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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영과 퀸즈파크, 왜 서로를 선택했을까

13.01.25 08:57최종업데이트13.01.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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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윤석영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윤석영의 소속팀인 전남 드래곤즈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윤석영이 잉글랜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한다. 정식 계약은 퀸즈파크가 실시하는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체결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이적료 및 연봉 등은 양 구단의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퀸즈파크 레인저스는 박지성의 현 소속팀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다. 윤석영은 박지성, 이영표(전 토트넘), 설기현(전 풀럼), 이동국(전 미들즈브러), 김두현(전 웨스트브로미치), 조원희(전 위건),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지동원(전 선덜랜드), 박주영(전 아스널), 기성용(스완지시티)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11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곧장 직행한 것으로만 따지면 이동국-이청용-지동원에 이어 4번째다.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수 포지션의 선수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것은 이영표에 이어 두 번째다. 윤석영의 합류로 박지성-기성용과 함께 모두 3명의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를 누비게 되었고, 2부리그에 있는 이청용과 김보경을 더하면 영국에서 뛰는 선수만 무려 5명에 달한다.

또한 윤석영과 박지성이 한솥밥을 먹게 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태극전사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사상 처음이 된다. 박지성도 유럽 무대에서 한국인 동료와 함께 활약하는 것은 이영표와 함께했던 PSV 아인트호벤 시절 이후 무려 8년만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영 역시 당시 이영표와 마찬가지로 왼쪽 풀백 포지션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박지성-이영표, 기성용-차두리(스코틀랜드 셀틱)처럼 한국인 듀오들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는 장면을 기대할 만하다.

퀸즈파크, 왜 윤석영을 선택했나

퀸즈파크는 왜 윤석영을 선택했을까. 역시 수비라인 보강의 필요성 때문이다. 1부리그 잔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퀸즈파크는 최근 수비진의 전력누수로 인하여 다급한 상황이다. 센터백 라이언 넬슨(은퇴) 이후 미국 프로축구 토론토 FC 감독으로 취임하며 1월을 끝으로 퀸즈파크를 떠난다. 또다른 수비수 안톤 퍼디난드도 터키 리그 팀 부르사스포르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다. 측면 수비수 조세 보싱와는 출전시간에 불만을 품고 래드냅 감독에 항명하다가 전력외 선수로 분류되어 있다. 중앙과 좌우 모두 수비진이 양적-질적으로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퀸즈파크에서 현재 윤석영의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 수비를 맡을 수 있는 선수는 파비우와 아르망 트라오레 정도다. 파비우는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기복이 심하고 어차피 임대 신분이라 올 시즌이 끝나면 맨유로 돌아가야한다. 트라오레는 부상 경력이 많은데다 잦은 실수로 수비 뒷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래드냅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최근 경기에서는 센터백인 클린트 힐이나 탈 벤 하임을 왼쪽 측면으로 돌린 경우도 있다. 윤석영이 당장 올 시즌부터 충분히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해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윤석영은 22세의 유망주로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통해 병역혜택까지 받았고, 8강전에서는 프리미어 리거들이 주축이 된 영국 단일팀을 상대로 빼어난 수비력과 오버래핑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A대표팀에서도 현재 주전 왼쪽 풀백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퀸즈파크로서는 올 시즌 측면수비 보강을 위한 즉시전력감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파비우와 트라오레를 대체하며 팀의 붙박이 왼쪽 수비자원으로서 윤석영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마케팅을 위한 포석도 배제할 수 없다. 퀸즈파크의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항공사 에어 아시아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지난 여름 박지성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기량과 함께 마케팅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윤석영도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다른 구단에 비하여 충분한 기회를 얻기에 유리한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윤석영은 왜 퀸즈파크를 선택했을까

그렇다면 윤석영은 왜 퀸즈파크를 선택했을까. 윤석영은 런던올림픽 직후 해외 클럽으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고, 최근에는 풀럼 이적설이 유력하게 나돌았지만, 결국 최종 목적지는 퀸즈파크였다. 역시 충분한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과, 같은 한국인 선배인 박지성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 직행하여 곧장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다. 지동원의 사례에서 보듯 특히 검증이 덜 된 어린 선수일수록 자국 유망주들에 비하여 기회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창 시즌 중인 겨울 이적시장을 통하여 영입되었다는 것은 곧 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즉시전력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인 QPR는 강등권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한가하게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검증안 된 유망주를 영입할 상황이 아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퀸즈파크가 윤석영에게 주전급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낯선 타지에서 처음 외국인 선수 신분에 적응해야 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언어와 정서가 통하는 동료 선수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박지성이 네덜란드에 진출했을 때 이영표가 있었고, 기성용이 스코틀랜드에서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차두리의 가세가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었다. 박지성은 유럽진출을 꿈꾸는 한국인 선수들에게 롤모델이다. 윤석영에게 박지성같은 대선배와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또한 퀸즈파크 이적 후 부상과 부진한 활약으로 주장 완장까지 박탈당하며 심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박지성에게도 '도우미' 윤석영의 가세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현재 퀸즈파크는 2부리그 강등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서는 기적에 가까운 이변이 필요하다. 윤석영으로서는 반년 뒤 팀과 함께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이것은  윤석영이 초반에 래드냅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할 경우, 리그 적응을 오래 기다려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래드냅 감독은 한번 선수파악이 끝나고 나면 좀처럼 선수기용과 전술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성향의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팀이 1부 잔류에 실패할 경우, 현 감독이 교체되고 새로운 감독이 와서 기존 사령탑이 영입한 선수단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노리고 있는 윤석영으로서는 올해 소속팀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거나, 2부로 강등될 경우, 그 여파가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도전은 언제나 위험부담을 동반하는 것이다. 퀸즈파크가 아닌 다른 팀을 선택했다 할지라도 그에 따른 또 다른 불안요소는 언제나 존재한다. 지나친 낙관론도 우려도 필요 없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로서는 윤석영의 퀸즈파크행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좀 더 많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팀이 설령 2부리그로 강등된다고 할지라도 윤석영은 아직 젊다. 김보경이나 이청용처럼 설사 2부리그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름의 경험과 가치는 충분히 존재하며, 본인만 잘 적응한다면 언제든 또 다른 팀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노력과 비중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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