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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엔 오랜만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보시죠

<늑대아이> <테드> <메리다와 마법의 숲>...화제작 세 편 오는 9월에 줄줄이 개봉

12.09.02 13:56최종업데이트12.09.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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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니메이션 감독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개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한국에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보다 한수 아래로 보는 관객들도 있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상 극장 흥행도 쉽지 않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흥하기 위해서는 일단 애니메이션을 찾는 관객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닌 관람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만한 신작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국내에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늑대아이>를 선보이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빨간 머리 소녀를 앞세운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돌아온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축제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스페인 작품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늑대아이> - 판타지물 같지만, 싱글맘의 육아를 다룬 현실적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늑대아이>Studio Chizu

<썸머 워즈>(2009)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일본 현지에서 올 7월에 개봉했고, 앞선 작품들에서 주로 연출만 맡아온 감독이 이번엔 각본까지 직접 썼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 이 스토리를 착안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젊은 엄마의 육아'를 다룬 사회성 있는 애니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엔 늑대라고 하면 음흉한 남자들을 떠올렸지만, 세계적으로 히트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늑대인간이나, 송중기 주연의 개봉예정작 <늑대소년> 등으로 인해서인지, 이제는 왠지 전보다 늑대가 조금 친숙해진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 맞게, 이 작품은 아예 여자주인공이 늑대인간과 연애를 하고, 늑대인간의 아이를 낳는 내용을 담았다. 늑대인간이 아이를 두고 떠나버리고, 여자주인공 혼자 아이들을 돌보게 되는 13년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는 마치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중간 쯤 이랄까.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볼 수 있을만한 사랑스러운 감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감독의 스타일은 <늑대아이>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귀여운 아이들이 늑대 귀를 감춰야 하고, 새끼 늑대들처럼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은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짠한 느낌이 들게 한다. 여자주인공 하나 역 목소리 연기를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좋아해> 등으로 국내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가 맡았다. 아오이는 <컬러풀>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한 바 있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 스페인 애니메이션의 오늘을 보자

 남자주인공인 테드(오른쪽). 평소에는 이렇게 지내다 고고학자(?)가 되어 모험을 떠난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예고편 중에서.
남자주인공인 테드(오른쪽). 평소에는 이렇게 지내다 고고학자(?)가 되어 모험을 떠난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예고편 중에서.Ikiru Films

할리우드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극장을 채우곤 하는 현실에서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이하 <테드>)의 개봉 소식은 반갑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제작된 이 작품은 올해 프랑스에서 열린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본국인 스페인에서도 아직 개봉전인(8월 31일 개봉예정) 이 작품이 국내에서는 9월에 개봉한다.

남자주인공 테드는 하하가, 여자주인공 사라는 씨스타의 보라가 맡아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작품은, '인디아나 존스는 잊어라' 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고고학자, 모험 같은 키워드가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주인공 테드가 해리슨 포드처럼 박사님이 아니라 평범한 벽돌공이라는 것. 그런 그가 교수로 오해받게 되면서 황금을 찾아서 시카고에서 페루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스페인에서 만들었다.

언뜻 보면 디즈니 픽사 작품의 아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요즘 CG 애니메이션의 트렌드에 맞게 그래픽이 강화된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 디즈니 픽사 사상 최초의 단독 여자주인공이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메리다와 마법의 숲>Walt Disney Pictures

이 작품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하나의 모험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여자주인공이 전면에 나섰다. 미국에서 지난 6월 개봉 이후 현재까지 2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고,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뒀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어느 왕국의 공주인 메리다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자신의 특기인 양궁을 가지고 여러 고난과 맞선다는 이야기인데 그동안의 디즈니 픽사 영화보다 조금은 더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영상과 부드럽고 따뜻해진 캐릭터들의 그래픽이 일본의 RPG게임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한층 귀여워진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화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했고, 미국의 여자 양궁선수가 <헝거게임>의 배우를 가르친 이후 미국에서 유행처럼 번진 양궁 열풍에도 이야기 소재의 한 축을 이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시네 페미니즘(cinefeminism)'적인 내용을 그 어느 디즈니 픽사 작품보다 매력적으로 앞세웠다는 점이 그것이다. <드림하이2> <우결>의 강소라가 국내 더빙판에서 메리다의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원제는 <브레이브(Brave)>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제를 전하기 때문에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어울리는 작품일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픽사의 여느 때의 작품처럼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적절한 재미와 감동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젊은 엄마의 육아라는 시급한 현실 사회 문제를 소프트하게 판타지에 담은 <늑대아이>, 재미와 상업성을 위해 해외 실사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오고 외국을 배경으로 한 <테드>, 여성이 사회에서 활약하는 비중에 걸맞게 보다 주체적인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메리다와 마법의 숲> 등은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괴물>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도 "앞으로 만화가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만화의 뛰어난 상상력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런 만화가 영상화된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한국도 실사영화 못지않게 애니메이션을 키워야 다양성에 대한 미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이 관객의 사랑을 조금 더 받게 될 때 더욱 재밌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늑대아이 테드 메리다와 마법의 숲 애니메이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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