 잘해도 유학 경험이 없어서, 공모전 수상 경력이 있고 좋은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도 취업한다는 건 바늘귀로 낙타가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상위 신분으로 진입하려고 하지만 스펙이라는 유리 천장에 막힌 우리네 젊음의 아픔을 첫 회에서 노골화했다. 졸업한 지 3년 만에 취직한 곳에서도 계약직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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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지만, 보고 배운 안목이 구리니 구린 디자인밖에 나올 수 없다는 건 계급이 신분을 규정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어려서부터 부잣집에서 살면서 안목 있고 우아한 디자인을 체득해야만 성인이 되어 우아한 디자인을 할 수 있지, 부잣집 출신이 아니면서 미려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무산 계급에서는 결코 유산 계급의 디자인을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첫 회부터 신분과 계급의 차이를 노골화한다는 건 <청담동 앨리스>의 한세경이 캔디형 스타일의 자수성가형 캐릭터로는 도저히 청담동에 입성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한세경은 결심한다. 청담동 입성을 위해서라면 남자친구에게도 스펙이 필요하다는 것을.

캔디형 스토리가 될 뻔한 이야기가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전형성을 가지게 되는 지점은 한세경이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청담동 입성이 철옹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부르주아 계급의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한세경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신분 상승의 욕망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서 로코라면 응당 지워야 할 흔적인, 한세경의 신분 상승을 향한 '남자 잘 만나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삼포 세대의 비참함이라는 현실의 각인과 여주인공의 남자 잘 만나기 프로젝트라는 두 궤적이 맞물리면서 <청담동 앨리스>는 특이한 신데렐라 이야기로 방향을 튼다. 부잣집 남자와의 로맨스라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계층의 현실과 신분 상승을 향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담긴다.

예비 시아버지를 아군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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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특이한 건 청담동 입성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한세경과 그녀를 사랑하는 차승조(박시후 분)의 시각차다. 차승조는 사랑밖에 모르는 이상주의자다. 과거 서윤주(소이현 분)와 사귈 때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정도로 사랑 지상주의자이기도 하다. 앨리스의 꿈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반면에 한세경은 청담동 입성을 위해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에게 다가서는 현실주의자다. 만일 차승조가 진짜 가난한 비서였더라도 한세경이 사랑했을까? 남자는 부유한 신분을 감추고 여자에게 접근했지만 여자는 반대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이전에, 남자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를 먼저 따진다. 이 부분에서 한세경의 사랑은 서윤주의 사랑과 별반 다를 점이 없다.

그러나 <청담동 앨리스>는 한세경을 일방적인 된장녀로 몰아가지만은 않는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신데렐라로 묘사한다. 차승조와 그의 아버지 차일남(한진희 분)은 개와 고양이처럼 사이가 좋지 않다. 만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인 아버지와 아들의 적개심을 녹이는 인물은 바로 예비 며느리 한세경이다.

잠든 아버지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차승조의 모습은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를 보여준다. 한세경은 차승조에게 일방적으로 받는 아가씨가 아니었다. 아들이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할 수 있기까지엔 한세경의 몫이 지대했다. 한세경이 아니라면 물과 기름 같은 이들 부자의 화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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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조는 스스로 잘나서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합리화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차승조는 잘난 아버지를 둔 '덕'을 잊고 있었다. 차승조의 그림을 비싼 값에 산 사람이 아버지라는 건, 차승조의 성공은 일정 부분 아버지에게 빚을 진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지만 빚을 지는 건 차승조뿐만이 아니다. 한세경이 차승조와 이별한 후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볼 때 그녀의 스펙만으로는 B등급, 혹은 D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면접에서 낙방할 등급이다. 그러나 한세경이 취업한 건 아르테미스 회장의 피앙세라는 사실 덕이다.

여기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발견할 수 있다. 차승조와 차일남 부자의 화해 뒤에는 한세경의 공이 숨어 있다. 아들에게 급박한 일이 닥칠 경우 제일 먼저 차일남이 전화하는 대상은 아들이 사랑했던 여자인 한세경일 정도로 차일남은 한세경에게 의지했다. 차승조의 성공 뒤에는 아버지 차일남의 배경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세경이 취업에 성공하는 데에는 차승조의 피앙세였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드라마 속 차일남과 차승조, 한세경의 관계는 물고 물리는 뫼비우스의 띠로 연결되어 있다. 한세경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여자만 일방적으로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받으면서도 예비 시아버지에게 호혜를 베푸는 '주고받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청담동 앨리스 박시후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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