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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의 부부가수, 비결은 '믿음'입니다

[발룬테이너]어느 부부가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12.12.27 14:57최종업데이트12.12.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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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해와 달, 불우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옷 보따리를 들고 화천군수를 찾았다. ⓒ 신광태


"이 옷들을 결손가정 자녀를 위해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2월 중순, 어느 부부가 옷 보따리를 들고 화천군수(정갑철)를 찾았다. 이들이 가져온 물건은 어린이 옷 400점과 어린이 양말 500켤레. 연말연시를 앞두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기 위해 군수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대부분 '불우이웃 돕기 성금 ○○○원 △△대표 □□□' 이런 식의 팻말을 만들어 자랑이라도 하듯 사진을 찍는다. 일종의 생색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달랐다. '양말 500켤레, 옷 400점'이라 쓴 팻말을 근사하게 포장을 해 가져왔을 만도 한데 그냥 옷 보따리만 덜렁 들고 왔다.

장수 부부 가수, 이유 있었네

'해와 달' 이라는 이름의 가수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길에서 '불우 청소년 돕기 공연'을 통해 만났거나 '축복'이란 노래로 기억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해와 달'은 70년대 각각 개별적으로 미8군에서부터 활동해 왔으니 원로가수다. 또 현존하는 가수 중 26년간 부부로 살았으니 부부가수 부문에서도 또한 원로에 해당한다.

'해님'인 홍기성 씨와 '달님'인 박성희 씨는 1985년에 공연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딱 1년 뒤 결혼식을 올렸다. 홍씨는 박성희 씨의 가창력에 반했고, 박씨는 홍기성 씨의 기타, 색소폰 등 연주 실력에 이끌렸다. 당시에는 가수들이 이혼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이 몇 년이나 갈까"

친한 동료 가수들 조차 그런 눈치를 보였을 정도로 연예인들의 이혼은 빈번했다. 그런데 벌써 26년을 같이 살았다.

"남편이 연주만 잘하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 불러요. 지면 안 되겠다는 경쟁심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평생 인연이 된 것 같아요."

웃으며 말하는 '달님' 박성희 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상호 믿음과 신뢰의 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직접 자작곡을 한 곡은 6곡밖에 되지 않지만 2집 음반까지 내놓았다. 그 중 가장 인기있었 던 곡을 묻는 말에 부부는 합창이나 하듯이 '축복'이라고 대답한다.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이 축복이며,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 또한 축복이기 때문이란다. 

불우이웃 돕기는 큰 돈이 아닌 작은 정성입니다

가수 해와 달이 불우이웃 돕기로 기탁한 옷 ⓒ 신광태


"지난 8월 불우계층 돕기 거리공연을 하는데, 어느 젊은 신사분이 처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겁니다. 그래서 막연히 '팬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이 끝나자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누자는 것이었어요."

그 신사는 "나는 조그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불우이웃을 돕기를 위한 공연을 보고 감동했다"며 "얼마 되지 않지만 받아 달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확인해 보니 봉투에 들어있는 수표는 수백만 원은 되는 듯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공연의 취지는 작은 손길이 깃든 정성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큰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냥 성의만 받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제가 의류공장을 운영하는데요. 옷을 몇 벌 기부해도 될까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신사로부터 받은 의류는 어린이 옷 400점, 어린이 양말 500켤레이다. 이것을 어디에 보내면 좋을지 부부는 상의했다. 결론은 화천에 사는 불우계층 아이들에게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들이 화천을 떠올린 것은 2011년 여름, 화천 쪽배축제에서의 공연 때문이었다. 그들은산골마을을 통한 대중가요 문화의 저변 확산을 생각해 왔었다. 화천에 조그만 폐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중 화천으로 이사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건전가요 교실과 마을 방문을 통해 어르신들이 신명 나게 사시는 분위기를 조성해볼 생각입니다"

달님 박성희씨의 말이다.

해와달 화천 부부가수 발룬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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