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7광구>는 동네북?"...이런 상 드리고 싶네요!

[오마이필름어워즈①] 흥행했든 못했든 좋은 작품은 결국 도전에서 나온다

11.12.31 11:09최종업데이트11.12.3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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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다는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어찌 보면 늘 그랬듯 오늘의 태양이 지고 내일의 태양이 뜨는 일상의 연장이겠지만 이때가 되면 다들 무엇이든 정리를 하려하고 뒤를 돌아보려 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 아닌가. '반성적 사고'는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것. 그러니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고 서러워 할 일은 아니다. 지나간 일을 뒤로 하고 또 다른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운 연말이 따뜻해질 수 있다.

새해를 하루 앞둔 극장가는 여전히 뜨겁다. 겨울 대작이라 하는 작품들이 연이어 나와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말 정리? 이들에겐 요원한 말이다. 당장 한 명이라도 더 불러들여야 하는 영화인들의 숙명, 여기에 관객들과 동료들의 평가에 가장 민감한 이들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오마이스타>에서 이색 어워즈를 준비했다. 말 그대로 '재미'다. 하지만 동시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에 혼신을 다하는 진정한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있음을 밝힌다.

▲'도마 위 생선' 상 - <7광구>

영화 <7광구>의 스틸컷. ⓒ JK필름


'도마 위 생선 상'은 <7광구>에게 선사하고 싶다.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공을 들인 작품이다. 이리저리 온 몸 던지기를 불사한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눈물겨웠던 건 유독 이 영화가 최악의 작품으로 자주 회자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개봉 후 영화의 평점은 갈수록 떨어져 결국 3점대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포털엔 '7광구 봐라 나만 돈 낭비하기 싫다'라는 문장이 검색어로 뜰 정도였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동네북도 아니고 연말 결산 기획마다 <7광구>를 거론하며 올해 최악의 작품 운운한다. 영화 외적으로 관계자들의 마음고생이 참 컸을 게다. 이에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총제작비 117억 원을 들였고 국내 3D 기술의 시험대가 되기도 했던 대작이었단 점에 기대가 물론 컸다. 그만큼 결과가 영화에 직접 참여한 감독 이하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뼈아프게 다가왔으니 이제 그만 난도질 하자. 다행인 건 현재 중국에서 역대 수출된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사장되기엔 아쉬운 영화다.

▲ '뒤통수 때린' 상 - <최종병기 활>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솔직히 말해보자. 이 영화 이렇게 뜰 줄은 몰랐다. 지난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영화 중 하나이고 국내 3대 메이저 배급사에 속하는 롯데가 든든히 지원사격을 했기에 어느 정도 흥행의 감은 있었지만 말이다. 여름 대작 영화 중 개봉도 가장 늦은 후발주자였다. 7월 20일과 8월 4일에 각각 개봉한 여름 대작 <퀵>과 <7광구>에 이어 <최종병기 활>은 8월 10일 개봉이었다. 그나마도 개봉일정을 최대한 당겨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봉 시기가 정해져 촬영 일정은 그만큼 빡빡했고 출연 배우들과 영화 스태프들은 진이 빠지게 뛰었다. 그 노고를 보답하듯 이 영화는 745만 관객으로 올해 가장 흥행한 영화 자리에 올랐다. 당당히 '올해의 영화상' 감이겠지만 여타 매체들과 영화제에서 충분히 공로를 치하했을 테니 <오마이스타>에선 '뒤통수 때린 상'을 수여한다. 영화 흥행은 정말 아무도 예측 못한다는 의미다. 큰 기대 안하고 있던 이들의 뒤통수를 '빡!' 경쟁 영화 관계자들의 뒤통수를 '빡!' 말 그대로 시원하게 때린 영화다.  

▲ '형광등 100개 아우라' 상 - 류승룡·김인권·고창석

왼쪽부터 배우 류승룡, 김인권, 고창석 ⓒ 민원기, 이정민


우선 이 상의 제정에 힘을 쏟아주신 모 종편 언론사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형광등 100개 아우라 상'은 말 그대로 포스가 물씬 난다는 의미다. 이 상은 올해 특히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주연 배우 곁에서 그 존재감을 힘껏 드러낸 배우들에게 선사한다. 먼저 자타공인 명품배우 류승룡이다. 영화 <고지전>에서 북한군 장교로 카리스마 물씬 뽐냈던 그는 곧이어 개봉한 <최종병기 활>에서는 청나라의 신궁 '쥬신타'로 분해 신들린 만주어 연기를 선 보였다. 앗, 수상 소식에 류승룡이 소감을 전해왔다. "니미 와타루 씹씰라 내만쥬!"(웃어주세요.)

김인권과 고창석 역시 올 한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었다. 김인권은 여름 대작 블록버스터 <퀵>과 겨울 대작 <마이웨이>에 연이어 등장하며 주연급 연기와 함께 영화적 맛을 요리조리 낼 수 있는 배우임을 분명히 인증했다. 고창석 역시 명품조연의 수식어를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서로가 경쟁작이었던 <고지전>과 <퀵>에 함께 출연해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산장수 짚신장수 딜레마에 고민하게 했던 그는 < Mr.아이돌 >에도 깜짝 등장했다. 내년엔 더욱 많은 작품에 등장하니 당분간 그의 아우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대박 로또' 상 - 문채원

배우 문체원은 영화<최종병기 활>로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고 드라마<공주의 남자>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받았다. ⓒ 이정민


이 상을 수여한다고 이 배우가 뭔가 운만 따랐다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연기와 함께 작품을 보는 눈 그러니까 심미안이 좋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겠다. TV드라마 <공주의 남자>와 영화 <최종병기 활>에 출연하며 사극에 강하다는 걸 보여준 문채원은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연속으로 수상했다. 충무로에서 주목을 받는 숱한 신인 배우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한해 문채원은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은 시간이었을 게다.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해볼만하다. 무한 애정을 지닌 오빠 팬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요~!

▲ '너만 배우냐?' 상 - 황병국 감독, 신준호 매니저

영화 <부당거래> <의뢰인> 등에 우정출연한 황병국 감독(좌측 사진 중 좌측 인물 ), 영화 <퍼펙트게임>에 출연한 신준호 이사(우측 사진에 맨 우측 인물) ⓒ 이선필


배우가 아닌 영화 관계자들도 종종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곤 한다. 그런데 특히 이 두 사람은 그 존재감을 확연히 영화상에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 더욱 빠져들도록 하는 적절한 연기력을 선보여 향후 어떤 작품에 또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본업은 잠시 제쳐 두셔도 좋습니다" 영화 <특수본>을 연출한 황병국 감독은 <부당거래>(2010)와 <의뢰인>에 등장해 자신의 연기 본능(?)을 충실히 보여주었다.

충무로 마당발인 트라이포스 신준호 이사는 본래 컬트와 최지호 등의 매니저가 본업이다. 그가 박희곤 감독과 친분으로 영화 <퍼펙트게임>에 캐스팅됐다. 김응룡 감독 곁에서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코치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두 사람 다 순식간에 등장하고 마는 게 아닌 자연스러우면서도 어딘지 2%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도 충분한 대사와 액션까지 있었다는 점에 이 상을 수여한다. "너만 배우냐?" 본업 외의 부업으로 내년에 더욱 바빠지지 않을까.

문채원 류승룡 고창석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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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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