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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첩보원·사또까지…이준기의 '얼굴' 셋

[MBC 연말결산 ⑥] '군인'마저 연기했다는 이준기, 그는 천상 '배우'

12.12.31 18:52최종업데이트12.12.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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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2012년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른 배우 이준기.
2012년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른 배우 이준기.이정민

언젠가 그에게 '부스터'라는 별칭(?)을 지어준 적이 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별칭'이라고 꼽기도 한 이 말은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누구든, 최고의 합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기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 말이 현실이 됐는지 배우 이준기는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시너지를 내는 배우'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올해 선보인 MBC <아랑사또전>은 흥행과는 관계없이 이준기가 스스로 얼마나 '믿고 보는 배우'일 수 있는지를 증명해낸 필모그래피가 됐다. 이준기는 그런 <아랑사또전>을 두고 "나름 공약까지 걸었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면서도 "오랜만에 복귀하는 입장이라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어우러질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주변의 걱정에 아랑곳 않고 거친 액션 연기를 펼치고, 함께 연기한 신민아를 두고도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갖고 연기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라며 "로맨스의 가능성을 봤다는 건 저보다 제 상대가 잘 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공을 돌리는 사람. 이준기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한류스타' 이준기와 '인간' 이준기, 그리고 '배우' 이준기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슬라이드  "'부스터'라는 별칭이 좋았어요. 저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도 끌어올려 준다는 뜻이잖아요. 공동 작업 속에서 배우 간의 조화가 어우러져야 하나의 명작이 나오는 건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칭찬이죠."
"'부스터'라는 별칭이 좋았어요. 저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도 끌어올려 준다는 뜻이잖아요. 공동 작업 속에서 배우 간의 조화가 어우러져야 하나의 명작이 나오는 건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칭찬이죠."이정민

이준기의 얼굴 하나, '한류스타'..."의식하기보단 해오던 것 하겠다"

작품을 끝내고 휴식을 취할 법도 하건만, '일지매' 출신이기 때문인지 이준기의 행보는 바쁘다. 일본과 한국에서 대규모 팬 미팅을 벌인 것에 이어, 새해는 중국에서 팬들과 맞이할 예정. 배우가 팬 미팅서 노래를 부르고 신곡을 보여주는 건 이준기가 원조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익숙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준기를 독특하다 평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준기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 당연하게 봐 주시니 격세지감도 느낀다"며 웃었다.

"장근석 씨가 일본에서 잘 되고 있잖아요. '네가 먼저 그렇게 했는데, 배는 안 아프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럴 게 뭐가 있어요. 오히려 좋지. (웃음) 한류라는 문화를 혼자 만들 것도 아니고,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으니 든든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내가 이런 색깔로 밀어붙여야지', '독보적인 나만의 시장을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으로 해외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준기가 직접 해외 팬들을 찾아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하는 걸 팬들이 같이 즐겼으면 좋겠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마음이 이준기를 자꾸 한국 밖으로 떠밀고(!) 있다는 것. 이준기는 "기왕 갔는데 몇 마디만 하고 오는 것보다는 재롱을 부리듯이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같이 노는 게 재밌지 않냐"며 "앞으로도 '한류'를 의식하기보다는 해오던 걸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을 의식하기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것, 그런 뚝심이야말로 이준기가 해외건 국내건 가리지 않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지도 모르겠다. 이준기는 '자신의 인기 비결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짓궂은 질문에 "내 입으론 말하기 좀 그렇지 않냐"면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연기를 잘 하고 말고를 떠나 어느 작품이든 성실함만은 느껴진다'는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치열함'과 '성실함', 그 단어가 떠오르는 배우라 안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씀해주시는 걸 많이 들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했는데 그렇게도 보이는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한류 팬들도 성실함을 좋아해주시는 건 같은 것 같고요, 거기서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친절함이나 따뜻함이 느껴진다고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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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슬라이드  "요즘 20대의 풋풋한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이 나온다는 건 제가 함께할 수 있는 배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거잖아요?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겠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좋을 것 같아요. 선배라고 무조건 제가 나은 건 아닐 테니까요. 배울 점도 있을 거고...다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
"요즘 20대의 풋풋한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이 나온다는 건 제가 함께할 수 있는 배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거잖아요?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겠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좋을 것 같아요. 선배라고 무조건 제가 나은 건 아닐 테니까요. 배울 점도 있을 거고...다 함께 작업해 보고 싶어요."이정민

이준기의 얼굴 둘, '인간'..."군대 다녀온 나, 융통성이 생겼다"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서른 초반의 다소 '심심한' 청년이 바로 이준기라고 했다. 이준기는 "실제로는 어떤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심심하게 살고 있다"며 "제 우상인 서태지 씨의 인터뷰를 봐도 똑같이 말씀하시던데, 그 분과 비슷한 삶을 살면서 '배우 이준기는 참 치열한데 인간 이준기는 심심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잠시 배우 일을 쉰다고 가정해보면, 인간 이준기로서는 어떤 삶을 살지가 두려워요. 하다못해 연애를 한다면, 가정을 꾸린다면 어떨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지금 상황으로 볼 땐 안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죠. 그나마 군대를 다녀오고 나아졌어요. 예전엔 더 제 자신을 가둬놓고 살았어요. 그런데 군대에서 1년에 400회씩 공연하면서 계속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더니 제 스스로 비워지더라고요.

