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새 앨범 <망원동 로마니>를 발매한 신나는 섬. 왼쪽부터 윤영철(나일론 기타), 박상철(콘트라베이스), 백연구(젬베), 최성은(바이올린), 김은옥(아코디언), 김동재(보컬, 어쿠스틱 기타)
신나는 섬
지금 홍대 앞 인디신은 버스커(거리의 악사) 범람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십센치'(10cm)와 '바드'(Bard), '버스커 버스커'의 대중적 성공 이후 홍대 앞 길거리는 통기타와 젬베를 들고 라이브공연을 하는 청춘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너무 많아서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어쿠스틱 포크 듀오나 밴드를 편성해 월드 뮤직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것은 이제 대세를 넘어 포화상태를 언급해야 할 정도가 됐다.
지난 8월 새 앨범 <망원동 로마니>를 발매한 신나는 섬의 음악은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어쿠스틱 밴드들과는 뭔가 구별되는 매력이 있다. 그들은 빠른 템포로 꼬아대는 멜로디 악기의 화려한 연주, 신비한 외국의 전통악기, 달달한 멜로디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중들로부터 가장 쉽게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방식을 버린 그 공백에는 신나는 섬 특유의 안정적인 편곡이 채워졌다. 신나는 섬의 음악이 영화 <카모메 식당>의 조용한 일상적 판타지와 맞닿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들이 표현하는 사운드는 환상이라기보다 일상에 가깝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나는 섬은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음악과 많이 닮아 보였다. 지방 공연을 갈 때도 서로 대화를 쉬지 않는다는 그들은 시종일관 편안하고 산뜻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화제는 자연스레 신나는 섬의 음악적 차별성 쪽으로 흘렀다. "우리는 의외로 버스킹(거리 연주)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말로 운을 떼면서.
"우리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좋아할 만한 무난한 밴드죠. 사랑이나 이별이야기는 안하니까. 우린 절대 특정 연령대만을 생각하진 않아요. 누구나 두루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밴드, 그게 우리의 차별성이 아닐까 (웃음)." 군더더기 없는 일상적 편안함, 그 속에 숨겨진 신나는 섬의 조직력그들의 노래는 편안하지만 그 편안함을 자아내는 방식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특정 악기가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지 않는다. 각자의 악기가 일정한 마디에 맞춰 교대하며 서로가 서로를 커버한다. 추가적인 악기편성 없이 각 멤버들의 악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미디 사운드를 리얼로 만드는 지름길을 쓸 법도 하지만 그런 경향은 항상 철저히 배제했다. 그들은 이를 두고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고집"이라 했다.
"저희 팀의 경우 다른 악기를 추가 편성하지 않아요. 순전히 멤버들의 악기로만 (녹음이) 이뤄지죠. 어떨 땐 트럼펫이 있으면 좋은 경우가 있고. 피아노도 그렇고. 그래야만 여러 가지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걸 배제하고 가진 것 내에서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데 포커스를 둬요. 덕분에 곡을 피아노로 만들어 와서 다른 악기로 표현하면 그게 피아노처럼 구현이 잘 안 돼서 힘들었죠. 앨범 만들 때 싸움까지 갈 뻔했어요.(웃음) '그냥 피아노 쓰면 안 돼?' 이런 것들 때문에."
▲신나는 섬의 새 정규 앨범 망원동 로마니
미러볼뮤직
수록곡 '이끼의 숲'은 신나는 섬 특유의 '자급자족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다. 가장 높은 음을 잡아주는 악기가 헤드 리프를 던지면 뒤를 받쳐주는 악기가 그 리프를 재해석한다. 아코디언,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가 이 구성을 돌아가며 표현한다. 악기별로 헤드와 잼이 반복된다는 점에선 재즈의 기본 구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헤드와 잼이 동시에 전개되는 발상은 이 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접근이다.
"노래를 만들 때 보통 모티브 하나를 가지고 노래를 계속 발전시키는데 ('이끼의 숲'은) 작업 후반부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생겼어요. 이걸 서로 겹쳐보는 게 어떨까 했죠. 그래서 새로운 리프도 만들고 새로운 세션 같은 것들로 또 변화를 줬는데, 이래저래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서 가능했던 곡 같아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생명력을 담아내다스스로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어울린다고 자처하는 그들은 이번 앨범 녹음을 모두 릴 테이프 방식으로 진행했다. 릴 테이프 방식은 아날로그 녹음테이프에 소리를 입힌 후 이를 다시 디지털로 복원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단어 그대로 1990년대식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하는 개념과 비슷해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올 경우 수정이나 재녹음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다.
"우리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어울리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릴 테이프 녹음은) 제작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저희 같은 인디밴드에게는 금전적으로 부담이었죠. 결과물에 대해서도 의심이 있었고. 저희도 그런 녹음방식에 대해서 기대도 안하고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따뜻한 사운드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선 잘 된 것 같아요." 아이리시면 아이리시, 에스닉(Ethnic)이면 에스닉. 특정한 장르를 깊게 파고드는 이들에게 신나는 섬은 그리 매력적인 밴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특정한 장르에 치우친 앨범은 되도록이면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모두가 즐겨야 신나는 섬이니까. 그게 신나는 섬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음악 스타일이 장르가 아닌 자세에 있다고 믿는다.
만들면서 즐겁고 연주 하면서 즐거운 그 과정 속에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찾겠다는 그들은 모두를 위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 했다. 우리를 위하고 나를 위하고 너를 위하고 싶다는 '위로의 노래' 가사처럼. "음악을 통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해 그들은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 노래를 들으면 착해지는 것 같다는 분들이 많은데 정작 우린 너무 사악한 것 같다"는 농담과 같이.
"특정 상황보다는 보편성,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생명력, 사람이라면 모두 다 갖고 있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잖아요. 그 지점들,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가진 아름다운 부분들, 우리는 그걸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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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스타일' 거부하고 '보편성' 꿈꾸는 이 밴드, 느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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