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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 선발투수 10년차 노경은... 올해 최고의 수확

프로야구 구단별 2012시즌 결산 (6) - 두산 베어스

12.12.31 10:38최종업데이트12.12.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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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으로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서울의 맹주 자리를 놓고 매 시즌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1990년대는 LG 트윈스의 확실한 우위가 지속되었다. 1990년 창단하자마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트윈스는 차별화된 튀는 마케팅으로 야구장에 새로운 응원문화를 창출하였다. 또한 1994년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의 야구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신인 트리오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트윈스는 최다 관중 동원 구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90년대 양팀이 만나면 늘 베어스가 트윈스의 기에 눌리는 모습이었고, 흥행에서도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1999년 OB 베어스가 팀 명을 두산 베어스로 바꾼 이후 양팀의 운명에는 서서히 역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두산 베어스는 1999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총 5차례 진출 (2000년, 2001년, 2005년, 2007년, 20008년)하여 1차례 우승을 거머쥐는 등 성적에서 라이벌 LG 트윈스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트윈스는 같은 기간 단 한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2002년)하여 1차례 준우승에 머무는 대조적인 행보를보인다. 그리고 2002년 이후 트윈스는 단 한 차례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베어스가 트윈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관중동원 능력이었다. 1999년 이후 베어스의 성적은 트윈스를 앞서 나가고 양팀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지만 관중 동원 능력에서만큼은 늘 트윈스가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꾸준히 고정관객층을 늘리기 시작한 베어스는 2006시즌 마침내 총 관중에서 트윈스를 앞서게 된다. (726,359명 vs 718,635명)

그리고 2008시즌 부터 베어스는 총관중에서 트윈스를 앞서기 시작한 이후 매년 관중 동원 능력에서도 우위를 점하면서 20년 가까이 트윈스에 빼앗겼던 서울의 맹주 자리를 점하게 된다. 그 원동력은 'Hustle Doo' 로 대변되는 공,수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였다.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 악착같이 덤벼들고 다이빙 캐치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은 베어스 야구에 빠져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팀의 공격력을 허슬 플레이와 끈질김, 그리고 화끈함이 겸비된 팀 컬러를 구축시키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사상 첫 금메달로 이끌면서 베어스 야구의 브랜드 파워는 한층 강해졌다.

2000년대 후반 매 시즌 승승장구 하던 베어스는 지난 시즌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팀 내부적으로 스캔들이 일어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팀을 8시즌 동안 이끌던 김경문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즌 도중에 유니폼을 벗게 된다. 암울했던 2011시즌을 뒤로 하고 베어스는 팀내 투수코치이자 프랜차이즈 출신의 김진욱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하고,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의 레전드 선수 출신이자 감독까지 역임하는 등의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이토 스토무를 수석코치로 임명하면서 팀 컬러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김진욱-이토 콤비의 영입은 베어스가 투수력 강화와 세밀한 야구 보완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비록 2011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워낙에 기본적인 전력이 탄탄했던 베어스였던 만큼 초보 감독 김진욱 감독이 과연 어떤 색깔의 야구를 보여줄지도 관심사였다. 김진욱 감독은 신사적인 이미지와 온화한 성품이 돋보이는 스타일이었고 좀처럼 강성의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독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올 시즌 베어스의 야구는 지나치게 얌전하고 기존에 보여준 화끈한 투혼의 색깔이 많이 옅어진 느낌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시즌 최종 성적은 68승 62패 3무,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는데, 두산 베어스에게 시즌 초 걸었던 기대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성적이었다. 우선 김진욱 감독을 임명한 배경은 타선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투수진을 보완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일단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리오스(22승)-렌들(12승) 외국인 원투 펀치의 맹활약 이후 가장 안정된 선발투수진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해 15승을 올리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194이닝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0의 훌륭한 성적으로 베어스의 선발진을 굳건히 지켰다. 니퍼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기대를 받았던 김선우는 6승 9패 평균자책점 4.52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김선우의 부진은 다른 두 명의 선발 투수들이 완벽하게 메워주었다.

