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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연예대상 >, 나눠먹는 '꼴불견'과 '훈훈함'의 차이

대상에 <런닝맨> 이끈 유재석.. 이승기·김병만 최우수상, 이경규 프로듀서상

11.12.31 10:21최종업데이트11.12.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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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을 이끌었던 유재석이 올해 < SBS 연예대상 >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앞서 그는 < MBC 연예대상 >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SBS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SBS 연예대상>은 유재석에게 대상을 안겼다. 1년 6개월간 시청률이 부진했던 <런닝맨>을 이끌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은 공에 큰 이견이 없을 유재석의 수상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앞선 KBS와 MBC 연예대상의 공감하기 어려운 결과에 뿔이 나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가 됐을 듯싶다. 유재석이 이끄는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의 대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충족됐음은 물론, KBS의 유력한 대상 후보였지만 무관에 그쳤던 김병만도 SBS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가 진행하는 <정글의 법칙> 팀은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를 축하하기 위한 플래카드에 써 있는 "수상의 달인 '무관' 김병만 선생"이라는 메시지는 KBS를 향한 뼈 있는 개그로 보였다.

올해 SBS에서 <키스 앤 크라이>와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김병만은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다른 방송국에 있다가(여기서 '옮긴 건 절대 아니고'라는 말을 강조), 와서 프로 하면 보통 신인상부터 시작하는데 너무나 큰 상을 주셨다"라고 감격하며, 누구보다 <키스 앤 크라이>에 이어 <정글의 법칙>까지 기회를 준 SBS 정순영 CP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김병만은 절친한 개그맨 이수근에게 "너만 버라이어티하는거 아니다"라며 "말을 못해도 버라이어티 할 수 있는 걸 보여줄게, 사랑한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 SBS


30일 방송된 <SBS 연예대상>은 결과적으로 대상 후보 4명, 이경규·유재석·이승기·김병만 모두에게 상을 수여했다. 문장 그대로 표현하면 '나눠먹기'다. 하지만 시상식에서의 꼴불견 행태인 '나눠먹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외려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공동수상'의 남발보다 타당하고 영리하게, 최우수상·우수상·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등을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부문으로 나눈 덕분이다. 이승기와 김병만은 각각 토크쇼(<강심장>)와 버라이어티(<키스 앤 크라이><정글의 법칙>)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경규는 PD들이 MC에게 수여하는 프로듀서 상(<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붕어빵>)을 수상했다.

후보들 또한 예상 가능한 상황을 즐겼다. 유재석은 자신을 제외한 3명의 후보가 각각 상을 거머쥐고 대상만이 남자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이경규는 프로듀서상을 수상하며 "대상 후보인데, 중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탄식을 내뱉었다. 그와 <힐링캠프>를 함께 진행하는 김제동은 "이경규 씨는 지금 (밖으로) 나가셔도 될 것 같다"며 예정된 결과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최우수상과 함께 3년 연속 네티즌 최고 인기상을 양 손에 안은 이승기 역시 아쉬울 것은 없어 보였고, 김병만도 최우수상 트로피를 매만지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웃어보였다.

짧지 않은 시상식에 다소 지쳐 보였던 이경규는 프로듀서상을 받고 대상이 아님을 확신하며 "중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붕어빵>과 올해 신설된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진행하는 이경규는 "내년에는 꼭 대상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SBS


<런닝맨><강심장>... 위기를 딛고 일어선 예능

유재석에게 대상을 안긴 <런닝맨> 또한 최우수프로그램상을 받으면서, 사실상 올해 <SBS 연예대상>의 영예는 <런닝맨>이 차지했다. 올해 KBS와 MBC가 각각 <1박2일>과 <나는 가수다>처럼 개인이 아닌 프로그램에 시상하는 변화를 추구했다면, SBS는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런닝맨>은 최근 처음으로 서울수도권지역 시청률 20%를 넘는 성과까지 달성했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연출을 맡은 조효진 PD와 여러 멤버들을 이끄는 유재석의 수상소감에서 그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조 PD는 "유재석씨가 시청률 연연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 걸 묵묵하게 보여주자고 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유재석은 "올 초까지만 해도 <런닝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며 시청률을 신경 쓰지 말고 가자고 했던 내심으로는 걱정이 많았음을 털어놨다.

올해 MC 강호동이 하차하며 위기를 겪었던 <강심장>도 단독 MC 신고식을 잘 치러낸 이승기에게 2관왕을 선물하면서 우수프로그램상까지 받았다. <강심장>의 박상혁 PD는 "가장 위기의 순간에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준 승기에게 감사하다"며 "다들 승기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뒤에서 얼마나 '노력하는 사람'인지 모른다"라고 칭찬했다. 마찬가지로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운 <스타킹>의 붐·이특·조혜련 등도 토크쇼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공을 인정받았다.

