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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는 돌아왔지만... 너무 늦게 걸린 '시동'

[프로야구 구단별 2012시즌 결산 4] KIA 타이거즈

12.12.28 13:49최종업데이트12.12.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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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2강은 전년도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와 4위팀 KIA 타이거즈였다. 전년도 우승팀 라이온즈는 그렇다 치더라도 준우승도 아닌 4위팀 타이거즈가 우승후보로 꼽혔던 가장 큰 이유는 프랜차이즈 대스타 출신이자 감독으로서도 명성을 떨친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했고, 수석코치에는 역시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중의 한 명인 이순철 전 LG트윈스 감독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타이거즈의 상징적인 레전드 출신 스타들이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타이거즈 팬들은 큰 기대감에 사로 잡혔다. 전임 조범현 감독이 팀을 맡은 2011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타이거즈는 리그 1위를 달리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바가 있기 때문에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전력이 훨씬 강화되고 안정적인 행보를 보일거라는 기대감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선동열 감독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팀을 두 차례 통합챔피언에 올려 놓았고, 2009년 단 한 차례만 제외하고 팀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성적뿐만 아니라 선동열 감독의 손을 거친 오승환, 권오준, 권혁, 정현욱, 안지만, 윤성환 등의 투수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고, 최형우, 박석민 등을 발굴하여 타선에서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일구어 내는 등 선수조련 측면에서 선동열 감독은 충분한 검증을 거친 명 조련사였다.

비록 감독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순철 수석코치는 자타가 인정하는 탁월한 야구이론과 실전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LG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고향팀에서 선동열 감독과 찰떡궁합을 이뤄 타이거즈 명가 재건에 큰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이렇듯 두 명의 타이거즈 레전드들이 복귀한 것만으로도 타이거즈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또한 기본적인 전력구성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만큼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의 손길을 거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선동열·이순철 오고 이종범 가고... 명암 엇갈린 '레전드'

하지만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 내 또 다른 레전드이자 최고령 현역 선수(당시 만 41세)였던 이종범이 전격 은퇴를 선언한 것이었다. 이종범은 시즌 개막 엔트리에 제외된 것에 대해 더 이상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판단하고 은퇴 결심을 내렸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도 아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모두 마치고 난 후,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은퇴가 결정된 것은 여러 모로 좋지 않은 모양새였고, 입증되지 않은 의구심들을 불러 일으켰다. 더군다나 이종범이 선수단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부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시즌 시작 직전 팀의 구심점을 잃은 타이거즈는 삐걱거렸다. 차라리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현역으로 다시 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이거즈는 투타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하였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 이후 선수단 파악 기간이 길지 않았던 탓에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하였다. 좌완 심동섭, 박경태 등은 여전히 미숙한 모습이었고, 갑작스런 부진의 늪에 빠진 양현종도 좀처럼 깨어나지를 못하였다. 또한 늘 부상을 안고 살던 한기주는 여전히 불안한 널뛰기 모드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용병투수 앤서니와 라미레스도 시즌 초반 리그 적응에 실패하면서 타이거즈 투수진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들었다. 타선은 더욱 심각하였다. 우선 팀 타선의 핵심인 LCK(이범호, 최희섭, 김상현)가 좀처럼 결합하지 못하였다. 최희섭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팀에서 쫓겨날 뻔한 신세에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구제를 받았지만 훈련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이범호의 '유리몸'은 좀처럼 수리가 되지 않았고, 김상현 역시 부상의 악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중심타선의 텅 비다보니 타이거즈 타선의 공허감은 시즌 내내 지속되었다. 팀이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도 타이거즈 타선의 기본적인 체질은 허약하였다. 다만 최희섭과 김상현이 리그 최강의 홈런 및 타점 생산능력을 발휘해준 덕분에 타선의 허약함이 커버되었고, 나지완과 안치홍 등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면서 지원사격을 해주면서 집중력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최희섭과 김상현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고, 2011시즌 팀 공격력의 핵심이었던 이범호도 여전히 유리몸 모드임을 입증시켜 주었다. 선동열 감독은 더 이상 LCK포에 의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았다. 팀의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은 김주형은 여전히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였다. 시즌 중반 이순철 수석코치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타격코치까지 겸임했지만 반등효과는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 팀내 최다 타점은 안치홍의 64타점이었고, 팀내에서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나지완이 유일한데, 그것도 10개를 겨우 넘긴 11개였다. 팀내 유일한 3할타자는 김원섭(0.303)뿐이었다. 허약한 공격력은 시즌 내내 타이거즈의 발목을 잡았다.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마치고 타격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용달 코치를 신임 타격코치로 임명하였다. '김용달 매직'이 과연 내년 시즌에 어느 정도 발휘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즌 내내 공허했던 타선... 뒤늦게 발동 걸린 '명품' 선발진

