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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못 이룬 꿈, 꼭 이루길 바랍니다

정인환·정혁·이규로·박준태 등 핵심 선수를 떠나보내며

13.01.24 12:17최종업데이트13.01.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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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돼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멋진 날개 김민수 선수가 짐을 꾸려 경남 FC로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겨울 날씨와는 별개의 쓸쓸함을 느꼈다. 이제는 이런 소식이 너무도 익숙한 터라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큰 '패키지 폭탄'을 얻어맞았다.

지난 16일 밤부터 언론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 FC 간판 선수들(DF 정인환· 이규로·MF 정혁)의 전북 모터스 이적 소식이 22일 확정됐다며 전북을 상징하는 초록 유니폼까지 입은 사진이 발표됐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던 정인환 선수였기에 K리그 클래식 빅 클럽에서 데려갈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정도 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딸린 두 선수의 이름까지 확인하는 순간, 팬 입장에서 뒷목을 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야스민 아기치·데얀 다미아노비치 그리고...

 2006년 7월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난 미드필더 야스민 아기치
2006년 7월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난 미드필더 야스민 아기치심재철

2013 K리그 클래식 원년을 야심차게 준비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괌에서 전지 훈련을 시작하면서 '그래도 며칠간 동료들과 땀 흘리고 웃고 떠들었을텐데, 그들은 이미 쓸쓸하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으로서 눈물이 떨어지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일개 팬 입장에서 그 이적 계약서를 찢거나 이미 입어버린 새 유니폼을 벗어라 말아라 할 수는 없는 일. 재정 형편이 열악한 한국형 시민구단이 받아들여야 할 겨울 이적시장의 슬픈 소식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이번 이적 건은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한꺼번에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엠블럼 가슴 속 깊이 박혀 있는 그리운 선수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야스민 아기치. 지금까지 K리그에서 크로아티아 출신 선수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머리카락 색깔만으로도 희소 가치가 충분했다.

더구나 그는 부드러운 머릿결만큼이나 탁월하게 미드필드를 잘 이끌어줬다. 그가 없었다면 창단 2년 차 시민구단의 기적(2005년 K리그 준우승)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의 왼발에서 뻗어나가는 공격의 흐름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다.

아기치 덕분에 당시에 나란히 뛰었던 왼발잡이 김치우(인천 유나이티드 → 전남 드래곤즈 → FC서울)도 측면 수비수만의 역할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꿈을 더 크게 품을 수 있었다.

 인천 시절 동료들과 득점 뒤풀이를 즐기고 있는 데얀 다미아노비치(맨 오른쪽)
인천 시절 동료들과 득점 뒤풀이를 즐기고 있는 데얀 다미아노비치(맨 오른쪽)심재철

아기치가 떠나고 이듬해 유럽에서 또 한 명의 선수가 인천으로 왔다. 그 이름은 데얀 다미아노비치. 몬테네그로 출신의 그가 맡은 역할은 공격수였다. 데얀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아는 미드필더 드라간 믈라데노비치·김상록과 단짝을 이뤄 인천의 공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이었다.

인천에서 한 시즌만 뛰고 FC 서울로 이적해 두 차례의 리그 우승(2010·2012년)을 이끌어냈기에 골잡이로서의 그의 실력은 의심할 것이 못 된다. 인천 문학경기장에 울려퍼지던 서포터즈의 '다미아노비치' 콜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만으로도 골잡이의 필수 요건을 온몸으로 말해주던 그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는 남은 선수보다 떠난 선수의 이름이 더 아쉽게 들려온 것이 사실이었다. 아쉽게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만 모아도 올스타 팀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FC서울), 라돈치치(수원 블루윙즈), 유병수(알 힐랄 FC)
MF : 서동원(다름슈타트 U19팀 코치), 야스민 아기치(은퇴), 김상록(부천 FC1995)
DF : 전재호(강원FC), 정인환(전북 모터스), 임중용(브레멘 코치 연수중), 이정수(알 사드)
GK : 송유걸(강원FC)

그만큼 인천 유나이티드에는 '레전드'라 불릴만한 선수가 없는 편이다. 그나마 2011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해 현재 독일 브레멘에서 코치 수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비수 임중용이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레전드 페넌트를 발행한 바 있다. 또 하나의 대상자였던 왼쪽 측면 수비수 겸 미드필더 전재호 선수는 2012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석연찮은 이유로 인천을 떠나 부산 아이파크를 떠돌다가 강원 FC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리 형편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구단을 지지하는 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역사가 거듭되면서 팀의 레전드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한다. 당연히 아무나 그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짐을 꾸려 떠나게 하는 일은 더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

레전드가 물려주고 간 등번호 '20번'

 인천 박준태 선수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 골 순간(2012. 8. 9. 대전월드컵경기장)
인천 박준태 선수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 골 순간(2012. 8. 9. 대전월드컵경기장)심재철

