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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담긴 이 영화, 먹먹하네

[리뷰] 영화 <아무르>, 삶의 끝에서 사랑을 다룬 영화

13.01.26 16:17최종업데이트13.01.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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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무르>의 포스터.
영화 <아무르>의 포스터.티캐스트

*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무르(amour).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다. 지난 12월 19일 개봉했던 영화 <아무르>는 한달 만에 5만 관객을 기록하며 관객들 사이에서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아무르>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노년의 부부인 '조르주'와 '안느'는 프랑스에서 음악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중산층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평생을 함께 사랑하며 살아온 두 사람은, 결혼한 딸과 손주들도 무럭무럭 커간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며 사랑하고 지내온 두 사람의 행복하던 삶은 어느날 안느가 혈관질환을 앓게 되면서 점차 달라지게 된다. 신체의 오른쪽이 마비된 아내 안느, 그리고 그녀를 돌보는 남편 조르주의 하루하루는 점점 더 힘겨워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병은 깊어지고, 이에 힘겨워하는 아내를 지켜봐야만 하는 남편의 이야기.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노년의 사랑, 그리고 어느날 찾아온 비극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티캐스트

처음 안느가 병으로 몸이 불편해지자, 가장 먼저 이를 불쾌해한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었다. 평생을 음악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살아온 삶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전처럼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없다. 걷거나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남편의 도움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자 곧 주위 사람들의 걱정스러워 하는 눈빛이 그녀에게로 쏟아진다. 나이가 많은데다 반신마비가 되었음에 안느의 딸과 사위, 오래된 제자와 이웃들은 그녀를 걱정하고 동정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여자였던 안느는 오히려 그들의 관심마저도 불편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남편인 조르주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함께한 삶의 동반자가 어느날 갑자기 몸이 불편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그녀가 심신 양면에서 무척 힘겨워하는 모습, 몸을 가눌 수 없는 그녀의 병수발을 해야하는 의무감, 그리고 조르주는 이 힘든 상황을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서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한다.

날이 갈수록 안느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고, 의사들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그녀가 늙으면서 신체가 망가진 것이기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병이 깊어지는 아내, 그녀를 돌보다가 지쳐가는 남편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
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티캐스트

"내 삶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죽여달라"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을 자다가 침대를 소변으로 적시게 되자 안느는 남편인 조르주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존심도 상처입고 삶을 누리기에 몸이 너무나 불편해진 자신의 삶을 비관한 아내의 말을 듣고, 조르주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당신이 그런 생각을 했을거냐"며 반박한다.

하지만 병수발이 길어지고, 안느의 병이 깊어짐에 따라 그녀가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조르주의 슬픔도 깊어진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며 아내를 돌보던 그의 마음에도 점차 절망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수술을 받은 뒤, 부부의 집에 날아들어온 비둘기. 조르주는 처음에 비둘기를 그저 귀찮다는 듯이 창문으로 내쫓아버린다. 그리고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고 그녀를 포기하게 될 즈음, 다시 비둘기가 그들의 집안으로 날아들자 손으로 잡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다시 놓아준다.

두 장면에서 비둘기가 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있어서 불청객과도 같은, 하지만 모두의 삶에 결국 찾아오고야 마는 '늙고 병듦'일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당시에는 희망을 갖고 그녀를 사랑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다가, 끝내 그녀가 회복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조르주. 이는 그가 비둘기에게 보여준 행동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 모두의 삶과 닮아있는 이 영화, 먹먹하다

영화는 마치 실제로 부부인 두 인물의 생활을 촬영한 것으로 관객들이 착각할만큼 사실적이다. 노년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매우 뛰어나며, 카메라는 이들의 움직임처럼 천천히 따라움직이며 그들의 조용하고 차분한 일상을 묵묵하게 비추고 있다. 다른 효과음도 없으며,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발소리 만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들려올 뿐이다.

이 영화, 보고나면 매우 먹먹하다. 끝내 조르주가 선택한 아내의 죽음도 그렇지만, 그가 문을 열고 나간 바깥에는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대하며 삶을 살아가지만,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 더 적막하고 슬픈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아무르>가 끝나고 자막이 나오는 순간, 아무런 음악도 없이 시커먼 화면에 무미건조하게 글씨들만이 힘겹게 스크린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다양한 면에서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르>를 사람들에게 추천해야 할지는 망설여진다. 영화는 사실적이기에 매력을 드러내고 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사랑'이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겪어보지 못할 신파극의 슬픔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데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언젠가 직접 겪어보게 될지도 모를 슬픈 상황에는 정작 그렇지 못한 것은 아닐까. 영화 <아무르>는 그런 우리들에게 누구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사랑, 그리고 현실적인 삶을 보다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변해가는 삶, 당신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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