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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한국시리즈만 가면 된다

프로야구 구단별 2012시즌 결산(7) SK 와이번스

12.12.31 11:54최종업데이트12.12.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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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귀추가 가장 주목되었던 팀을 꼽는다면 SK 와이번스였다. 2007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혹독한 훈련을 통해 미완의 대기에 머물거나 리그 탑 클래스와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의 잠재력을 일구어내면서 그동안 국내 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조직력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 리그를 지배하는 팀으로 거듭났던 SK 와이번스는 지난 시즌 8월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의 갈등 끝에 해임되면서 순식간에 논란의 팀이 되었다.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이후 지휘봉을 대신 잡은 이만수 감독대행은 본의 아니게 팬들의 격렬한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물론 그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도 일정 부분 비난의 도화선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SK 와이번스는 한때 4강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 타이거즈를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연달아 격파하면서 사상 최초로 5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와이번스는 삼성 라이온즈에게 무기력하게 물러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2011시즌 와이번스의 준우승을 두고 이만수 감독대행의 성과보다는 전임 김성근 감독이 닦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훌륭한 가을 DNA가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가 높았다. 2011시즌 종료 후 와이번스의 정식 4대 감독으로 취임한 이만수 감독은 전임 김성근 감독과는 차별화된 야구를 추구하였다. 일본야구 특유의 세심한 스몰볼보다는 메이저리그 특유의 호쾌한 빅볼을 선언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 시절 동안에는 잠잠했던 FA 선수 영입을 시도하였는데, LG 트윈스에서 포수 조인성을 롯데 자이언츠에서 투수 임경완을 영입하였다. 두 선수 모두 1975년생 37세의 노장 선수들인데 두 선수의 영입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와이번스에는 박경완, 정상호 그리고 군에서 제대한 이재원 까지 출중한 포수 자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굳이 조인성을 영입함으로써 괜한 포지션 중복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임경완의 경우 자이언츠에서 꾸준하게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했지만 리그 정상급의 계투요원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투수였다.

반면에 와이번스는 팀 투수진의 핵심전력을 FA로 다른 팀에 내주고 말았다. 벌떼 불펜을 구성하는 핵심전력이었던 정대현과 이승호를 모두 롯데 자이언츠에 내준 것이다. 기존의 핵심 투수진들 중 정대현과 이승호 외에도 좌완 핵심 요원인 전병두가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고효준이 군입대를 하면서 투수진에 많은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와이번스 전력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벤치의 경쟁력이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전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와이번스가 과연 이만수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에 맞춰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쏟아져 나왔다. 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의 예상 순위를 4강권 밖으로 놓았던 야구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특유의 호기로 올 시즌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내세웠다.

시즌 개막이 되자 와이번스는 초반 맹렬한 상승세로 예상을 뒤엎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외국인 투수 마리오와 로페즈가 원투펀치로 마운드를 지켜줬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윤희상이 안정된 투구내용으로 선발진의 한 축이 되었다.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박희수는 더욱 위력적인 피칭으로 최강 불펜 요원으로 자리매김했고, 정대현을 대신하여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배정받은 정우람은 노련한 투구를 바탕으로 와이번스의 뒷문을 단단히 잠궜다.

하지만 와이번스의 시즌 초반 상승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외국인 투수 로페즈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대체 용병을 물색하게 되었고, 시즌 초반 와이번스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마리오마저 부상으로 결장하게 된다. 와이번스 선발진은 꾸준하게 지켜주는 투수가 윤희상 밖에 없을 정도로 불안한 행보를 유지하였다. 그나마 송은범, 김광현이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숨통을 틔울 수 있었지만 부상 경력이 있는 두 투수에게 오랜 이닝을 맡기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선발진이 안정되지 못하다보니 중간계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김성근 감독 시절과의 차이점이라면 여러 명의 투수가 벌떼처럼 동원되는 것이 아닌 박희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박희수는 와이번스가 이기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호출되었다. 박희수와 더불어 정우람은 패키지로 동원되면서 와이번스 불펜진의 핵심전력인 두 투수의 과부하는 점점 누적되었다. 결국 박희수와 정우람 두 투수 모두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는 동안 와이번스는 급속히 추락하면서 한때 순위가 6위까지 처지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와이번스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지속한다. 또한 이만수 감독의 언행도 입방아에 오르게 되는데, 선수들에게 감독을 위해서 승리해 달라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만수 감독은 팬들의 비난 포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이만수 감독 특유의 할리우드 세리머니는 시즌 내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일부 구단 감독들은 이만수 감독의 과도한 세리머니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소문이 들려나오기도 하였다.

