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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신성 심석희... 정상을 위해 뛰는 '소녀의 꿈'

[인터뷰] 여자 쇼트트랙계의 샛별, 중학생 국가대표 심석희

12.12.28 09:26최종업데이트12.12.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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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 박영진


"대회 목표는 항상 1등이에요. 세계선수권도 1등 하고 싶어요."

정상의 자리를 원하는 16살 소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바로 여자 쇼트트랙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국가대표 막내 심석희(15, 오륜중)다. 여자 선수로는 제법 큰 키인 174cm에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한 심석희는 올 시즌 여자 쇼트트랙계를 평정했다. 첫 시니어 데뷔 시즌에서 월드컵 1500m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으며, 1000m에선 세계신기록마저 갈아치웠다. '제2의 진선유'라는 수식어답게, 여자 쇼트트랙계의 중심이 된 심석희 선수를 25일 서울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심석희는 이미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전부터 새로운 신예로 주목받아왔다. 올해 초 심석희는 동계 유스올림픽 대회에 출전해 500m와 1000m를 모두 석권했다. 그리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선 4관왕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으며 세계신기록까지 수립했다.

마침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밴쿠버 올림픽 멤버였던 박승희(20, 화성시청), 조해리(25, 고양시청), 김민정(26, 용인시청) 등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한동안 침체됐던 여자 쇼트트랙계에 다시 새로운 샛별이 떠오른다는 기대로 주목받은 심석희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기대가 더 컸다고 얘기하면서, 시니어 무대 데뷔 소감을 밝혔다.

"걱정하는 것보단 기대가 더 많았어요. 생각을 걱정하는 쪽으로만 한다면 더 자신감도 없게 될 것 같고,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편했거든요. (4차 대회까지) 이것저것 많이 경험도 해본 것 같고요. 이제 경험도 그렇게 해봤으니깐 더 단단히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심석희는 1500m 4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조해리, 박승희, 김민정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꾸준히 1500m 결승에 올라간 심석희는 팀 동료들과 함께 금·은·동메달을 모두 싹쓸이 하는 데 1등 공신이었다. 여자선수들의 특유의 팀플레이로 최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1500m 레이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거리가 우리나라가 더 강하기 하니깐 자신감 있게 들어가는 건 있었지만, 4관왕 할 거란 예상을 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경기 목표를 높게 갖는 편이긴 해요. (경기 중에는) 팀플레이 역할이란 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그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왕멍과의 500m 대결, 더욱 강해질 것이다

쇼트트랙 심석희가 21일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박영진


심석희에게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500m 때문이기도 하다. 500m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가장 약한 종목이다. 장거리 훈련으로 단련된 한국 선수들은 1500m에선 모든 선수들이 최상위권에 든다. 그러나 단거리에선 대부분 스타트에서 밀려, 선수들이 준결승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파이널B 순위 경기로 밀리거나 또는 준준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심석희는 달랐다. 남들과 다르게 빠른 스타트까지 겸비하고 있어, 올 시즌 3차 월드컵 여자 500m에선 동메달까지 거머쥐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 메달은 지난 2007-2008 시즌 현 국가대표 박승희가 월드컵 대회에서 500m 은메달을 딴 이래, 5시즌 만에 나온 메달이다. 중국의 대표 에이스인 왕멍(26)과의 맞대결에서 값진 성적을 낸 만큼 앞으로의 발전은 충분하다. 하지만 심석희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500m는 바퀴 수가 적은 만큼 기회도 적게 주어지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살려내는 것도 어려웠고,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왕멍 선수는 상당히 노련한 선수이고 제가 경험이란 것을 더 쌓아서 해야겠죠. 아직 전 스타트도 느리고 순발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프리시간(개인훈련 시간) 때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한편 여자 1000m 세계신기록은 전혀 예상외의 결과였다고 얘기했다. 1차 월드컵 여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심석희는 준결승에서 기록을 세웠다. 불과 하루 전 캐나다 선수가 깼던 기록을 바로 다음 날 갈아치운 것이다. 1, 2차 대회에서 모두 압도적인 레이스로 이긴 비결을 묻자 심석희는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제가 경기 후에 스케이트 끈을 풀면서 세계신기록인 걸 알았어요. (압도적인 레이스에 대한) 비결이 딱히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모든 방면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계주에서 심석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지막 2바퀴를 달려야 하는 2번 주자로 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한 역할인 2번 주자는 마지막 주자라는 역할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자리기도 하다. 올 시즌 1번의 금메달과 1번의 은메달을 기록한 한국 여자계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심석희는 준비를 많이 했던 만큼 계주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계주 순번은) 처음에 감독님의 권유가 있었고 언니들과 상의해서 정해진 건데, 전 3, 4번이 더 편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막상 계주를 해보고하니 2번만 잘 타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더라고요. 많이 아쉬웠던 점이 일단 1등을 못했다는 점과 이제 자꾸 돌발 상황이 생겨서 그런 것에 조금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상을 향해 뛴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사진 맨 왼쪽)가 25일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남자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 박영진


하지만 압도적인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차 대회 1000m와 1500m는 마지막까지 중국선수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막판에 중국선수가 손으로 미는 동작이 있었지만, 심석희는 결국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심석희는 체력적인 부담이 조금 있었다면서 외국 선수들의 높아진 실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고, 그때 레이스를 풀어나가는 것도 잘못 판단한 부분도 있었어요. 더 그만큼 보완하고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전에는 중국선수들이 잘 탔는데 요즘은 외국선수들이 두루두루 잘 타기 때문에, 모두가 경쟁하는 대상인 것 같아요."

심석희는 강한 체력과 함께 큰 키로 다른 외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심석희는 태릉선수촌에서의 빙상훈련에서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다. 1시간 동안의 빙상훈련에서 심석희는 최강복 감독과 코칭스텝의 지도에 따라, 1000m와 1500m 체력 훈련을 남자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심석희는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으로 득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했다.

"(훈련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은 크게 없이 비슷한 것 같아요. 일단 장거리, 단거리 훈련 모두 부족해서 둘 다 하는 편이에요. 여자선수들보다 남자선수들이 속도도 빠르고 힘이 더 좋기 때문에 그런 거에서 차이가 나요."

레이스 운영에서도 아직까진 부족하다며 심석희는 최근 경기를 다시보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한 쇼트트랙 팬카페에 가입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내년 2월에 있을 월드컵 5차 대회는 특별하다. 바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림픽 메달이 목표인 심석희에게 이번 5차 월드컵은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심석희는 소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대회보다 좀 더 색다를 것 같아요. 목표는 1등하는 것. 좋은 성적을 계속 내서 세계선수권에서도 꼭 1등하고 싶습니다."

여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심석희. 소치동계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인 심석희는 최정상의 자리를 향해 뛰고 있다. '심석희 효과'로 불리며 여자 쇼트트랙팀이 강해졌단 소리에 대해 "대한민국 쇼트트랙 팀이 강해졌단 것으로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미래의 유망주는 자신에게 부족한 50점을 채우기 위해 태릉선수촌 빙상장을 누비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이 기대되는 것은 꿈을 위해 뛰는 심석희의 '내일을 향한' 굵은 땀방울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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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심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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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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