지난 시즌 선발로 전환한 이용찬은 처음으로 맞이한 풀타임 선발시즌에서 낙차 큰 포크볼을 앞세워 162이닝 10승 11패 평균자책점 3.00의 뛰어난 성적으로 성공적인 선발투수 전환에 성공하였다. 무엇보다도 베어스 선발투수진의 최고의 수확은 입단 10년차를 맞이한 노경은이었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베어스에 입단할 당시 4억 3천만 원의 거액을 받으면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노경은은 그 동안 1군보다는 2군에서 전전하는 날들이 더 많아지면서 팬들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중간계투 필승요원으로 활약하면서 1군 무대 정착 가능성을 높인 노경은은 올 시즌에도 중간계투 요원으로 시작했으나 6월 6일 잠실에서 펼쳐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땜방 선발 등판한 이후 선발 투수로 10승 4패 평균자책점 2.23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에 140km대 슬라이더, 타자 앞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위력적인 노경은은 한 때 선수생활을 그만둘 뻔할 정도로 방황했지만 재기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로 2013 WBC 대표팀에도 발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노경은, 니퍼트, 이용찬 등이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면서 리그 최강의 원,투,쓰리 펀치로 발돋움했고, 김선우와 김승회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 주면서 베어스 선발진은 환골탈태 하였다. 정재훈과 이재우가 부상으로 그리고 고창성이 컨디션 난조로 구멍이 생긴 중간 계투진은 홍상삼이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베어스 최고의 필승 계투요원으로 발돋움하였다.

새로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마무리 프록터는 불안한 모습도 자주 노출했지만 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의 성적으로 베어스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하지만 시즌 후반 구위가 떨어지면서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부처에 투입되지 못하고 김진욱 감독의 외면을 받는 아쉬움을 겪어야 했다.

투수진이 안정된 반면 베어스의 공격진은 눈에 띄게 파워와 집중력이 떨어졌다. 팀내 최다 타율과 타점이 김현수가 기록한 0.291 65타점에 불과할 정도로 베어스 공격진은 2006년 '두점 베어스'시절로 불리던 이후 가장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팀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10개를 기록한 윤석민에 불과할 정도로 베어스의 중심타선은 장타력이 실종되었다.

'두목곰' 김동주의 부재가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 대신 윤석민을 차세대 4번 타자로 육성하기 위해 중용했지만, 두목곰이 없는 중심타선의 허전함은 감출 수 없었다. 베어스는 시즌 종료 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했는데, 베어스 프랜차이즈 출신의 홍성흔을 롯데에서 다시 복귀시켰다. 홍성흔의 영입으로 인해 팀내 지명타자 자리에 윤석민, 오재일 등과 포지션이 겹치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올 시즌에 비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베어스는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1승 3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시리즈에서 중간계투 홍상삼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투수 교체 실패 등이 겹치면서 베어스는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는데, 초보감독 김진욱 감독에게 여러모로 많은 교훈을 남겨줬던 준플레이오프가 되었을 것이다.

베어스는 홍성흔을 영입한 대가로 똘똘한 5선발 요원 김승회를 자이언츠에 넘겨주었고, 마무리 프록터와도 재계약을 포기하였다. 또한 고창성이 특별지명으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투수진의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팀내 유망한 투수 자원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주는가와 마무리 투수요원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내년 시즌 투수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격진은 실종된 장타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2010시즌 5명의 두 자릿수 홈런타자(김동주, 김현수, 최준석, 양의지, 이성열)를 배출했던 모드로 회복이 필요한데 신임 수석코치로 임명된 황병일 수석코치의 조련술이 2009년 KIA 타이거즈에서 최강의 CK포(최희섭-김상현)를 일궈냈던 것처럼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어스는 2000년대 후반 들어 매년 우승후보로 기대를 받는 팀이다. 하지만 최근 2년의 시즌을 보면 이전의 투혼이나 끈질긴 승부근성이 많이 바래진 느낌이다.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챔피언을 탈환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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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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