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르>의 한 장면.
티캐스트
"내 삶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죽여달라"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을 자다가 침대를 소변으로 적시게 되자 안느는 남편인 조르주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존심도 상처입고 삶을 누리기에 몸이 너무나 불편해진 자신의 삶을 비관한 아내의 말을 듣고, 조르주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당신이 그런 생각을 했을거냐"며 반박한다.
하지만 병수발이 길어지고, 안느의 병이 깊어짐에 따라 그녀가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조르주의 슬픔도 깊어진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며 아내를 돌보던 그의 마음에도 점차 절망이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수술을 받은 뒤, 부부의 집에 날아들어온 비둘기. 조르주는 처음에 비둘기를 그저 귀찮다는 듯이 창문으로 내쫓아버린다. 그리고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고 그녀를 포기하게 될 즈음, 다시 비둘기가 그들의 집안으로 날아들자 손으로 잡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다시 놓아준다.
두 장면에서 비둘기가 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있어서 불청객과도 같은, 하지만 모두의 삶에 결국 찾아오고야 마는 '늙고 병듦'일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당시에는 희망을 갖고 그녀를 사랑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다가, 끝내 그녀가 회복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조르주. 이는 그가 비둘기에게 보여준 행동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 모두의 삶과 닮아있는 이 영화, 먹먹하다영화는 마치 실제로 부부인 두 인물의 생활을 촬영한 것으로 관객들이 착각할만큼 사실적이다. 노년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매우 뛰어나며, 카메라는 이들의 움직임처럼 천천히 따라움직이며 그들의 조용하고 차분한 일상을 묵묵하게 비추고 있다. 다른 효과음도 없으며,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발소리 만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들려올 뿐이다.
이 영화, 보고나면 매우 먹먹하다. 끝내 조르주가 선택한 아내의 죽음도 그렇지만, 그가 문을 열고 나간 바깥에는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대하며 삶을 살아가지만,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 더 적막하고 슬픈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아무르>가 끝나고 자막이 나오는 순간, 아무런 음악도 없이 시커먼 화면에 무미건조하게 글씨들만이 힘겹게 스크린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다양한 면에서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르>를 사람들에게 추천해야 할지는 망설여진다. 영화는 사실적이기에 매력을 드러내고 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사랑'이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겪어보지 못할 신파극의 슬픔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데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언젠가 직접 겪어보게 될지도 모를 슬픈 상황에는 정작 그렇지 못한 것은 아닐까. 영화 <아무르>는 그런 우리들에게 누구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사랑, 그리고 현실적인 삶을 보다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변해가는 삶, 당신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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