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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쌔신>…역사는 '사다리 타기' 게임이다

[리뷰]미국적 정서 깃든 작품, 우리 역사의 질곡에 대입될 부분 많아

13.01.27 16:02최종업데이트13.01.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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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은 2004년 토니 어워즈의 베스트 디렉터상, 남우 주연상 등 5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뮤지컬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 데스크상 4개 부문을 비록해 많은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브로드웨이 최고의 작곡가라 불리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황정민의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지극히 미국적 정서가 깃든 작품이지만, 중간 중간 우리 식의 풍자와 대사를 곁들여 감칠맛을 더했다.

<어쌔신> 공식 포스터
<어쌔신>공식 포스터'어쌔신' 공식 홈페이지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 괴리 느끼게 하는 암살 이유들

불이 꺼지고 서서히 막이 오른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관객들은 소스라친다. 그 사연이 무엇이건, 총의 종류가 무엇이건 그 소리는 고막을 울리고 심장을 고동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고꾸라지고 때론 빗나가는 사연들은 관객들의 한숨과 웃음을 유도한다. 그러나 그 총알 하나하나는 사다리게임의 갈림길이 되어 역사를 바꾸었다.

미국에서 대통령 암살의 역사는 길고 깊다. 뮤지컬 <어쌔신>은 단어 그대로 암살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의 역사상 있었던 9번의 암살, 혹은 미수에 그친 사건들을 시공간을 초월해 보여주고 있다. 1865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시작으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사건까지, 대통령을 쏴야만 했던 자들이 말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그것은 어떤 이들에겐 절박한 것이기도, 때론 어처구니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신흥 종교의 신봉자도 있었고, '선배 암살자'를 롤모델로 삼아 연구하며 살아 온 사람도 있었다. 또한 한 여배우의 전화 한 통을 받기 위해, 직장에서 해고된 울분을 참지 못해,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에게 존재감을 내보이기 위해 등등, 암살자들의 사연은 지극히 표피적이고 개인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다. 사실은 경제대공황, 극빈, 이민자의 애환, 무정부주의 신봉 등, 대부분 격변하는 사회 현상 속에서 괴리되고, 집단에서 유리된 사람들의 울분이 최고 권력자를 향하게 된 것. 대통령이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며, 아들인 것은 중요치 않다. 평판이 훌륭한 대통령이건, 악명을 떨치던 사람이건, 날아온 총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암살자들의 총알이 날아든 순간, 미국 역사의 수레바퀴는 삐걱대며 방향이 바뀌기도 했다. 개인들의 분노의 표출이 그토록 영향력을 행사하다니! 한 개인의 총알에 또 한 개인이 쓰러진 것이라면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최고 권력자라면?. 모래알갱이 같은 자그마한 개인의 분노가 일으킨 사건으로도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역사는 인간의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우치는 일은 새삼 흥미롭다.

<어쌔신> 미국 역사상 있었던 아홉 차례의 대통령 암살사건의 범인들의 모습. 이들중에는 범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어쌔신>미국 역사상 있었던 아홉 차례의 대통령 암살사건의 범인들의 모습. 이들중에는 범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어쌔신>공식 홈페이지

그들의 것만이 아닌 이야기, 관객들의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그 무엇

2013년 1월, 새해 벽두다. 정초부터 남의 나라 대통령 암살기를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암살범들을 코믹하게, 혹은 비장하게 연기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가슴을 울린다. 또한 미국적 정서가 가득한 암살동기와 이국적 배경을 하고 있는 뮤지컬이지만 그들과 그 상황에 공감하기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존 F 케네디는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라고 말했다. 역사가 결코 객관적 사실만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쩐지 서글프다. 극 중 "별 것 없는 사람을 암살해 위인을 만들었어!"라는 한 배우의 외침은 링컨을 암살한 사람에 대한 원망이었다. 링컨, 그가 누구인가. 노예해방을 이끌었다는 위대한 업적으로 우리의 위인전에도 꼬박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가. 죽음이 신화를 만드는 것은 비단 영화배우나 가수 등에 국한 된 것만은 아닌 것이다.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굽이굽이 방향이 바뀌어 내려오는 것, 역사는 그렇게 사다리타기 게임을 하듯 만들어져 왔다. 암살행위 같이 드러난 행태도 있지만, 잘 알려졌거나 그렇지 않은, 혹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 또한 역사를 계속 바꾸며 굽이쳐왔다. 질곡을 가진 역사라 하면 우리의 것 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

뮤지컬이 끝났다. 무대에 선 배우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편의 뮤지컬은 그렇게 끝났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또 그렇게 마디마디, 순간순간 사건과 사고들을 겪으며 굴러갈 것이다. 벌칙에 걸리지 않는 게임, 성공적 사다리타기의 역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또 얼마나 될까. 극장을 나서는 발길이 무거웠다.

어쌔신 뮤지컬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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