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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휴대폰까지...순식간에 1800원 털렸다

[엄마와 함께 보는 TV] 당기는 맛에...아, 눈 쓰라려

12.02.04 11:35최종업데이트12.02.0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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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세대공감 1억 퀴즈쇼>
SBS <세대공감 1억 퀴즈쇼>SBS

퀴즈를 맞히면, 돈을 준답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별로입니다. 상금을 내건 퀴즈쇼는 많으니까요. 일단 시범을 보였습니다. 정답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딱 3분 후, 상금을 받을 정답자가 화면에 뜹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10만원이라도 탈 수 있다면 1,800원 쯤이야

SBS <생방송 1억 퀴즈쇼>는 매회 상금 1억이 주어지는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근데 이 퀴즈쇼는 1억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습니다. TV에 출연한 도전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정답을 기재한 문자메시지 중 추첨을 통해 상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금을 노려봄직한 '본격 전국민 로또'입니다.

이런 참여 방식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나 봅니다. 2G 휴대폰 사용자로 평소 단문과 '^^' 정도의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것이 전부였던 어머니는 #○○○○라는 정답 전송용 번호에서 샾(#)을 어떻게 누르는지 모르겠다며 다급해졌습니다. 제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휴대폰까지 동원해, 순식간에 1,800원이 털렸습니다.

퀴즈에 참여하려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건당 100원의 돈이 들거든요. 껌 값, 아니 '껌도 못 살 값'이죠. 총 6라운드까지 온가족 3명이 참여해봤자, 1800원입니다. 부담 없어요. 10만원부터 50만원 100만원 300만원 500만원 3000만원으로 배당금이 높아지는 확률게임에 도전하는 겁니다. 딱 한 명에게만 1억을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영리한 퀴즈쇼죠.

고백컨대, 10만원이라도 탈 수 있다면 1800원에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었던 이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보겠다는 패기로 시작했는데, 폐인이 되어버려도 모를 만큼 '당기는 맛'이 있었거든요. 어느새 어머니는 정답자가 발표될 때마다 휴대폰 번호 뒷자리인 '4490'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습니다.

내 번호 찾느라 눈 부릅떴더니...아, 눈 쓰라려

 3일 <생방송 1억 퀴즈쇼>에 참여한 문자메시지의 흔적
3일 <생방송 1억 퀴즈쇼>에 참여한 문자메시지의 흔적이현진
문제는 아주 쉽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국어원에서 선정한 'S라인'의 순화어는? 이런 건 3분 안에 컴퓨터로 검색하면 되죠.

근데 지식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어요. '과음한 다음날 가장 후회하는 일은?'과 같은 리서치 문제. '1-울고불고 대성통곡' '2-어젯밤 술자리 내가 쐈다' '3-직장 상사에게 막말 작렬' '4-헤어진 애인에게 폭풍문자'. 4번 보냈는데 정답은 2번이더군요.(경험으로 푼 것은 아닙니다)

함께 정답이 발표될 때까지 3분 내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평소 대화가 단절됐던 가족 안에 온기를 불어 넣어준 제작진에게 심심한 감사라도 표해야할까요.

하지만 가족 중 정답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0만원도 못 받았어요. 운 좋은 사람들 휴대폰 번호가 화면에 뜰 때마다 내 번호 찾느라 눈을 부릅떴더니, 남은 건 쓰라린 눈과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보낸 듯한 일방적인 문자메시지 뿐입니다.

퀴즈 로또, 방통위도 '주의' 조치...기부 '완전' 투명해야

작년 12월 1일 파일럿으로 방송된 <1억 퀴즈쇼>에서 5000만원이 걸렸던 마지막 문제에 참여한 문자수는 300만 통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두 무료 앱이 아닌 유료 문자였다고 가정하면, 무려 3억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퀴즈를 맞히는 것보다 추첨이 본 게임인 셈이죠. 퀴즈 참가자들이 꽤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3일 오후 10시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은 <1억 퀴즈쇼> 문제와 관련된 단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의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사행심, 그 사전적 의미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 퀴즈를 맞히며 느끼는 씁쓸한 뒷맛은 팍팍한 삶에 요행을 바랐던 시청자의 몫이기만 할까요?

다행히 <생방송 1억 퀴즈쇼>의 제작진은 문자 참여를 통한 수익금 전부를 SBS 희망 TV를 통해 전 세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왕 돈과 사행심과 영혼을 함께 바치는 것, 억대에 달할 수익금이 기부되는 모습이라도 투명하게 보고 싶네요. 그 기부금 중, 제게는 적어도 매주 600원이라는 지분이 있으니까요.

 3일 방송된 SBS <생방송 1억 퀴즈쇼>에서는 최종 상금 3000만원을 맞춘 두 참가자에게 1500만원씩 지급했다. 마지막 문제는 올해 입춘-대보름-밸런타인데이-우수의 순서를 맞히는 것이었다.
3일 방송된 SBS <생방송 1억 퀴즈쇼>에서는 최종 상금 3000만원을 맞춘 두 참가자에게 1500만원씩 지급했다. 마지막 문제는 올해 입춘-대보름-밸런타인데이-우수의 순서를 맞히는 것이었다. SBS

 <생방송 1억 퀴즈쇼> 스튜디오에 나온 방청객들은 저마다 상금을 타면 하고 싶은 일들을 가슴 팍에 꿈처럼 새기고 있다. 마치 로또처럼 당첨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꿀 수 있는 짧은 꿈이다.
<생방송 1억 퀴즈쇼> 스튜디오에 나온 방청객들은 저마다 상금을 타면 하고 싶은 일들을 가슴 팍에 꿈처럼 새기고 있다. 마치 로또처럼 당첨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꿀 수 있는 짧은 꿈이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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