투수진은 시즌 후반 뒤늦게 발동이 걸리면서 올 시즌에 타이거즈 투수진이 보여줬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9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치러진 4경기 동안 타이거즈는 투수 4명으로 4연승을 거두었다. 투수진에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진 요즘 야구에서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 같은 현상이었다. 9월 23일 서재응을 필두로 김진우, 윤석민, 소사 등의 선발투수들이 경기를 책임지면서 마운드를 지배하였다. 선발진에 비해 계투진이 허약한 타이거즈 투수진이 올 시즌 보여줘야 했던 모범답안 같은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적응에 힘들어했던 앤서니는 중반 이후 안정을 되찾으면서 팀내 최다승(11승) 및 최다이닝(171.2)을 소화하였다. 뒤늦게 합류한 용병 소사는 위력적인 구위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147.1이닝 9승 8패, 평균자책점 3.54의 호성적을 거두었다.

팀내 선발진의 최고 수확은 돌아온 괴물 김진우였다. 2002년 입단 당시 타이거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김진우는 오랜 방황을 마치고 지난 시즌 팀에 복귀해 올 시즌 다시 예전의 괴물모드로 돌아왔다. 이후 2006년 이후 6년 만에 두 자리수 승수 달성에 성공하였다. 전매특허인 150km의 빠른 직구에 폭포수 같은 커브가 되살아나면서 김진우는 윤석민, 서재응과 함께 리그 최강의 토종 선발진 구축하게 했다.

서재응의 아트피칭도 완벽하게 부활하였다. 면도날 같은 제구력의 소유자인 서재응은 국내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면서 44.2이닝 무실점의 대기록도 달성하였다. 비록 자신의 숙원이었던 두 자리수 승수에 아쉽게 1승이 모자랐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매년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을 보이는 서재응의 존재는 팀내 젊은 투수들에게 충분한 귀감이 될만하다.

지난 시즌 MVP이자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인 윤석민은 시즌 초반 승운이 따라주지 못했고, 전년도에 비해 집중타를 허용하는 모습이 잦아지면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구위의 소유자인 윤석민은 리그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던 류현진이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동기부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윤석민에게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WBC에서 보여준 그의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은 리그에서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동기부여만 장착되면 윤석민은 언제든지 고성능 직구와 슬라이더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계투진에서는 대졸신인 박지훈과 홍성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이 키워낸 최고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이 돋보인 박지훈은 50경기에 등판 3승 3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38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사이드암 홍성민도 48경기에 등판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38로서 가능성을 보였는데, 아쉽게도 FA로 영입한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되었다.

'레전드'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그들은 2013년은?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전년도보다 성적이 퇴보하고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홈구장 총관중이 감소하는 수모를 겪은 타이거즈는 내년 시즌을 대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3년은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단 한 차례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앞두고 혹독한 조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순철 수석코치는 LG 트윈스 감독, 히어로즈 수석코치, 그리고 올 시즌 타이거즈 수석코치를 역임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경험이 없었기에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만약 타이거즈가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타선은 FA를 통해 김주찬을 영입하면서 운용의 폭을 상당히 확대할 수 있게 되었고, 김용달 타격코치 영입을 통해 타자들의 전반적인 기량 향상을 꾀하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밸런스를 잃어버린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부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마무리 투수도 빠른 시일 내에 정해야 한다.

2014년 신축 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타이거즈는 2013시즌이 무등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다. 과연 타이거즈 영광의 추억이 서려 있는 무등구장에서 타이거즈는 마지막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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