결국 이만수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 벤치에서 과도한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스타일에서 말을 상당히 아끼는 신중한 스타일로 변화하게 된다. 벤치 세리머니는 이만수 감독의 전매특허이자 개성이라 할 수 있지만, 농구나 배구와는 달리 야구는 상대편 감독과 마주보면서 경기에 임하게 된다. 결국 벤치에서 눈에 띄일 정도의 세리머니를 펼치게 되면 자연스레 상대방 감독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는 것이었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복귀하면서 와이번스는 안정을 되찾게 되었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선수들의 가을 DNA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위나 4위 근처를 맴돌던 와이번스는 줄곧 2위를 달리던 자이언츠가 극도의 부진에 빠지는 틈을 타서 2위로 도약하게 되고,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하게 된다. 이전 시즌과의 차이점이라면 시즌 내내 줄곧 1, 2위권에 맴돌다가 2위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3, 4위권 심지어는 4위권 밑으로 처져 있다가 시즌 막바지가 되서야 겨우 2위에 자리하게 된 것이었다. 기존의 와이번스의 행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와이번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만난 자이언츠를 상대로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자이언츠를 제압하고 사상 최초로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시즌 내내 힘겨운 행보를 지속하던 와이번스는 선수들의 가을 DNA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2010년부터 3시즌 연속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와이번스는 1,2차전을 먼저 내주었으나 3,4차전 연속 승리를 거두면서 2007년의 리버스 스윕 우승의 기적을 노린다. 하지만 잠실에서 옮겨 진행된 5,6차전에서 와이번스는 찬스 때마다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면서 결국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라이온즈에게 우승컵을 내준다.

와이번스의 투,타를 복기해보면 투수진은 지난 시즌에 비해 특별히 개선된 점이 없을 만큼 비슷한 성적 분포를 이루었다. 그나마 수확이라면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맞이한 윤희상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서 팀 내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우고(163.1이닝),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윤희상을 제외하고 와이번스 투수들 중에 투구이닝 100이닝을 돌파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와이번스 투수진의 최고 수훈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박희수이다. 65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92이닝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의 뛰어난 성적으로 와이번스 투수진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가 기록한 34홀드는 역대 최다 신기록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 역할을 맡은 정우람도 2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으로 뒷문지기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서 마운드에 활력소가 되었던 예년 시즌들과는 달리 와이번스 투수진은 시즌 개막 전 기대를 모은 임치영, 박종훈, 김태훈 등의 뉴 페이스들의 활약이 사실상 전무하였다. 대신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었다.

공격 부문에서는 이만수 감독이 원하던 대로 시원한 한 방 생산능력이 높아졌다. 팀 홈런 108개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팀 득점은 564점으로 2위지만, 팀 득점 1위 삼성과는 무려 60점 넘게 차이가 난다. 삼성의 팀 홈런은 89개에 불과했다. 팀 득점 3위 KIA 타이거즈는 팀 홈런은 54개에 불과했지만 팀 득점은 와이번스에 불과 11점 뒤진 553점이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과 큰 스윙으로 일관하면서 장타는 많이 늘었지만 반면에 점수를 짜내는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득점을 내는 집중력 저하의 단적인 예는 결국 승부의 분수령이 된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무사 3루에서 점수를 뽑지 못한 장면이었다. 리그를 지배하던 과거의 와이번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소년장사' 최정은 팀내 최다 홈런(26개), 최다 타점(84점)을 기록하면서 이호준과 더불어 중심타선의 기둥 역할을 하였다. 2년 연속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정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4번 타자 이호준은 타율 3할,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장타력은 좋아졌어도 세기가 예전에 비해 헐거워지면서 와이번스 타선이 안겨주던 중압감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와이번스는 시즌 종료 후 FA 이호준과 재계약에 실패했고, 이호준은 신생구단 NC로 이적하는 바람에 보상선수 조차 얻지 못하였다. 또한 차세대 유틸리티 맨으로 기대를 모으던 모창민도 특별지명을 통해 NC로 이적하게 되었다. 든든한 마무리 역할을 담당하던 정우람도 군입대를 하면서 새로운 마무리 후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와이번스는 기존 마리오와 부시 2명의 용병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두 명의 외국인 좌완투수 크리스 세든과 덕 슬레이튼을 영입했다. 덕 슬레이튼의 경우 용병으로는 드물게 중간 계투요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시즌 개막 직전 부정적인 전망을 딛고 와이번스는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진출과정이 예년 시즌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전의 빈틈이 보이지 않던 최강팀의 지위에서 이제는 어느 팀도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이제 야수진의 주축 선수들이 30대 초·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와이번스는 야수진의 세대교체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와이번스에는 반갑지 않은 뉴스가 들려왔는데, 에이스 김광현의 어깨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수술을 포기하고 재활을 선택하였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견에도 불구하고 김광현은 재활을 선택했는데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와이번스를 넘어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김광현의 부상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한창 던져야 할 나이에 어깨 부상의 위험을 늘 달고 살아야 하는 김광현의 구위가 과연 전성기 시절처럼 살아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와이번스는 내년 시즌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호준이 빠진 4번 타자 자리를 메워야 하고, 정우람이 빠진 마무리 투수 자리도 메워야 한다. 또한 윤희상 홀로 고군분투한 선발진도 좀 더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와이번스는 세밀하고 촘촘한 조직력의 야구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과 동시에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올 시즌 와이번스가 보여준 경기력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헐거워진 모습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미국인 타격코치를 영입하면서 자신의 야구색깔 주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만수 감독의 와이번스 체질 바꾸기가 과연 내년 시즌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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