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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기대상' 손현주 대상이 일깨워준 '개미들의 희망'

[TV리뷰] 손현주의 의미 있는 대상 수상 소감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

13.01.01 09:04최종업데이트13.01.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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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저녁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연기대상 레드카펫에서 <추적자>의 배우 손현주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이런 상이 나한테까지 왔다. 사실 '추적자'는 변방 드라마였고 처음부터 관심과 기대를 못 받았다. " (<2012 SBS 연기대상> 손현주 대상 수상 소감 중)

31일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열린 <2012 S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손현주의 소감처럼, 방영 전 <추적자>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공중파 드라마로 다뤄지기 다소 묵직한 내용에 요즘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돌과 스타성 있는 배우 없이 시청률적인 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회의론적인 시각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추적자>는 스타 배우 없이도, 작품만 좋다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시킨 기분 좋은 반전으로 남았다. 특히나 손현주, 박근형, 김상중 등 이 시대 최고의 배우들이 선사하는 혼신의 명장면은 '발연기'에 지친 시청자들을 단박에 매료시킨다.

매 회마다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와 명장면이 줄을 이었던 <추적자>. 그 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을 고르자면, 단연 극 중 아내와 딸을 잃고, 그녀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숟가락을 부여안고 눈물을 흘리던 손현주다. <추적자> 마지막회에 있던 재판에서 최종 선고를 받고, 죽은 딸의 환영을 보고 미소를 짓던 엔딩도 있었다.

때문에 손현주는 <2012 SBS 연기대상>의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떠오른다. 응당 이번 SBS 연기대상은 손현주 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고 <추적자> 시청률도 좋았기에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유력을 넘어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SBS 드라마 <추적자> 포스터 ⓒ SBS


그러나 손현주의 당연할 것 같은 대상 수상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었다. 우선 막판까지 손현주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 '장동건의 존재감'이다. 장동건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상품성을 가진 톱스타였고, <신사의 품격>에서 보여준 그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장동건 에게 대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게다가 한국 사회와 정치의 부조리함을 제대로 관통한 <추적자> 작품 특성상, 대상이 온전히 손현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전날 30일 열린 <2012 MBC 연기대상>에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빛과 그림자>에도 불구, 안재욱 무관이 선사한 충격 후유증이 "혹시 <SBS 연기대상> 너마저?"라는 약간의 회의론적인 시각을 피어오르게 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보다 2012년 한해 비교적 공정한 신뢰도를 쌓았던 SBS는 2012년을 한 해를 마감하는 행사에서도 MBC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해외 일정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장동건에게 최우수상, 10대 뉴스타상이라는 2관왕을 수여함은 물론, 오직 작품성과 배우가 보여준 연기만으로 수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상'을 손현주에게 안겨주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앞선 일정을 끝내고 뒤늦게 시상식에 달려온 안재욱을 빈손으로 보내는 MBC와는 차원이 다른 장면이었다.

시상식 앞서 열린 레드카펫에서 자신이 대상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극구 손사래 치던 손현주는, 대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진심으로 놀라는 표정이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었고 당연히 손현주가 대상을 타야한다는 네티즌 여론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 정작 손현주 당사자는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당연한 대가에 겸손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추적자> 촬영 당시 없는 것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말문을 시작으로, 2012 최고의 드라마 <추적자>를 함께 만들어낸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손현주의 수상소감대로, 아이돌은 없었지만 박근형은 있었던 <추적자>다. 박근형을 필두로 손현주, 김상중, 류승수 등이 보여준 앙상블은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최고의 드림팀이었다. 배우 개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타성만 고려하기 이전에 작품이 잘 되고,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고 대중들의 호응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스타가 탄생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드라마의 새 역사를 개척한 <추적자>는 2012년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는 '손현주'라는 최고의 스타를 배출하였다.

"지금도 어디선가 낮밤을 새고 있을 스태프와 연기자들, 이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개미들과 이 상의 의미를 함께 하겠다"면서 마지막까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 손현주의 수상소감. 데뷔 이래 21년 이상 배우로서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고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던 손현주야말로 지금 이순간도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개미의 좋은 표본이다.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실력과 노력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인 비전을 보여준 손현주의 대상 수상. 상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겸손했고, 대중들에게 희망을 제시한 손현주의 감동 소감은 어떻게든 2013년을 버터내야 하는 대다수 개미들에게 적잖은 용기를 안겨준다.

기존에 믿고 있던 당연한 '상식'이 자꾸만 퇴색되어가는 방송계에서 그나마 대중들이 믿는 조그마한 '상식'이나마 지켜준 <SBS 연기대상>이 남달라 보이는 2013년 새해다
.

지난 31일 SBS에서 방영한 <2012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손현주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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