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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 MBC의 민낯...안재욱 씨, 우리가 대신 미안합니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마의> 조승우 선택한 2012 MBC 연기대상의 패착

12.12.31 13:25최종업데이트12.12.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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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의 배우 안재욱, 손담비, 남상미, 이필모 ⓒ 이정민


상반기 <해가 품은 달>이 기록적인 시청률을 등장하기 전까지, <빛과 그림자>는 단연 MBC 드라마국을 이끈 일등공신이었음을 기억한다. 시청률 20%를 웃돈 선전,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인물의 흥망성쇠를 장기간에 그린 완성도, 안재욱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까지.

<빛과 그림자>가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이란 이름에 걸 맞는 뚝심과 저력을 보여줬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MBC는 파업의 국면에서 원활하지 않았던 편성으로 인해 <빛과 그림자>를 50부작에서 14부나 연장, 총 64부로 끝마치는 부담을 줬다. 그럼에도 <빛과 그림자>는 별다른 잡음 없이 '해피한' 종영을 맞으며 파업이 한창이던 MBC의 자존심을 세웠던 드라마였다.

비록 최완규 작가의 극본은 트렌드완 거리가 먼 다소 올드한 측면이 있었지만, 시대극에 걸맞는 작품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MBC가 이미 <라디오스타>를 통해 홍보에 앞장서게 했던 안재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안재욱이 나눠먹기의 대명사인 MBC 연기대상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심지어 단역시절에 안재욱이 그리도 고마웠다는 <골든타임>의 이성민이 방송 3사 PD들이 뽑은 올해의 연기자 상을 수상하는 가운데 말이다. 인터넷과 SNS에선 안재욱을 버린 MBC에 대한 성토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박정희 군부와 유신을 삐딱하게 그릴 수밖에 없었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외압설이나 각종 음모론까지 등장한 지경이다.

<마의> 조승우의 수상, '시청률 지상주의' 탐하는 MBC의 현재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마의>로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은 배우 조승우 ⓒ MBC


안재욱은 30일 밤 방송된 <빛과 그림자>에 참석하기 위해 출연 중인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 황급히 섰다. 사회를 맡은 후배 연기자 김재원이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언급할 만큼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안재욱은 <빛과 그림자>의 전광렬·손담비의 수상을 지켜보고, 까마득한 후배들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할 때 박수를 치는데 그쳐야 했다. 오죽했으면, <마의>로 드라마에 데뷔하고도 대상을 수상한 조승우가 "안재욱 선배에게 제일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을까. 

'시청률 지상주의'와 '1등주의'를 공공연하게 선포하며 <공감토크쇼 놀러와> <엄마가 뭐길래>를 폐지시킨 MBC. 연말 브라운관을 점령한 연기대상의 홍보 효과를 노린 MBC는 과거보단 미래를 선택했다. 다시 말해, 과거 시청률 우위를 보였던 <빛과 그림자>보단 아직 그만큼의 시청률에 도달하지 못한 <마의> '조승우 대상'의 홍보 효과를 선택한 것이다.

안재욱이 보여준 충정 내팽개친 MBC

30일 열린 2012 MBC 연기대상에 참석한 안재욱 ⓒ MBC


작품성과 연기력이 기준이 아닌 나눠먹기 시상식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은 지루하고 고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에 재론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MBC가 더 탐욕스러워 보이는 것은 '시청률 1위'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도, '관록과 기여도'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도 아닌 <마의>의 조승우를 선택함으로서 미래의 시청률 상승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명수는 분명 파업 정국이던 MBC의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한 공을 인정해 줄 법했다. 그러나 안재욱을 외면하고 조승우에게 대상을 안긴 것은 수 년 간 그 어떤 MBC 연기대상의 파행이나 공동수상과 비교해 봐도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드라마대상'을 신설하며 차승원·공효진의 공동수상을 피해갔던 꼼수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결국 친정과도 같은 MBC에 충정(?)을 다했던 안재욱의 씁쓸함은 배가될 것이다. 그것이 시청률과 1등에 목맨 사측이 '미래의 시청률 상승'을 염두에 둔 <마의> 밀어주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미 답과 해결책을 알고 있는 이 MBC 연기대상의 '연기력'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사장이, 경영진이 교체된다고 해서 가능할 일인지도 이제는 가늠할 수 없어 보인다.

연기대상 안재욱 조승우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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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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