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연기를 맡기 전, 평상시에 사람들을 많이 본다. 버스나 극장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차용한다."
CJ E&M
*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그렇다면 연기가 업그레이드 된 계기가 있나?"<젊은이의 양지>에 이어 <첫사랑>에서도 고정으로 캐스팅이 되었다. 이후 섭외 들어온 작품 가운데엔 단역도 있다. '철민아, 이거 하나만 해줘' 하고 들어온 작품을 보면 한 씬, 혹은 두 씬이었다. 당시 제가 나이도 어렸고, 당시 감독들도 형들이니까 기꺼이 단역에 출연했다.
이런 단역을 엄청나게 많이 해왔다. 원래는 단역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뿌리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진짜 엄청나게 많은 역할들을 섭렵하게 되었다. 비록 단역이지만 그냥 연기하겠는가. 연기를 위해 공부를 해야지. 단역 시절 연기를 위해 공부한 부분이 제 연기의 토양이 되었다."
- 건달 연기도 맛깔나게 연기하더라. 그 비결은 무엇인가?"99년 <유령>을 찍을 때 건달 역을 맡은 적이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기 패턴이라는 게 악역을 연기하면 이렇게 연기해야만 한다는 나름의 공식이 있었다. 그런데 99년부터 나름의 건달 공식에 의문이 들었다. '왜 꼭 그렇게 연기해야 하지? 왜 건달은 항상 그렇게 옷을 입어야 하지?' 이를테면 검정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말이다.
실제 건달이 어떻게 옷을 입는가를 관찰하기 위해 서울의 어떤 동네를 찾은 적이 있다. 건달이 정말 검정 양복만 입고 다닐까 관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영화처럼 검정 양복 입은 건달은 하나도 없더라. 실제 건달을 관찰한 후 <유령>을 찍을 때 쫄티에 반짝이 옷, 백바지와 백구두를 신고 연기했다. 반응이 엄청 좋았다.
그런데 당시 신창원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신창원이 쫄티에 화려한 색깔이 들어간 옷을 입었다. 그 후 내가 촬영을 하면 사람들이 내 옷을 보고 '신창원 옷'이라고 하는데 억울했다. 신창원이 탈옥하기 전에 먼저 알록달록한 건달 옷을 입고 연기를 했는데 신창원이 저보다 유명하다보니, 그만 제가 신창원의 옷을 흉내 낸 것처럼 되고 말았다.
<온에어>에서는 사우나실에서 이범수를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냥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겠다 싶어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골프채를 집어 들고 사우나실로 들어가는 컨셉으로 잡았다. 골프는 되게 못 치는데 골프 연습은 엄청나게 하는 캐릭터인지라 설정을 그렇게 잡았다.
악역이라고 무조건 악랄하게만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역에 따라 어떤 건달은 모자라 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건달은 페이소스를 자아낼 수도 있잖나. 이러한 요소를 집어넣다보니 악역인데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되더라. 이러한 제 연기를 작가가 보고 감안해서 원래는 짧았던 분량도 길게 잡아주더라. 작품을 할 때마다 천편일률적인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해보는 습관이 들더라."
▲이철민"악역이라고 무조건 악랄하게만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역에 따라 어떤 건달은 어리숙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건달은 페이소스를 자아낼 수도 있잖는가. 이러한 요소를 집어넣다보니 악역인데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되더라."
CJ E&M
- 이야기를 듣고 보니 배역에 대한 연구가 철저한 것 같다. 배역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하는가."연기를 맡기 전, 평상시에 사람들을 많이 본다. 버스나 극장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차용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대본을 처음 읽더라도 캐릭터가 상상이 간다.
말은 어떻게 할 것 같고, 걸을 때 어떻게 걸을 것 같다는 등의 분석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를 토대로 캐릭터의 연기에 살을 붙인다. 그래서 대본 읽을 때의 첫 느낌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가 연극에서 맡은 키무라 타쿠야 역할도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 굉장히 무서울 거 같으면서도 진지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순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연기자가 아니었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연기자가 아니라면 정말 할 게 없다. 굳이 예를 들면 운전 쪽의 일정도?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연기가 싫은 적이 없었다. 젊을 때부터 '내가 이걸 왜 연기하고 있지'하는 생각이나 회의가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 가장 인상에 남는 배역은?"영화 쪽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작품이 <황해>다. 장진 감독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참고로 이철민 배우는 장진 사단 소속의 연기자다) 이번 작품인 <키사라기 미키짱>을 통해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그전의 공연은 장진 감독하고만 작업을 해 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주연은 단 한 번도 맡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 외의 영역에서 인상 깊은 공연은 <키사라기 미키짱>일 수밖에 없다. <키사라기 미키짱>을 처음 맡았을 때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키사라기 미키짱>을 연습할 때 겹치는 영화가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그런데 연극을 준비하는 스케줄이 영화 촬영과 맞물려 있어서 영화 촬영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결국에는 영화 촬영을 포기하고 연극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키사라기 미키짱>을 포기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계속 찍을 걸 그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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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철민의 남다른 악역 철학, '키사라기 미키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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