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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만 재미있으면 끝? "한국 드라마 무책임해요!"

[주장] '명작 드라마의 필수조건은 생방송 아닌 전작제

12.12.29 14:53최종업데이트12.12.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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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다> 성폭행 피해자와 그 주변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치유의 해법 제시는 지지부진해지고 있고,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며 스릴러로 변해가는 중이다. ⓒ MBC


드라마의 사전 제작제(전작제) 정착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펼쳐진다는 요즘의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껏 되풀이되어 온 불만들이 해소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작제의 장점 중 가장 큰 것은 작가와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영 중 내·외의 상황 변화에 맞춰 내용을 수정하는 일 또한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을 담당하는 각종 캐릭터들도 외풍에서 비교적 안전하다.

사전제작과 정반대의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명작 드라마'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반증이다. 

제작자 편의주의는 접고, 작품을 고민해야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초반에 해외 로케이션, 빠른 전개 등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주제 또한 거의 드러나게끔 배치하고 있다. 그렇게 공들인 초반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의 변형과 내용의 부실함, 과도한 간접광고 등으로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를 고민하게 만든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삼포세대'의 애환을 다룬다는 <청담동 앨리스>는 중반을 향해가며 흔한 멜로가 되어가고 있고, 성폭행을 둘러싼 내용으로 치유의 해법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했던 <보고싶다>는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며 점차 스릴러로 변해가고 있다. 두 드라마는 초반, 강력한 메시지를 표출하며 기대를 모았었다.

그 외의 여러 드라마들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무리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출현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청담동 앨리스> 초반, 처절한 '삼포세대'의 외침을 그려내 공감을 샀던 이 드라마는 중반을 향하며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다. ⓒ SBS


문제는 이런 환경이 결국 제작진, 혹은 방송사의 편의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라는 점이다. 기획의도와는 상관없이 일부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각도를 틀거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캐릭터를 갑자기 부각시킨다거나 하는 일은 흔하다. 그 결과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지고, 이는 결국 방송사와 시청자 양측에 큰 손실이다. '명작'이 '망작'으로 변해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시청자들은 제작자나 방송사들 간의 속사정을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대한 반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간접광고 삽입이 쉽지 않은 점 등으로 방송사들이 꺼리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완성도 높은 드라마 한편이 방송사의 위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반면 간접광고의 과도한 활용,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는 제작방향 수정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면밀히 비교,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쪽이 승리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좋은 드라마'로 시청률을 높이는 것이 결국 방송사의 이익과 결부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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