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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퓨전사극 <아랑사또전>, 세태풍자는 제대로다

[드라마리뷰]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드라마, 그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이유

12.10.12 20:11최종업데이트12.10.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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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사또전> 밋밋한 액션과 애정선은 이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세태풍자에 관한 한 다른 드라마에 못지 않다. ⓒ MBC


<아랑사또전>이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11일 방영된 18회에서는 아랑이 동굴 속 홍련을 만나러 나서고, 사또는 뒤늦게 그 뒤를 쫓았으며, 주왈은 오래 전 이서림의 존재를 아랑에게서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

<아랑사또전>은 민담 '아랑전설'을 근간으로 한 퓨전 액션사극이다. 수목드라마 판도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초반과는 달리, 종반을 향해가며 10% 초반의 시청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퓨전사극을 표방한 드라마로서 너무 정적이라는 것이다. 사극은 2003년 <다모>의 열풍 이후 극명하게 그 시장이 갈라져 성장해 왔다. 대하 정통사극들은 중장년층 이상, 퓨전사극은 트랜디 드라마에 익숙한 세대가 그 대상이었다. 그에 따라 대사의 형태나 액션, 그리고 주인공들의 면면도 그 궤를 달리해왔다.

그러나 <아랑사또전>은 판타지 드라마로서 액션이 너무나 평범하다. 좀 더 과장된 표현과 현란한 와이어액션이 과감히 허용되는 분야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18회에서 액션신에 삽입된 힙합음악은 극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돌 뿐이었다.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감이 있다.

<아랑사또전>의 은오 ⓒ MBC


두 번째는 주인공들의 밋밋한 애정선이다. 곧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 할 아랑과 사또, 그리고 또 한 축인 주왈 사이의 애정관계가 그리 처연해 보이지도, 죽을 만큼 애타게 보이지도 않는다.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던 무당 방울이와 돌쇠의 요절복통 사랑이야기도 지금은 시들해진 상태다.

또한 주인공들의 대사는 말미에 "그랬어"와 "그랬소"를 오가며 어정쩡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에 따라 대사에 실린 절절한 감정조차 간결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산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오가는, 동서양을 막론한 흥미 만점의 소재를 이토록 재미없게 만들기도 힘들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덕은 있다

여러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그 색채만은 일관되게 지키고 있다. 부조리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초반부터 지금까지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18회에서 무당의 "하늘 아래 달빛 받는 것은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는 차별에 대한 토로와, 아랑의 "잘못된 세상을 던져주고 인간이든 귀신이든 바꾸라 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그 예다. 거기에 삼방의 '노선 찾기'등 세태 풍자는 그 적나라한 연기로 웃음을 준다. 그리고 옥황상제는 "인간들은 사리분별이 없다. 그래서 신들이 골치 아픈 것"이라고 말한다.

억눌렸던 백성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과 사심 없고 청렴한 관리의 존재는 드라마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한다. 11일 방송에서 사또의 아버지 김대감의 "흐르기 시작한 물은 그 흐름을 막지 못한다"라는 대사는 세태풍자의 정점이다.

<아랑사또전>은 퓨전사극의 장점인 자유분방함을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애정물로서나 추리물, 혹은 판타지로서도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비록 신을 빗대긴 했지만,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질타와 대사를 통한 부조리한 사회문제 들추기 등은 다른 드라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랑사또전>은 이제 다음 주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짧은 민담을 20회의 분량에 담다보니 무리하게 늘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은 방송분에서는 좀 더 과감한 액션과 빠른 장면 전환, 그리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이 좀 더 고조되어 진정한 퓨전사극으로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아랑사또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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