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생방송 1억 퀴즈쇼>에 참여한 문자메시지의 흔적
이현진
문제는 아주 쉽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국어원에서 선정한 'S라인'의 순화어는? 이런 건 3분 안에 컴퓨터로 검색하면 되죠.
근데 지식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어요. '과음한 다음날 가장 후회하는 일은?'과 같은 리서치 문제. '1-울고불고 대성통곡' '2-어젯밤 술자리 내가 쐈다' '3-직장 상사에게 막말 작렬' '4-헤어진 애인에게 폭풍문자'. 4번 보냈는데 정답은 2번이더군요.(경험으로 푼 것은 아닙니다)
함께 정답이 발표될 때까지 3분 내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평소 대화가 단절됐던 가족 안에 온기를 불어 넣어준 제작진에게 심심한 감사라도 표해야할까요.
하지만 가족 중 정답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0만원도 못 받았어요. 운 좋은 사람들 휴대폰 번호가 화면에 뜰 때마다 내 번호 찾느라 눈을 부릅떴더니, 남은 건 쓰라린 눈과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보낸 듯한 일방적인 문자메시지 뿐입니다.
퀴즈 로또, 방통위도 '주의' 조치...기부 '완전' 투명해야작년 12월 1일 파일럿으로 방송된 <1억 퀴즈쇼>에서 5000만원이 걸렸던 마지막 문제에 참여한 문자수는 300만 통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두 무료 앱이 아닌 유료 문자였다고 가정하면, 무려 3억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퀴즈를 맞히는 것보다 추첨이 본 게임인 셈이죠. 퀴즈 참가자들이 꽤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3일 오후 10시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은 <1억 퀴즈쇼> 문제와 관련된 단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의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사행심, 그 사전적 의미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 퀴즈를 맞히며 느끼는 씁쓸한 뒷맛은 팍팍한 삶에 요행을 바랐던 시청자의 몫이기만 할까요?
다행히 <생방송 1억 퀴즈쇼>의 제작진은 문자 참여를 통한 수익금 전부를 SBS 희망 TV를 통해 전 세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왕 돈과 사행심과 영혼을 함께 바치는 것, 억대에 달할 수익금이 기부되는 모습이라도 투명하게 보고 싶네요. 그 기부금 중, 제게는 적어도 매주 600원이라는 지분이 있으니까요.
▲3일 방송된 SBS <생방송 1억 퀴즈쇼>에서는 최종 상금 3000만원을 맞춘 두 참가자에게 1500만원씩 지급했다. 마지막 문제는 올해 입춘-대보름-밸런타인데이-우수의 순서를 맞히는 것이었다.
SBS
▲<생방송 1억 퀴즈쇼> 스튜디오에 나온 방청객들은 저마다 상금을 타면 하고 싶은 일들을 가슴 팍에 꿈처럼 새기고 있다. 마치 로또처럼 당첨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꿀 수 있는 짧은 꿈이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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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휴대폰까지...순식간에 1800원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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