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랑사또전>이 몇 부작이었으면 적당했을 것 같은지, 서로 묻는 누리꾼들을 종종 본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오늘도 혹시나 하고 봤다가 역시나 하고 허망한 마음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거기서 나오는 대답은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20회는 아니다. 심하게는 2회 짜리 여름 특집극이면 딱 맞다는 치욕스런 평가도 나오기도 한다.
흔히 후속드라마가 미흡할 때 앞선 드라마를 연장하는 것과 달리, <아랑사또전> 후속작이 10월 말에 시작하고 그 사이에 단막극이 편성될 예정인 걸 보면 제작진에서도 연장할 내용이 없다는 건 인정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그간 딱히 한 일이 없어 보이니까.
17회 마지막 순간, 느닷없이 관아로 관찰사가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다. 그러고는 은오 사또와 돌쇠를 묶어 내리는데, 그때만 해도 '뭐지? 이 드라마 판을 크게 벌이네?' 하고 기대가 '쬐금'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대감에 부추겨 군사를 이끌고 온 관찰사가 은오 사또에게 들이댄 죄목이 역모란다. 거기에 역모 내용은 신분 고하가 엄연한 사회에서 돌쇠 같은 종놈을 면천도 하지 않고 비장에 임명한 죄란다. 당연히 은오 사또는 분연히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틴다.
남은 2회라도 공감 얻을 수 있는 드라마 되길
아마도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은 상황은 신분 사회 조선에서 홍길동처럼 신분 고하 상관없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은오 사또의 꿋꿋한 의지 뭐 이런 거였을 텐데, 보는 사람으로서는 '뭐지?' 싶은 거다. 그런 게 역모의 내용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언제부터 은오 사또가 그렇게 신분사회 질서 타파에 힘을 썼었지?
<아랑사또전>이 시청자들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작가는 폼나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뜬금없어 보이는 것. 귀신과 사람의 사랑 얘기만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분명하고, 그걸 통해 신분사회 조선의 모순을 논하고 싶어 하는데, 그게 드라마 상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다.
아니, 사랑 얘기도 그렇다. 이제 와서 애틋해하는 은오 사또와 아랑도 뜬금없어 보인다. 더구나 정의의 사도 같던 아랑이 그 모든 걸 차치하고 은오 사또를 위해 자기 몸을 악귀에게 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데, 뭐 결국 그러려고 하겠지 하며 보기는 하지만 역시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작가는 가랑비에 옷 적시듯이 둘이 사랑을 쌓아 왔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은 '얘네 언제부터 사랑이래?' 하게 된다.
18회에서 가장 실소를 짓게 만들었던 것은 저렇게 역모니 뭐니 엄청난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판을 벌여놓고, 그 역모의 증거로 느닷없이 아랑 귀신설을 제기한 장면이다. 그걸 동헌 앞에서 증명하려고 한 최대감이나 또 그 상황이 어이없게 은오 아버지의 발 빠른 대처로 힘 빠지게 종결된 점이다.
아랑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은오 사또에겐 엄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악귀에게 몸을 주러 가는 게 아니라, 차라리 죽음의 위기에 몰린 은오 사또를 구하기 위해 악귀와 거래를 했다면 어땠을까? 뜬금없이 신분제 사회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려 한 은오 사또가 결국 '엄친아'여서 나라님의 구제를 받게 만들지 말고.
언제나 주인공들은 발 아프게 동네방네 쏘다니느라 바쁘고 문제 해결은 엉뚱한 곳에서 되니, 보는 사람은 맥 빠질 수밖에 없다.
부디, 제발, 남은 2회라도 그간의 헛발질을 자제하고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여 사랑이든 복수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로 끝마무리 해주길. 그간 실오라기 같은 기대라도 놓치지 않고 <아랑사또전>을 '닥본사' 해온 시청자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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