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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썸머'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구단별 2012시즌 결산 8

12.12.31 15:32최종업데이트12.12.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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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국민타자이자 '라이온 킹' 이승엽이 복귀하면서 공격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비록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량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에 친정팀에서 심리적 안정만 되찾으면 지금도 한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은 충분히 쳐낼 수 있을거라 기대를 모았다.

전력 누수가 없는 가운데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타자 이승엽이 복귀했기 때문에 라이온즈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당연히 우승이었다. 한편으론 이승엽까지 들어온 상황에서도 우승에 실패한다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승엽 본인이나 라이온즈 선수단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라이온즈의 2012시즌은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부터 삐걱거렸다.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 등이 FA로 타 팀으로 이적하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서는 승부 조작 파문으로 팀내 주축 투수였던 박현준과 김성현이 영구제명되는 최악의 전력 누수를 맞이한 트윈스에게 라이온즈는 개막 2연전을 모조리 내주고 말았다. 개막전에서 올 시즌 1선발로 기대를 모은 차우찬이 이병규(9번)에게 만루홈런을 내주면서 무너지고 개막 2차전에서는 무명의 선발투수 이승우 공략에 실패하면서 결국 3-2로 석패하고 만다.

라이온즈는 투, 타에서 당연히 잘할 것이라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면서 시즌 초반 하위권에서 허덕인다. 지난 시즌 MVP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이 약속이나 한 듯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고, 선발 투수진에서는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이 연일 장타를 허용하면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다.

심지어는 5월 6일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루수로 나선 채태인이 쉽게 아웃시킬 수 있는 타구를 느릿느릿 걸어가다가 상대 주자를 살려주는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범하면서 팬들의 분노는 절정에 달하였다. 지난 시즌 우승에 도취되어 선수단 전체가 해이해졌다는 비난에 시달린 것이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라인업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부진에 시달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최형우와 배영섭을 꾸준히 기용하였다. 류중일 감독의 전략에 대해 팬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라이온즈 타선은 '철밥통 라인업', '공무원 라인업' 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라이온즈는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5월을 6위로 마감한 라이온즈는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한달 뒤 6월에는 2위까지 올라선다. 워낙에 촘촘한 순위경쟁이 펼쳐지다 보니 3연전 스윕만 해도 순위가 급상승할 수 있었기 때문에 라이온즈는 시즌 초반 까먹은 순위를 금새 만회하게 된다. 그리고 7월 1일이 되면서 라이온즈는 마침내 리그 1위에 오르게 되고, 7월 7일 롯데 자이언츠에게 잠시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7월 8일부터 줄곧 1위를 달리게 된다. 지난 시즌과 흡사한 행보였다.

여름부터 탄력을 받은 라이온즈는 후반기 내내 1위를 달리면서 결국 2위 SK와이번스에 8.5게임이나 앞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거머쥐게 된다. 라이온즈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은 역시 강력한 투수진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면 선발투수진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이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그리고 팀내에서는 차우찬에 밀려 조연급 신세에 머물던 좌완 장원삼이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하면서 다승 1위(17승)에 등극한다. 메이저리거 출신의 미치 탈보트는 14승을 거두면서 장원삼과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낸다. 또한 어느 덧 30대 초반에 접어든 배영수가 2006시즌 이후 6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거두면서 부활에 성공한다. 배영수는 팀내 선발투수들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21)을 기록, 내용면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친다.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했던 브라이언 고든도 11승을 기록하면서 라이온즈 선발진 철옹성 구축에 한 몫을 한다. 부상으로 인해 뒤늦게 합류한 윤성환은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9승)했지만 후반기 팀내 선발투수들 중 가장 안정된 경기 운영능력을 선보이면서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다.

공격진에서는 돌아온 '라이온 킹' 이승엽이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면서 건재를 과시한다. 이승엽은 기록 뿐만 아니라 주루플레이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허슬플레이로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바이러스를 전하하였다. 지난 해 아시아시리즈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던 박석민은 팀내 최다 홈런(23개), 최다 타점(91점)을 기록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시즌 MVP 최형우는 전반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지만, 후반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4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면서 이승엽, 박석민과 함께 중심타선의 한 축으로서 활약하였다.

노장 진갑용은 57타점을 기록하면서 하위타선의 4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올 시즌 라이온즈 타선이 상대 배터리에게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갑용이 하위타선에서 강력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해 준 덕분이었다.

라이온즈는 3년 연속 맞붙게 된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시종 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한 끝에 4승 2패로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6차전까지 가는 접전처럼 보였지만 라이온즈는 공,수,주에서 와이번스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 제왕의 자리를 와이번스에게 내줬던 라이온즈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명실상부한 2010년대 리그의 제왕 자리에 복귀하게 되었다.

옥의 티라면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아시아 시리즈에서 대만리그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에게 3-0으로 충격의 완패를 당한 것이다. 아시아 시리즈 개막 전만 하더라도 일본시리즈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결승에서 당연히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라이온즈는 라미고 선발투수 마이클 로리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면서 완봉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경기가 끝난 후 다른 투수들은 모두 분석했는데 로리만 분석이 안되었다는 류중일 감독의 궁색한 변명은 오히려 비난만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내년 시즌 라이온즈는 여러 모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2013 WBC 대표팀 지휘봉을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맡기로 한 규정에 따라 류중일 감독이 WBC 대표팀 지휘봉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3월에 펼쳐지는 WBC에 집중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팀 전지훈련 관리에 100% 집중이 어렵게 된다. 또한 라이온즈는 이번 WBC 대표팀에 장원삼, 차우찬, 오승환, 이승엽, 진갑용, 김상수 등 가장 많은 6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다. 스프링캠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수선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9 WBC에서 대한민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은 정작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가 그해 리그에서 최하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WBC 성적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팀내 훈련 시스템이 9개 구단들 중 가장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라이온즈이지만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전지훈련을 치르게 되는 것은 잠재적으로 정신적 해이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올 시즌 우승을 통해 명실상부한 2000년대 최강팀 자리에 올라선 삼성 라이온즈는 FA로 정현욱이 LG 트윈스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가장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해태 타이거즈 이후 최초로 3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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