수상자보다 더 많이 거론된 이름, 강호동 

강호동과 함께 투톱으로 <강심장>을 진행하던 이승기는 올해 9월 강호동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면서 단독 MC를 맡게 됐다. < SBS 연예대상 >에서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과 3년 연속 네티즌 최고인기상을 수상한 이승기는 두 번의 수상소감에서 강호동을 언급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 SBS


올해 <SBS 연예대상>에서 수상자보다 자주 거론된 이름은 정작 시상식에 없었던 강호동이다. 작년에 대상을 수상했던 강호동은 지난 9월 세금 탈세 의혹으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면서 SBS에서 진행하고 있던 <강심장><스타킹>에서 하차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강호동과 함께 같은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스타들이 수상 소감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스타킹>에 고정 출연 중인 조혜련은 "2012년에는 호동이와 웃으면서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붐과 함께 <스타킹>을 진행하고 있는 이특도 "강호동 선배님이 계셔야 할 자리는 지금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다"라고 말했다.

<강심장>에서 강호동의 빈자리를 혼자 메워야 했던 이승기는 2번의 수상소감에서 모두 강호동을 언급했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셨던 강호동 형님"이라고 이름을 부른 뒤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멈춘 이승기는 "빈자리가 이 순간 더 느껴지고, 형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립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강호동의 존재는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의 수상소감에도 등장했다. 유재석은 "얼마 전에 형님과 통화했는데, 마지막으로 해준 얘기가 '재석아, 너는 씩씩하게 가라'였다"며 "형님 말씀대로 2012년에는 씩씩하게 가겠다"라고 경경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유재석은 "꼭 함께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3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 SBS 연예대상 >의 방송 시간이 조금 남자,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춤을 추며 신명나게 마무리하자"고 제안했고, MC들과 수상자들이 무대에 올라와 함께 막춤을 추는 엉뚱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SBS


비단 강호동에 대한 그리움과 응원의 메시지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SBS 연예대상>은 누군가에게 상을 주기 위한 자리보다 예능인들의 축제로서 훈훈했다. 수상 후보로 자리한 스타들은 축하무대가 펼쳐질 때 따분한 표정으로 관망하기보다, 격식 없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함께 춤을 췄다. 미처 채우지 못한 방송 시간은 김원희·김용만·신봉선 등 3MC와 수상자들이 막춤을 추며, 유재석 말대로 '신명나게' 마무리 지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작년 10월 <웃찾사>가 폐지되며 무대를 잃었다가 올해 <개그투나잇>으로 모인 SBS 개그맨들이 코미디 부문 신인상·우수상을 수상하고, 개그맨 출신 선배들이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한해를 정리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이야말로, 시상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아야 할 대목인 듯싶다.

2011 <SBS 연예대상> 수상자(작) 명단

▲ 대상: 유재석(<런닝맨>)
▲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 이승기(<강심장>)
▲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 김병만(<키스 앤 크라이><정글의 법칙>)
▲ 특별상: 김연아(<키스 앤 크라이>)
▲ 최우수 프로그램상: <런닝맨>
▲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프로그램상: <짝>
▲ 토크쇼 부문 우수프로그램상: <강심장>
▲ 프로듀서 MC상: 이경규(<붕어빵><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 네티즌 최고 인기상: 이승기(<강심장>)
▲ 공로상: <정글의 법칙>(김병만 노우진 류담 리키김 광희 태미)
▲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 김종국 송지효(<런닝맨>)
▲ 토크쇼 부문 우수상: 붐 이특(<스타킹><강심장>) 조혜련(<스타킹><붕어빵>)
▲ 버라이어티 부문 베스트엔터테이너상: 박준금(<키스 앤 크라이>) 유인나(<한밤의 TV연예>) 하하(<런닝맨>)
▲ 토크쇼 부문 베스트엔터테이너상: 팽현숙(<스타부부쇼 자기야>) 신동(<강심장>) 정주리(<강심장>)
▲ 방송작가상: 박현숙(<런닝맨>) 최경(<SBS스페셜>)
▲ 라디오 DJ상: 최백호(<최백호의 낭만시대>) 박소현(<박소현의 러브게임>)
▲ 아나운서상: 김소원
▲ 코미디 우수상: 손민혁(<개그투나잇>) 홍현희(<개그투나잇>)
▲ 코미디 신인상: 강재준(<개그투나잇>)
▲ 베스트 팀워크상: <붕어빵>
▲ 베스트 커플상: 최양락 팽현숙(<자기야>)
▲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 이광수(<런닝맨>)
▲ 예능 MC 부문 신인상: 한혜진(<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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