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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김승현 사태, LG는 논리적이어야 한다

11.12.30 10:46최종업데이트11.12.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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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이 서울 삼성에 복귀해서 9경기를 치렀다. 수많은 사건과 잡음을 극복하고 이뤄진 복귀다. 그러나 아직 이를 둘러싼 불씨가 남아있다.

창원 LG가 김승현 트레이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BL에 분쟁을 요청했다. KBL도 재정위원회를 열어 규정에 따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LG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장기화 조짐이 보인다.

(왼쪽부터) 한선교 총재, 김승현,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 ⓒ KBL


도덕성 살피는 LG, 계약서 살피는 오리온스 

오리온스와 LG는 김승현이 삼성으로 가기 전, 구두 계약을 맺었다. LG는 김현중을 내주며 김승현을 받기로 했다. 양측 합의는 끝났고, 계약서에 도장 찍는 일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리온스는 김현중의 출장 경기 수를 맞추려 1경기를 쉬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LG는 지난 1일 KCC 전에서 김현중을 제외했다.  

하지만 상황은 뒤집혔다. 오리온스가 LG와 한 약속과 달리 삼성에게 김동욱을 받고 김승현을 내줬다. LG는 공중에 떴고, 김현중은 선수들과 작별 인사까지 했다가 다시 LG에 남았다. LG 입장에서 보면 오리온스에 완전히 속은 셈이다. 반면,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  

이에 LG는 KBL에 분쟁 조정 요청을 했다. 피해보상금액 100억과 463만 원을 주장했다. 피해보상금액 100억은 분노의 표출이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KBL에서 강력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LG의 주장 하에 나온 '이슈화 금액'이다. 여기에 끝나지 않고 LG는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추가했다.  

지난 21일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25일에 재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KBL은 오리온스에게 견책과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KBL 전문위원회 규정11조 ①,②,④에 의거해 KBL 규약 125조, 126조 및 상벌규정 23조의 ⑧ 'KBL 명예실추행위'에 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재금 500만 원은 LG가 가져가는 것이 아닌, KBL이 가져간다. 이 또한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승현 ⓒ KBL


감정적 대응이 아쉬운 LG

오리온스는 소위 말하는 '상도'를 깼다. 동업자 정신이 부족하다. LG는 이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KBL의 미온적인 사태해결에 LG는 더욱 실망해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다. 

KBL은 특정 구단에 보상금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500만 원의 제재금도 현 규정 아래서 KBL이 매길 수 있는 최대치다. 의아하고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이 그렇다. 지금 당장 사건이 터져서 규정을 바꾸고 있지도 않는 규정을 만들 수는 없다. 다만, LG의 주장대로 이런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면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KBL도 규정과 권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아쉬운 점은 LG의 대응이다. 좀 더 치밀하고 논리적인 대응이 LG에게는 필요하다. 오리온스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도덕적 규범은 어겼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LG와 오리온스 사이에 그 어떤 법적인 계약서가 없기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그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LG의 논리적인 대응이 아쉽다.  

LG는 100억, 463만 원, 신인 지명권을 배상하라고 내놨는데, 여기서 수긍이 가는 대목은 김현중 연봉을 경기 수로 나눈 463만 원 뿐 이다. 누가 보더라도 100억과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은 무리수다. LG는 언론에 "100억은 상징적인 금액이다. 오리온스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 오리온스가 아무런 반응이 없어 분노한 것이다.

창원 LG 김현중 ⓒ KBL


그러나 도덕적인 부분을 논하려면, 오히려 더 LG가 논리적이었어야 한다. 100억이라는 상징적인 금액 대신 합리적인 금액을 주장했어야 한다. 화났다고 이슈화 하고 싶다고 무리한 금액을 내놓는 것은 너무 감정적이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해결책을 내놔도 관심은 받을 수있다. 상대가 오리온스 구단이고, 김승현 관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KBL에 재정위원회에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으로 바로 가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으로선 KBL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오리온스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농구팬들은 오리온스가 어떤 구단인지, 김승현이 왜 2년 가까이 농구를 쉴 수밖에 없었는지 익히 알고 있다. LG는 그 과정에서 KBL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살폈어야 한다. LG가 이번 사태를 논리적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KBL LG 삼성 김승현 오리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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