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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힐링캠프'가 '땡큐'에 있었다

[리뷰] 혜민 스님, 차인표, 박찬호가 보여준 진정한 소통법

12.12.29 15:16최종업데이트12.12.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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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 한해 대중문화 키워드를 분석해보자면, 단연 '힐링'이다. 특히나 출판물 시장에 있어서는 혜민 스님을 필두로 법륜 스님, 정목 스님의 책이 소설, 자기 계발서를 제치고 오랜 시간 판매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왜 대중들은 불교 성직자인 혜민 스님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너도나도 지쳐있고 희망에 대한 기약 없이 분노와 절망이 차오르는 시대. '마음을 비우고  오늘 하루에 충실히 사세요' 식의 혜민 스님의 한 마디는 기존 성직자들이 전하는 말씀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지친 젊은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지난 28일 방영한 SBS <땡큐> 한 장면 ⓒ SBS


맨 땅 중생들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논하기보다, 자기 또한 종교적 계리와 세속에 대한 미련으로 고민 중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으로 대중 곁에 다가가는 혜민 스님. 어쩌면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종교적, 도덕적 가치가 붕괴되는 세상. 종교와 현실을 넘어 결코 세속적 욕망과 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들에게 맞는 가르침을 주는 혜민 스님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던 성직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난 28일 오후 11시에 방영한 SBS <땡큐>는 다소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혜민 스님, 차인표, 박찬호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가 48시간 동안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는 기존에 있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혜민 스님, 차인표, 박찬호가 서로에게(엄밀히 말하면 대중들이 그들에게 궁금한 점) 질문하는 방식은 영락없는 토크쇼처럼 보였다.

하지만 <땡큐>는 기존 토크쇼처럼 혜민 스님, 차인표, 박찬호에 대한 신변잡기에 주력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부각시키지 않았다. 그저 혜민 스님이 승려로서 살아오면서 세속에서의 인연을 끊기 위해 힘들었던 지난 날과 성공한 메이저 리거에 가려진 박찬호의 애환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지난 28일 방영한 SBS <땡큐> 한 장면 ⓒ SBS


<땡큐>의 묘미는 차인표의 남다른 몸도, 영하의 날씨에 얼음물에 뛰어 들어간 전직 메이저리거의 패기도 아니었다. 시대의 멘토로 주목받는 혜민 스님과 스타임에도 불구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있는 차인표와 박찬호의 가식 없는 솔직한 대담이이 신선한 위로로 다가갔다.

불교 성직자인 혜민 스님과 독실한 크리스천인 차인표가 마음의 문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종교 갈등까지 여러 갈등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의 새로운 해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동안 각각 다른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라도 서로의 상반된 입장을 이해하고자하며, 포용력을 갖춘다면 2013년 대한민국의 염원인 '통합'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일 정도다.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기도 하지만, 사실 모든 만물의 이치는 하나다. <땡큐>는 그 세상의 이치를 혜민 스님, 박찬호, 차인표의 진솔하고도 따뜻한 대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땡큐>야 말로 지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힐링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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