이번에 <아랑사또전>도 지방에서 촬영하면서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서 다 잘 먹었어요. 예전에는 무조건 구석 자리에 매니저들이 둘러싸줘야 했는데 (웃음) 이젠 그런 것도 없어요. 오히려 못 알아봐 주시면 서운해요. 거기 계신 분들이 연예인이 올 줄을 상상을 못하셨나 봐요. 그러면 제가 가서 '<아랑사또전> 안 보세요?'라면서 먼저 말도 걸었어요. 그제야 '어어!' 하고 인사해 주시면 그런 반응도 즐기게 됐고, 여유로워졌죠."

유독 그가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도 '인간' 이준기의 삶과 연관이 있다. "현장에 가 있을 때만 '도는' 스타일"이라는 이준기에게 현장은 "혼자 있어야 하는 집 대신 밖에서 사람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란다. 그는 "그런 곳에 있다가 혼자 툭 던져지면 공허함도 느낀다"며 "동료들에게 전화해서 '뭐 해?'라고 물어보자니, 다들 일할 게 뻔해서 (연락을) 잘 하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다짐했다. '앞으로 이준기가 현장에서 어떤 '희한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무심히 넘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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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슬라이드  "제 욕심의 원천은 자신감이라기보단 열등감에 가까워요. 어딘가 부족한 걸 알고, 그걸 채우려고 하다 보니까 미친듯이 부딪히고 깨지고 숨 틈 없이 뛰어야 그런 게 감춰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커리어 같은 게 자꾸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까요?"
"제 욕심의 원천은 자신감이라기보단 열등감에 가까워요. 어딘가 부족한 걸 알고, 그걸 채우려고 하다 보니까 미친듯이 부딪히고 깨지고 숨 틈 없이 뛰어야 그런 게 감춰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커리어 같은 게 자꾸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까요?" 이정민

이준기의 얼굴 셋, '배우'..."나의 원동력, 자신감보단 '열등감'"

그 좋아하는 현장에서 '물 만난 고기'마냥 활약한 덕분에, 그의 필모그래피도 각양각색이다. 그중 <개와 늑대의 시간>(2007)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어마어마한 존재"라는 영화 <왕의 남자> 이후 별다른 대표작이 없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겪어야 하는 인물이었고, 이를 염려한 주변의 만류도 거셌다. 하지만 "제대로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이 작품은 그에게 "내 연기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대중에게도 "이준기라는 배우에게 신뢰를 보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자신감을 얻고 '원톱'에 도전한 드라마가 <일지매>(2008)였다. "감독님과 곱창에 소주 한 잔 하다가 쉽게 결정했다"는 이 작품은 대중성까지 확보하면서 "그 전까진 그저 '스타'였던 이준기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어줬다. 그 후로 선택한 <히어로>(2009)는 흥행 면에서는 저조했지만, "점점 연기를 쌓아가는 느낌"을 줬다는 점에서 또 소중했다.

"군대 생활도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국방부 소속 배우 이준기'라는 작품을 2년간 한 거죠. 처음 입대했을 땐 나이도 많았고, 사회에서 많은 걸 하고 가서 그랬는지 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나는 군대에 소속된 인간 이준기다'라는 생각으로 지냈죠. 어떻게 보면 항상 뭔가 보여주고, 각인되려고 했는데 '군인 이준기'를 연기하면서 강약조절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겼어요. 그렇게 제대하고 난 뒤 촬영한 <아랑사또전>은 사회가 저에게 '잘 돌아왔다, 다음 작품도 기대할게' 하고 말을 건넨 작품 같아요."

여전히, 이준기는 욕심이 많다. "자꾸 부족함을 느껴서 뭔가 채우려고 하다 보니 숨 쉴 틈 없이 뛰고 깨져야 그런 게 감춰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자신을 언급한 기사와 그 댓글을 하나하나 읽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심지어 나쁜 내용은 찾아서 읽는다. 이준기는 "원체 심한 욕은 예전에 다 먹어서, 이제는 오히려 댓글 수준이 준수하다"며 "나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평을 보고 배워야 발전이 있지 않겠나"며 웃어 보였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준기는 욕심이 많다.

슬라이드  "공개연애는 안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끔찍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폄하하거나 그들이 나를 욕할 수도 있다는 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눈치를 보고 가십거리가 되는 건 싫어요.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하겠어요. 보여주기 식이지. 물론 잘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연애는 비공개로 하되, 결혼할 땐 공개하려고요."
"공개연애는 안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끔찍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폄하하거나 그들이 나를 욕할 수도 있다는 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눈치를 보고 가십거리가 되는 건 싫어요.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하겠어요. 보여주기 식이지. 물론 잘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연애는 비공개로 하되, 결혼할 땐 공개하려고요." 이정민

"SNS에 '진짜 배우'라는 말을 써 넣었어요. 누가 봐도 관객들이 인정할 수 있을 때 그런 호칭이 붙을 거라 생각해요. 대중예술배우로서 현장 스태프들의 노고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촬영하는 시기만큼은 모든 걸 내던져야겠죠. 그렇게 대중의 신뢰를 얻을 때 붙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닌가 싶어요. 전 아직 그런 호칭이 붙을 때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에 먼저 붙여 봤어요.

차기작을 빨리 선정해서 쉬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모르겠네요. 운명적인 작품이 뭐가 될지…. 장르도 다양해요. <아랑사또전> 때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많아서 농담 삼아 '시즌2를 만들자'는 얘기도 했고, 유독 로맨스 물에 대한 평가가 짰는데 이번 작품으로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고맙고, 좋은 현상이죠. 남자 배우에게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건 불행이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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