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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하다가 급속 추락... '우여곡절' 끝에 진출

[프로야구 구단별 2012시즌 결산 (5)] 롯데 자이언츠

12.12.29 18:50최종업데이트12.12.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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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과 후반의 롯데 자이언츠는 전혀 다른 팀이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자이언츠의 정규시즌 순위를 살펴보면 8-8-8-8-5-7-7-3-4-4-2 를 기록했는데, 2008년부터 꾸준히 4강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 자이언츠가 4년 연속 정규시즌 4강을 유지한 것은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정규시즌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여한 이래 2000년대 후반 들어서야 강팀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인 것이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정규시즌 순위 향상의 '달콤한 맛'에 도취되었는지 팀의 체질을 개선시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경질하고 2011 시즌을 앞두고 고려대 감독을 역임하던 양승호 감독을 선임하였다.

팬들은 인지도가 낮은 양승호 감독이 임명된 것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양승호 감독은 2011시즌 초반 전준우를 3루수, 홍성흔을 좌익수로 배치하는 포지션 변경 실험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수비 불안을 초래하고 성적은 하위권으로 추락하였다. 양승호 감독을 미심쩍어 하던 팬들의 비난포화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는 자이언츠 경기 관람 거부운동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양승호 감독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전준우를 원래 포지션인 중견수로 배치하고 홍성흔에게는 본래대로 지명타자 임무만 맡겼다. 팀 전력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았고, 후반기 대반전을 일궈내면서 감독 교체로 어수선해진 SK 와이번스를 밀어내고 정규시즌 2위에 등극하게 된다.

양 감독 별명은 시즌 초 '양승호구'에서 시즌 후에는 '양승호감'

양승호 감독의 별명은 시즌 초반 '양승호구'에서 시즌 종료 이후에는 '양승호감'으로 급반전되었다. 하지만 2011시즌이 끝나고 양승호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팀 공격력의 핵심이었던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했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과 안정감 넘치는 백업 포수 장성우가 나란히 경찰청으로 입대하였다. 투, 타의 핵심전력과 믿을만한 백업포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자이언츠에 대해 시즌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이대신 잇몸' 전략으로 전력의 부족함을 메웠다. 정답은 '양떼불펜'이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공격력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자이언츠는 2012년에는 전력의 가장 허약한 부분이었던 불펜이 강화되면서 상승세를 타게 된다. 강한 불펜을 구축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FA를 통해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가 아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베어스에서 영입한 김성배와 군에서 제대한 '파이어볼러' 최대성이었다.

60억 원을 들여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는 각각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시즌의 3분의 2 가까이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성배와 최대성이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팀 불펜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또한 마무리 김사율은 팀 역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했고, 또한 34세이브를 거두면서 1994년 박동희가 기록했던 팀 최다 세이브 기록(31세이브)을 경신하였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제구력과 완급피칭 능력으로 김사율은 마무리 투수는 공이 빨라야 한다는 편견을 무너뜨렸다. 장원준이 빠진 선발진에서는 새로 영입한 용병 쉐인 유먼의 활약이 독보적이었다. 대만리그를 경험한 좌완 쉐인 유먼은 179.2이닝 13승 7패 평균자책점 2.55의 뛰어난 성적으로 장원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면서 팀의 1선발 역할을 하였다.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던 송승준은 시즌 중반 이후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두 자리수 승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승수 그 이상의 의미있는 활약으로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기대를 모았던 영건 고원준이 시즌 내내 정신력 논란에 시달리면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공백은 노장 이용훈이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 시즌 2군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면서 부활의 시동을 켠 이용훈은 시즌 초,중반 유먼과 더불어 사실상의 원투펀치 역할을 하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막바지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게 하였다.

지난 시즌 9승을 올리면서 자이언츠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고원준은 시즌 내내 사생활 문제와 정신력이 허약하다는 비난에 시달리면서 고작 3승 밖에 챙기지 못하였다. 히어로즈 시절 140km대 중반을 유지하던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 문턱으로 감소했으며, 변화구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양승호 감독이 그의 사생활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할 정도 자기 관리 태도에 문제점을 지적받은 고원준은 시즌 중반 팀 숙소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 잡는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 종료 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면서 올 시즌 자이언츠 최악의 선수임을 유감없이 증명하였다.

이대호가 빠진 공격력은 확실히 중량감이 떨어졌지만 대신 응집력이 높아졌다. 이대호 대신 주전 1루수를 꿰찬 박종윤이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면서 이대호의 공백을 최소화하였다. 하지만 후반기 타격리듬이 추락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찬스 때마다 범타로 물러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톱타자 전준우가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보였지만 손아섭이 최다안타 1위에 오르는 물오른 타격을 과시했고, 강민호도 팀 내 최다타점 (74점)을 올리면서 꾸준히 중심타선을 지켰다. 홍성흔도 15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중심타선을 든든하게 지켰고 황재균도 하위타선에서 꾸준히 지원사격을 보탰다.

공격력보다는 '양떼불펜'으로 버티면서 꾸준히 상위권 유지

자이언츠는 올 시즌 공격력보다는 '양떼불펜'의 힘으로 버티면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던 자이언츠는 9월 중순에는 선두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3게임으로 좁히면서 선두 등극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하지만 9월 14일 광주에서 펼쳐진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를 기점으로 자이언츠는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한다. 첫 경기를 10-1로 내준 자이언츠는 두 번째 경기에서 6-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7 동점을 허용한다. 하지만 연장 12회초에서 자이언츠는 다시 한 점을 뽑으면서 승리를 따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강영식이 아웃 카운트 한개를 남기고 타이거즈 신인 황정립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내주면서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한다.

