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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에게 필요한 건 '이인자·쩜오'아닌 바로 박명수

대상 수상, 자신의 주특기를 되찾아 활기 넘치는 개그 보여주길

12.12.30 11:07최종업데이트12.12.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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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명수가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로서는 방송 데뷔 20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는 올해 <무한도전>의 6개월간의 파업 탓에 활동 공백이 있었고, 맡은 프로그램 중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없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 <코미디에 빠지다> 등 다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연말 시상식이 끝나면 수상자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박명수의 이번 수상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자격의 유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생각이 워낙 다양한데다, 수상의 타당함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도 거의 없기에 이런 종류의 논란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 박명수 호통치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개그맨 중 하나가 바로 박명수다. 그는 공격적 개그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 MBC


그의 주특기는 '웃기는 일', 다른 스타일에 자신을 맞출 이유는 없다

박명수가 <무한도전> 등에서 입만 열면 하는 얘기가 있다. 자신이 '이인자', 혹은 '쩜오'의 위치에 있으며 언젠가는 '일인자'가 되겠다는 것. 그가 현재 '일인자'로 칭하는 유재석을 넘어서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무도 내에서 유재석을 대신해 진행을 맡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박명수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주특기는 '진행'이 아니라 '웃기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다른 판을 기웃거리는 형국이니 그 어색함이 때로는 '능력부족'으로 여겨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동료 노홍철은 박명수를 개그맨 중 '가장 웃긴 형'이라 말하기도 했고, '쩌리', '깨알 같다', '스멜~' 등 그가 입만 열면 유행어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박명수 어록'에는 비록 우스개라지만 귀 기울여볼 만한 얘기가 많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웃기는 것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개그맨이다.

그의 가장 전성기로 MBC FM의 <두시의 데이트> 시절을 꼽는 이들이 많다. 그는 당시 시청자들의 전화연결 등을 통해서 '빅재미'를 수없이 제공했고, 등장하는 게스트의 배꼽을 빠지게 하는 혼신의 진행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런데 그때 호평을 받은 그의 '진행실력'은 교양과 박식함이 주가 되는 전형적인 것이 아니었다. 철저히 '박명수 식'의 신선함이었던 것.

그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며, 본인도 인정하듯 얼굴도 잘생긴 편이 아니다. 그러나 개그는 개성이 넘치고 이른바 '막 던지는 개그'의 성공률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개그맨들이 여러 명 꼽을 수 있지만 그만큼 수많은 유행어를 만든 개그맨은 드물다. 팬들은 전형을 깬 그 모습에 열광했다.

▲ 박명수 '소지섭 리턴즈'에서 그에게 호통치던 모습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벗으면 바로 '비굴모드'가 되던 것도 큰 웃음을 주었다. ⓒ MBC


대상 수상, 이제 다시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하는 팬들 많아

그의 장점 중 하나는 프로그램 내에 유명인사들이 등장해도 별로 굽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호통치다 바로 비굴해지는 등 여러 상황을 개그의 소재로 삼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였다. 그 순발력은 라디오를 진행하던 시절부터 최근의 <무한도전> 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형 개그맨으로서 최대 장점이 있는 그가 최근 들어 수비형으로 바뀌어 간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늘 인상을 쓰고 있다 비굴해지는 순간 한 번씩 무안하게 웃던 그에게 웃음이 흔해졌다. 그러다 보니 개그도 개성을 잃고 있다는 평. 동료에게 날카롭게 반응하여 웃음을 주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그가 입을 열면 과연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기대하던 것도 옛말이다. '막 던지는' 개그를 구사하지만 '어록' 등을 통해 나름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출연 중인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은 탓일까. 아니면 자신의 말대로 '어떤가요 콘서트' 준비로 힘들기 때문일까. 유난히 지쳐 보이는 그의 최근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한상사', '명수는 12살', '짝꿍 특집' 등에서 요절복통할 웃음을 만들어내던 그였다. 많은 이들에게서 '빅재미'는 거의 그가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아니던가.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이 때에 오히려 '개그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는 20년 만에 드디어 소원하던 대상을 받았다. 그의 경력으로 보아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웃음'이라는 영역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다. 그것에서만큼은 그는 결코 '이인자'가 아니다. 그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팬들이 그의 어떤 점에 열광했는지 스스로 되짚어 볼 수만 있다면 말이다.

박명수 방송연예대상 무한도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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