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의 한 장면 ⓒ MBC
기억실조증에 걸린 처녀귀신 아랑(신민아 분)이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찾겠다던 MBC <아랑사또전>은 환생한 꼬마 은오가 과거의 기억을 잃자 꼬마 아랑이 "이 기억실조증!"이라고 외치는 데서 맺음했다. 그렇게 '기억실조증'은 아랑에게서, 또 은오에게로 전이됐다. 윤달 보름만 되면 영이 맑은 처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던 주왈(연우진 분) 역시 살인의 기억을 잊고 있었으니, 그 역시 '기억실조증'에 걸려 있었던 셈이다.
기억실조증에 걸린 인물들이 끊어진 자신의 기억을 이으려 하고, 그렇게 자신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데서 <아랑사또전>은 출발했다. 그래서 아랑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큰 줄기로 진행됐던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사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얼개가 너무나도 성글었다는 데서 있었다. 극의 소재를 비롯해 출연하는 배우들까지, 매력적인 토대를 갖춰 놓고도 서까래를 얼기설기 세웠기 때문이다.
은오와 그가 홍련(강문영 분)과의 악연을 풀어나가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결국 한 장면씩 돌아오는 기억이었다.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수상한 물체를 집어 들고 나서야 등장인물들은 기억을 되찾아갔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얻거나 깨달아가는 것이 아닌, 반복된 우연으로 사건을 풀어나간 셈이다.
▲ 18일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에는 배우 이성민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 MBC
이 모습은 <아랑사또전>이 '미스터리'로서의 정체성은 갖췄으되, 이를 풀어나가는 모양새는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이 작품이 방송 전 많은 관심을 모았던 '기대작'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아랑사또전>의 맺음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갈등을 풀기 위해 전에 없는 '폭풍전개'를 보인 마지막 회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은오에게 생사부 고방 문을 열어주며 친절히 '골든타임'을 알려준 배우 이성민의 존재감이었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그나마 <아랑사또전>의 미덕을 꼽을 수 있다면 '배우의 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제대 후 첫 작품을 맞은 배우 이준기는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상대 배우가 누구든, 함께 붙는 신이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갔던 그의 모습은 과히 '이준기 부스터'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아랑이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초반부와는 달리 극이 흐를수록 '사또'나 '도령'만을 애타게 부르는 인물이 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배우 신민아 역시 자신의 매력을 브라운관 안에 잘 살려냈다 평해도 좋을 듯하다.
▲ 18일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의 한 장면 ⓒ MBC
여기에 비극적인 운명을 살았던 주왈 역의 배우 연우진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돌아오는 살인의 기억을 붙잡고 방구석에 앉아 떨던 모습이나, 이서림이 자신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오열하는 모습은 연우진의 가능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오작교 형제들> <몽땅 내 사랑> 등에서 밝은 역할을 연기했던 연우진은 <보통의 연애>와 <아랑사또전>을 거치면서 자신이 넓은 연기 폭을 지닌 배우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한편 18일 방송된 <아랑사또전> 마지막 회의 시청률은 12.4%(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전국기준)였다. 자체최고시청률은 9월 13일 방영된 10회(14.5%)에서 기록됐으며, 총 20회의 평균시청률은 12.8%인 것으로 집계됐다. 후속으로는 2부작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이 방송된다. 이후로는 박유천·윤은혜 주연의 <보고싶다>가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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