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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터 1억까지...2012년 한국영화를 관통한 10개의 숫자

숫자로 본 2012년 한국영화 결산

12.12.29 12:13최종업데이트12.12.3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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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포스터 ⓒ 쇼박스


1
: <도둑들>, 올해의 흥행 1위

명실상부 올해의 천 만 영화. 1298만 명을 동원한 <도둑들>은 절정의 스타시스템과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의 스타 감독 최동훈의 이름값에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란 장르적 특질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특이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간의 천만 영화들이 민족주의나 분단, 사회성, 한국판 SF와 전쟁물과 같은 소재주의와 민족주의 등 여타 요인과 결합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관객성의 변화까지 감지해 볼 수 있는 놀라운 스코어였다. 허나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또 하나의 천만 영화가 출현하며 이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3
: 배우 하정우의 올 한해 영화 개봉 편수 

충무로 관계자들이 전하는 '대세 배우'는 단연 하정우다. 올 한해 <러브픽션>으로 워밍업을 한 하정우는 500만을 돌파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상반기 한국영화의 흥행세를 주도했다. 그와 짝패인 감독 윤종빈과 함께다.

그 여세를 모아 자신이 주도한 프로젝트 <577 프로젝트>를 개봉시킨 그는 연이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마치고,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촬영까지 최근 마쳤으며, 이후 강동원과 만난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 <군도>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티켓파워까지 갖춘 배우, 상업영화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 게다가 "실생활이 영화"라는 이 다작의 배우야말로 올해에 이어 2013년의 배우 자리를 예약한 자타공인 충무로의 '대세'다.

영화 <터치>의 한 장면. ⓒ 민병훈 필름


8
: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개봉 후 자진 종영을 선언한 기간

"관객에게 분명히 볼 권리가 있지나 나에게도 내릴 권리가 있다. 구걸하듯 극장에 하루 1,2회 상영해 과연 하루 몇 명이 <터치>를 보겠나."

2006년 <포도나무를 베어라>이후 6년 만에 '생명에 관한 3부작'의 첫 편을 들고 나온 이 예술영화 감독의 복귀는 그러나 순탄치 못했다. 논란은 일었으나 해결책은 없었다. 올 한해 논란이 된 멀티플렉스 체인의 수직계열화 문제에 마지막 정점을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 사이 <터치>와 함께 11월에 개봉한 <백야> <개들의 전쟁> 등 '작은 영화들'은 시쳇말로 '박 터지게' 스크린 확보 전쟁을 치러야 했다.  

18
: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연출작 편수

1995년 <악어>로 데뷔해 언제나 '문제적' 영화를 연출하는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김기덕 감독의 귀환은 영화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오다기리 죠, 이나영이 출연한 <비몽> 이후 셀프 다큐 <아리랑>과 극영화 <아멘>을 만들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거장'이었다.

하지만 <피에타>로 3대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첫 번째 감독의 자리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강심장> 등 TV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국민 감독님'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는 사이 <피에타>는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처절하게 '예술성'과 '상업성'의 간극을 입증하고, 경계를 넘나든 이 문제적 감독. 어찌됐건 이제는 더 이상 외로워말고 창작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영화 <26년>의 한 장면. ⓒ 청어람


26
: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26년>의 제목

바야흐로, 정치영화가 도래했다고들 떠들었다. 여기서 같이 거론되어야 할 영화들은 <MB의 추억> <맥코리아> <유신의 추억>이 아니다. 지향성이 분명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는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을 기도하는 스릴러'가 불경한 것이 아니다. <26년>이 지향하는 바는 최초 영화화의 좌절부터 재점화, 제작두레와 이승환·김제동을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의 지원, 그리고 18대 대선 전 개봉 시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궤적과 그 어떤 열망들이 뭉쳐져 있기에 더한 의미가 있다.

그건 설익은 완성도와는 또 다른 문제다. 더더욱 <부러진 화살> 이후 기적적으로 부활한 정지영 감독이 고 김근태 의원의 수기를 바탕으로 '고문의 시대'를 직시하는 <남영동 1985>의 스코어가 안타까워지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는 2013년 어떤 '정치영화'와 만날 수 있게 될까.  

1997
: <건축학개론>과 90년대 복고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제목에 들어간 년도

충무로에서 오래 묵은 시나리오였던 <건축학개론>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소환한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신의 한 수'였다. 그렇게 불어온 '정통 멜로'의 흥행 열풍은 이미 잉태되고 있던 1990년대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강력한 대중문화적인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제 그 30대는 자신의 사춘기적 감수성과 대중문화에 대한 기억을 현재적 소비로 창출하게 되었고, 이후 등장한 <응답하라 1997>은 그 화룡정점이 되었다. 그리고 30대는 전통적인 영화이 주요 소비 계층인 20대와 더불어 영화 소비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 기억의 소환이 '멜로'에 그칠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영화 <두 개의 문>의 포스터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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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의 최종 흥행 스코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위시한 정치인들의 관람이 줄을 잇고, SNS 상에서의 필견 운동에 비하면 아쉬운 스코어가 맞다. 한편으로 이 숫자는 '<두 개의 문>과 같은' 다큐를 관람할 만한 절대 관객들(상영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현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의 수를 반영하는 수치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용산 참사'의 문제를 현재적 기억으로 다시 소환한 <두 개의 문>의 성과는 그 어떤 상업영화의 성취보다 곱씹을 만하다. 무엇보다 '기억'과 '의미'에만 기대지 않는 영화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013년의 관객들은 또 다시 <두 개의 문>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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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의 <늑대소년>과 그 확장판이 동원한 관객 수

결국 700만을 넘겼다. 하지만 이 숫자에 주목하는 것은 상영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송중기라는 젊은 배우의 출현이다. 그러니까 (<과속스캔들>의 박보영과 함께) 온전히 20대 배우가 온전히 자신의 이름값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송중기의 성공은 좀 더 전이가 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현재의 20대 청춘영화가 상업영화로 소비되지 않는 시대. 판타지멜로를 경유한 <늑대소년>의 성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야만 활력을 이어갈 수 있는 대중문화계의 산업적 측면에 부응하는 반가운 예다. 여기엔 더 많은 리스트가 추가되어야만 한다. 이제훈, 유아인과 같은 동년배 배우들을 응원할 수 있는 이유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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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12월 27일까지 관객 수

9월 개봉한 이 천만 영화가 여전히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병헌의 절정의 연기력, 웰메이드 사극의 재미, 출중한 조연진의 빼어난 뒷받침, 대선 정국에 찾아온 '왕권'에 관한 관심과의 조응 등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타법'이 발의되는 수직계열화 비판의 시대에 이 영화가 남긴 상흔은 분명하다. 과연 관객들이 찾는 영화가 '좋은 영화가 먼저'인지 '멀티플렉스에 걸린 영화가 먼저'인지는 그 누구도 계량화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여전히 3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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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가 2012년 돌파한 총 관객 수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의 명암'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의 문제다. 그 만큼 관객의 입맛에 맞는 한국영화들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2012년의 한국영화는 그렇게 런던올림픽과 이상기온을 이겼다. 여기서 누가 돈을 벌었느냐보다, 누가 영화판을 떠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건 독립영화의 활로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맞이할 것이다. 해피 뉴 이어!

광해 도둑들 두 개의 문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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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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