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 포스터 ⓒ MBC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극본 정윤정·연출 김상호)이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톱스타 이준기·신민아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당초 MBC 최고 기대작으로 손 꼽혔지만 막상 손에 든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한 형국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아랑사또전>의 부진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하나, 허술한 대본에 발목 잡힌 <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대본'이다. <별순검>의 정윤정 작가가 의욕적으로 집필을 맡았지만 첫 공중파 입성이라 그런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회가 거듭될수록 불필요한 사족이 많아지고 긴장감 역시 떨어지고 있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성공 관건은 얼마나 스피디하게 스토리를 진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짧은 분량의 작품이니만큼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집약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랑사또전>의 전개는 너무 더디고 처진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이 산적해 있는데 또 다른 사건과 비밀이 밝혀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랑이 죽은 이유, 홍련의 정체, 주왈과 최대감의 관계, 홍련과 무영의 과거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보니 풀어나가는데 힘이 부친다. 여기에 돌쇠와 방울의 코믹씬까지 집어 넣으려니 집중은 분산되고 흥미는 반감된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했다. 남은 시간동안 절제와 정돈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지적할 문제는 '아랑의 죽음'을 둘러싸고 점점 심화되는 여러 사건들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지 못하고 나열식으로 서술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유기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계적 스토리 진행은 다음 회에 대한 아무런 궁금증도 자아내지 못한다. 정윤정 작가의 냉철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다.
둘, 미스테리 추리극은 새로운 시청자 유입 힘들어
▲ MBC <아랑사또전> 이준기·신민아 ⓒ MBC
<아랑사또전>의 장르적 특성 역시 부진한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아랑사또전>을 사또 이준기와 귀신 신민아의 알콩달콩 로맨틱 코미디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아랑사또전>은 천계와 지상계가 복잡하게 뒤섞인 미스테리 추리극이었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아랑사또전>이 표방한 미스테리 추리극은 TV 주 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장르다. 특히 안방 채널 선택권을 갖고 있는 30~60대 주부층은 어렵고 복잡한 추리극보다 가볍고 쉬운, 간단한 플롯의 스토리를 선호한다. 경쟁작인 <착한남자>가 '남자가 여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단순한 주제로 시선을 잡아끈데 반해, <아랑사또전>의 스토리는 하나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추리극은 시청자 중간 유입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처음부터 시청하지 않으면 전체 스토리를 단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여러가지 관계와 복선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랑사또전>이 조금만 힘을 빼고 가볍게 다가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셋, 막강한 경쟁작들...좋지 않았던 대진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랑사또전>은 대진운도 나쁜 편이다. <아랑사또전> 첫 회가 시작됐을 때, 경쟁작 KBS <각시탈>은 이미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라이벌 드라마가 2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고정 시청자를 그만큼 많이 뺏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시청률 싸움이 붙었다는 것이다.
<아랑사또전>은 줄곧 <각시탈>에 주도권을 뺏긴채 동시간대 2위로 끌려다녔고 시청률 상승 역시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각시탈> 방영 마지막주에 14%였던 평균 시청률이 11%로 곤두박질 치는 당황스런 상황에 처했다. 한창 피치를 올려야 하는 시기에 <각시탈> 마지막회와 맞물려 상승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 한 장면 ⓒ MBC
<각시탈> 종영 뒤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각시탈> 이후 동시간대 1위를 노리던 <아랑사또전>은 KBS <착한남자>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착한남자>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시청률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강렬한 복수극으로 시청자층 결집에 나선 <착한남자>의 상승세가 무서울 지경이다.
게다가 10월 10일 SBS의 200억 대작 <대풍수>가 출범하면서 수목극 판도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진희·지성·송창의·김소연·이윤지·조민기·오현경·이승연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한 <대풍수>가 판을 흔들기 시작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아랑사또전>으로선 <착한남자>를 쫓아가면서 <대풍수>도 견제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아랑사또전>의 마지막 대역전극은 가능할까
이제 <아랑사또전>은 총 20부작 중 단 3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주어진 상황 역시 유리하지 않다. 하반기 MBC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아랑사또전>은 과연 남은 3회를 잘 정리해 마지막 대역전극을 일으킬 수 있을까. 여러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랑사또전>의 험난한 행보가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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