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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 대한 자존심, 굴레가 되다

[주장]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내세운 멤버들, 그들은 비굴하면 안 되나?

13.01.26 11:30최종업데이트13.0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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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성과를 낸 <무한도전>
미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성과를 낸 <무한도전> MBC

시청자들은 MBC <무한도전>을 더 이상 예능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은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인 팬덤을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그들을 절대 지지하는 세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관객들이 다 그들을 추종할 수는 없다. 어떤 그룹은 <무한도전>이 느슨해 졌을 때 고삐 역할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팬덤이라 여기고, 어떤 그룹은 맹목적으로 <무한도전>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미 예능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무한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 긍정적인 쪽에 더 가깝지만 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 에서도 보이듯, 너무 손쉬운 그들의 인기몰이에 못마땅한 시선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다른 예능이었다면 한 번의 해프닝이었을 일이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덧씌워질 때, 그것은 또 다른 파급력을 양산해 내고 때때로 그것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미국 진출 특집에 쏟아진 '사대주의' 논란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미국 진출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생겨난다. 이번에 간간히 보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논란은 무한도전의 안티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갖는 자존심에 상처 입은 팬들의 목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전설의 래퍼, MC 해머를 만나는 과정에서 유재석은 그를 추켜세우고 노홍철은 심지어 "I'm your dog(나는 당신의 개다)"이라는 개그를 날린다. 웃음으로 채워질 줄 알았던 그 장면이 어떤 이들에게는 미국을 지나치게 우상화하는 행동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 모양이다.

 MC해머와 만난 노홍철과 유재석
MC해머와 만난 노홍철과 유재석MBC

과연 <무한도전>이 동남아에서도 그 나라 언어를 못하는 자신을 걱정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찬양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냐는 식의 생각에 삐딱한 시선이 생겨난다. 한국의 대표 예능인 <무한도전>이 싸이와 MC해머가 같이 꾸민 무대에서 찬조출연을 했는데도 제대로 소개조차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충분히 대단한 예능인 <무한도전>인 만큼 그들이 그곳에서도 대우받고 인정받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그들의 자존심을 져버리고 미국을 찬양했나. 이는 지나치게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무한도전>이 뉴욕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뉴욕에서 한국식 개그를 펼쳤고,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짧은 영어 실력을 드러내며 웃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그들의 행동이 '한국 망신'이라는 내용의 트위터 글이 논란이 된 것이다.

그 글은 유명가수 타블로의 형 이선민(데이브)이 써서 논란이 증폭되었다. 미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개그를 하고 제대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창피하다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말하자면 지금 미국을 추켜세웠다고 비판하는 논란과는 정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행동해 한국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 때 당시 불거진 이 논란은 얼핏 지금 일어난 일과 대척점에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식객' 특집에서 뉴욕을 방문한 <무한도전> 멤버들
'식객' 특집에서 뉴욕을 방문한 <무한도전> 멤버들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설사 그곳에서 제대로 영어 한마디를 내뱉지 못해 그것을 무시하는 시선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무한도전>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 한국어 한마디 못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것처럼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결코 창피스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비판해야 할 문제다. 미국에 간다고 해서 누구나 다 유창한 회화를 습득하고 갈 이유는 없다. 

그들이 한국식 개그를 했기로 서니 한국 전체를 싸잡아서 이상하게 볼 거라는 시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나친 비약이다. MC해머를 찬양하고 싸이와 MC해머의 합동공연에서 <무한도전>이 소개받지 못했다고 해서 비굴하다는 시선 역시 논란의 본질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MC 해머라는 전설의 래퍼 앞에서 호들갑 좀 떨었기로서니 그들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시선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 유명인은 좀처럼 보기 힘들뿐더러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 그런 인물과 함께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어찌 그들이 긴장을 하지 않고 어찌 호들갑을 떨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도 싸이라는 한국 가수를 통해 그를 만나게 되고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MC해머와 공연을 앞둔 <무한도전> 팀
MC해머와 공연을 앞둔 <무한도전> 팀MBC

문제는 한국인 관점의 자문화 중심주의

싸이의 미국에서의 인기가 주목받는 것 역시 그만큼 그런 성공을 거두기 힘든 곳에서의 성공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싸이의 성공을 다루는 언론들도 호들갑이고 사대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만큼 뚫기 힘든 곳들 뚫은 희소성에 대한 이야기로 봐야 하며 무한도전 멤버들의 호들갑 역시 그런 성격으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다. 오히려 그런 태도에 대해 사대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미국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깔린 사대주의의 결과는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MC해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부산스러움이 오버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호들갑 역시 개그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야지, 문화 사대주의라는 색안경을 낄 필요까지는 없다. 더군다나 미국인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인사하며 친히 소개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인의 관점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의 자존심을 생각하느라 유재석이나 노홍철에 익숙지 않은 미국 현지의 입장을 생각지 않은 것이 자문화 중심주의 같이 느껴진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꾸짖을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하여 그들에게 지나친 굴레를 씌우는 행동은 오히려 독이다. 애초에 '대한민국 평균이하'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온 그들이 미국에서까지 점잔을 뺀다면 그것이야 말로 오류가 아닐까. 그들이 나날이 진보하려 노력하는 만큼 그들에 대한 시선 역시 좀 더 진일보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무한도전 유재석 노홍철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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