경기 시작부터 뛰는 붙박이 주전 선수는 아니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를 대표하는 '슈퍼 서브'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공격형 미드필더 박준태 선수의 이적은 여러 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였지만 그의 드리블과 반 박자 빠른 슛 동작은 폭발력이 느껴졌기에 그의 등장에 팬들은 항상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에 잠시 몸담으며 슈퍼 서브로 인상을 깊게 남겼던 라디보예 마니치(세르비아)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가 대기심 바로 옆에 서서 기다리다가 인천의 홈 그라운드에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영화 <슈퍼맨>의 주제 음악이 울려퍼졌다. 이제 인천을 떠나 전남 드래곤즈의 노란 유니폼을 입게 된 그의 이름에 교체 선수라는 불편한 꼬리표보다 당당히 주전 선수라는 멋진 수식어가 붙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에 한꺼번에 세 선수가 전북 모터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무리 그들이 같은 에이전트를 대리인으로 두고 있다고 해도 인천 팬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더구나 주장 완장을 달고 그 어느 시즌보다 힘차게 날아올랐던 가운데 수비수 정인환이 그 주역이었기에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허벅지 상처를 꾹 참고 서포터즈를 향해 동료들과 걸어가고 있는 정인환 주장
허벅지 상처를 꾹 참고 서포터즈를 향해 동료들과 걸어가고 있는 정인환 주장심재철

2012년 3월 24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간절히 기다렸던 승리 소식이 울려퍼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 전용 경기장을 지어놓고도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었던 터라 이 승리는 팬들에게 더욱 뜻깊은 선물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선수들이 E석에 몰려 있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서포터즈 쪽으로 걸어가는데 주장 완장을 찬 정인환 선수의 왼쪽 허벅지가 눈에 띄었다. 축구복 바지를 걷어올린 곳에 핏기가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경기 도중 심하게 미끄러지며 찰과상을 입은 듯 보였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축구팬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정인환은 거의 모든 경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뛰면서 인천의 '짠물 수비'를 자랑으로 만들어줬다. 비록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 시즌 마지막 경기 직전까지 이어진 19경기 무패 기록은 주장 완장이 빛나는 정인환이 절대적인 역할을 해낸 결과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임중용 선수가 물려주고 간 20번을 그가 등에 달고 뛴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정인환은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저녁,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는 역시 승리(인천 2-1 강원)의 기쁨이 넘쳤는데, 선취골(52분)의 주인공이 바로 정인환이었다. 이보의 세트 피스 도움으로 골을 성공시킨 정인환은 곧바로 골문 바로 뒤에 있는 서포터즈에게 달려들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사뭇 멀기만 한 다른 경기장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기회였기에 인천 서포터즈 미추홀 보이즈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이규로(오른쪽)의 왼발 크로스가 짜릿한 결승골로 연결되는 순간(2012. 6. 23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이규로(오른쪽)의 왼발 크로스가 짜릿한 결승골로 연결되는 순간(2012. 6. 23 인천축구전용경기장)심재철

이런 그를 보내야 하니 인천 팬들의 마음은 오죽하랴. 더구나 그와 함께 정혁, 이규로도 전북의 초록 옷을 입었다. 인천에 온 뒤에 부상에 시달려 많은 기억을 함께 나누지 못했지만 든든하게 오른쪽 측면 수비 역할을 맡았던 이규로는 인천의 측면 공격을 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인천 팬들은 지난해 6월 23일 저녁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의 감동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상주 상무와의 안방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3분경 이규로의 오른쪽 띄워주기를 받아 설기현이 이마로 짜릿한 1-0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정규리그 13경기 만에 어렵게 얻은 승리의 감동이었다.

그 감동의 현장에 결승골을 도운 이규로, 왼쪽 측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정혁, 그리고 무실점 수비의 중심 정인환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셋이 나란히 인천을 떠나게 된 것이다.

 2012. 6. 23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종료 직후 눈물을 흘리는 정혁 선수(오른쪽)
2012. 6. 23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종료 직후 눈물을 흘리는 정혁 선수(오른쪽)심재철

이 경기 이종국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리는 순간, 늘 그렇듯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 몇몇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런데 한 선수는 엎드려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인천 미드필더 정혁이었다. 그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참 뒤 선수들과 뒤엉켜 관중석에 일일이 인사를 하고 돌 때도 정혁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팬들은 그라운드에 흘리는 선수들의 땀방울은 잠시 잊을 지 모르지만 저렇게 진심으로 흘린 눈물은 결코 잊지 않는다. 이들이 우리에게 낯선 초록색 옷을 입고 방문 팀 선수의 이름으로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을 다시 찾아오겠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는 끈끈했던 정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그 선수의 이름을 작게나마 외치도록 할 것이다.

누군가가 더 떠나고 낯선 선수들을 맞이하느라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출입문은 여전히 삐걱거리겠지만 팬들이 부르는 이별가 속에서도 가슴 왼편의 구단 엠블럼은 변함없히 빛날 것이다.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엠블럼을 입에 물고 서포터즈의 품으로 달려오는 골잡이 유병수 선수를 그리며 말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이름... 정인환·정혁·이규로·박준태·김민수 선수. 잘 가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못 이룬 꿈, 꼭 이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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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FC 정인환 유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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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