이 경기 이후 자이언츠는 11경기에서 1승 10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면서 선두 경쟁은 커녕 2위에서 밀려나면서 4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승수 쌓기의 제물로 여겨지던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다잡은 승리를 놓친 것이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허탈감을 안겨주면서 자이언츠는 추락을 거듭하였다.

시즌 내내 승승장구를 거듭하다가 급속한 추락을 겪으면서 4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던 자이언츠는 10월 2일 경기에서 타이거즈에 10-2로 승리를 거두면서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2위로 도약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시즌 내내 2위를 달리다가 4위로 추락한 이번 시즌 자이언츠의 포스트 시즌은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자이언츠는 경기초반 3-0으로 앞서가다가 실책으로 자멸하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3-5로 역전당하게 된다. 패색이 짙어진 것처럼 보이던 자이언츠는 8회초 대타 박준서가 베어스 필승 계투요원 홍상삼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뽑아냈고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8-5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 2차전에서도 시즌 중반 베어스에서 트레이드 되온 백업 포수 용덕한이 9회초 극적인 역전 솔로 홈런을 뽑아내면서 자이언츠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된다.

하지만 3차전에서 7-2로 무기력하게 물러난 자이언츠는 2010년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앞선 2경기를 모두 이기고도 리버스 스윕을 당했던 뼈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듯 했다. 4차전에서도 자이언츠는 8회말까지 3-0으로 뒤지다가 8회말 3-3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 연장 10회말 베어스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으로 극적인 끝내기 점수를 뽑으면서 1999년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위닝시리즈를 연출하게 된다.

자이언츠는 지난 해에 이어 다시 만난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서면서 1992년의 기적을 이루는 듯 보였다. 그러나 4차전에서 마땅히 내놓을 선발투수가 없는 바람에 진명호를 땜방 선발로 내보내야 했고, 진명호가 초반에 난조를 보이면서 이정민을 내세우면서 와이번스 타선을 상대한다. 대량 실점이 우려되었으나 예상 외로 2점만 내주면서 접전을 펼친다. 하지만 타선이 상대 선발 투수 마리오에게 철저히 봉쇄 당하는 바람에 득점력 빈곤에 시달린 것이 아쉬운 패인이 되었다.

자이언츠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초반 상대 선발 투수 김광현을 조기 강판시키면서 3-0 리드를 잡는다.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가을 DNA가 왕성한 와이번스의 저력은 역시 위력이 넘쳤다. 믿었던 선발투수 유먼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난조를 보였고, 구원투수로 선발요원 송승준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웠지만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하면서 자이언츠는 결국 와이번스에게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시리즈를 놓친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자이언츠는 시즌 종료 후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된다. 팀을 2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끈 양승호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이유는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이었다. 팬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잘 이끈 양승호 감독을 해임한 구단에 비난을 퍼부었다. 언제부터 자이언츠가 우승을 노릴 정도로 강팀이었는지 구단이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양승호 감독이 시즌 도중 구단 최고위층과 선수 기용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구단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자이언츠 구단은 양승호 감독 후임으로 히어로즈 감독을 역임했던 김시진 감독을 임명하였다. 팀내 투수진에 젊은 유망주들을 육성해달라는 명분이었는데, 정작 우승을 노리는 자이언츠 구단이 아직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김시진 감독을 선임한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결국 이미 구단 고위층에서 김시진 감독을 예전부터 차기 감독후보로 염두에 두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퍼져 나갔다.

또 다른 반전은 덕장으로 칭송받던 양승호 감독이 고려대 감독시절 입학을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양승호 감독의 구속은 그를 순식간에 '덕장'에서 '비리감독'으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시즌 내내 '승승장구'의 행보를 보이다가 시즌 종료를 앞두고 '우여곡절'의 행보를 보인 자이언츠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력과 응집력을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구어내서 더욱 값어치가 컸던 시즌이라 할 수 있다. 자이언츠는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팀 공격력의 핵심이었던 김주찬과 홍성흔을 FA로 각각 KIA와 두산에 내주고 말았다. 기동력이 뛰어난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자를 한꺼번에 잃은 자이언츠는 대신 보상 선수 지명에서 사이드암 영건으로 주목받은 타이거즈의 홍성민과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5선발 요원으로 각광받은 베어스의 김승회를 영입하여 결코 밑지지 않는 장사를 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글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좌타자 장성호를 영입하여 홍성흔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되었다.

자이언츠는 꾸준한 활약을 보인 용병 사도스키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우완 외국인 투수 스캇 리치몬드를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전력 구성을 마쳤다. 김주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또 다른 트레이드가 시도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김시진 감독은 팀 전력이 불완전한 히어로즈 시절과는 달리 성적 부진에 대한 마땅한 면죄부가 없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대 유니콘스 코치시절 임선동, 김수경, 신철인, 이동학 등을 키워내면서 명 조련사로 명성을 떨치던 영광을 자이언츠에서 재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김주찬과 홍성흔이 빠진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것인지도 자이언츠 내년 성적을 판가름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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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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