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수상가능성은? ⓒ MBC
MBC <무한도전>이 오는 29일 오후 9시 55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2011 MBC 방송연예대상에 도전한다. 2011년 한해를 빛낸 예능스타들의 축제에, 왜 <무한도전>이 '도전'한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2010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나타난 투표수 조작 의혹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논란의 과정은 이러하다. 작년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에 무한도전을 제치고 <세바퀴>가 수상을 했다. 생방송 동안 진행된 투표에서 <무한도전>은 총 득표수가 무려 11만 5000표를 넘어선 반면, <세바퀴>는 4213표만을 얻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BC는 <세바퀴>가 5만 7455명의 지지를 얻어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무한도전은 5만 6963표를 획득하여 2위에 그치고 말았다. 네티즌들이 4000표가 어떻게 5만 7000표가 되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MBC는 "연령 분포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했기 때문에 <세바퀴>팀이 수상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 못지않게 허탈한 것은 바로 <무한도전> 팀이었을 것이다. 2010년 한해 MBC 예능을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으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바퀴>로 수상의 영예가 돌아가자 <무한도전>팀의 안타까운 표정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올해도 MBC의 <무한도전> '물 먹이기' 작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번 2011 MBC 방송연예대상은 영예의 대상을 개인이 아닌 작품에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기 위한 초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여기서 특정 프로그램이란 <무한도전>이 아닌 2011년 최고의 화제작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밖에 <무한도전>이 2011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 불발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KBS 연예대상 공동수상 논란 이후 발표
▲ 2011 KBS <연예대상>을 공동수상한 <1박2일> 팀. ⓒ 이정민
지난 KBS 연예대상에서는 대상 후보에도 없었던 <1박2일>팀 모두가 대상을 수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이수근은 최우수상과 대상 수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중복수상을 했다. 이후 오랫동안 KBS를 지켜온 간판예능인 <해피투게더>와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의 무관에 네티즌들이 커다란 반발을 일으켰다.
어쨌든 KBS에서의 공동수상 논란 후 MBC가 올해부터 대상을 개인이 아닌 작품에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우연치고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무한도전>에 상을 주기 위한 초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MBC는 중요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바로 KBS 연예대상이 열리는 24일 낮, 명동에서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수상자를 예측하는 리서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많은 인파들이 모인 명동 길거리에서는2011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 를 예측하는 리서치가 진행되었다. 예상 인물에는 유재석, 박명수, 김구라, 정형돈이 있었다. 24일 낮에는 개인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조사하더니 KBS 연예대상이 끝난 직후 작품에게 수여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 KBS의 공동수상 이후 개인에게 주던 시상식의 관례를 프로그램에게 주는 식으로 바꾸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MBC는 방송연예대상 뿐만 아니라 연기대상도 드라마대상으로 이름을 바꾸어 개인의 역량을 시상하기보다 프로그램 전체가 만들어낸 효과에 더 큰 비중을 두려고 했다.
하지만 MBC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KBS와 SBS는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연예대상을 치른 KBS는 연기대상에서는 작품이 아닌 배우에 상을 수여하되, 좋은 배우가 많다면 공동수상의 가능성도 열어놓겠다고 했다. SBS에서는 이전 시상 방침이나 수상 부문 변경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MBC가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아닌 <나가수> 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초석이 아닐까 의심이 될 만하다.
▲ 2011년 무한도전이 장기 프로젝트로 도전한 '조정특집' ⓒ MBC
올해도 MBC 예능을 살린 <무한도전>
올 한해 <무한도전>은 역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었다. 장기 프로젝트인 '조정 특집'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물해 주었으며, '독도 특집'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달력특집' '짝' '수학능력평가' 'TV전쟁' '나름 가수다' '12살 명수' '소지섭 리턴즈' '우천시 취소 동거동락' '미남이시네요' 등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선사 주었다. 또한, 정형돈과 정재형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정형돈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정준하와 박명수의 깨알 같은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개인수상을 그대로 고수했다면 유재석이 유력해 보인다. 그 대항마가 있다면 같은 무한도전에 활약하고 있는 박명수 혹은 정형돈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아닌 작품에 수여한다는 것은 곧 <무한도전>와 <나가수>,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세바퀴>의 구도를 말한다. 여기서 무한도전과 가장 겨뤄볼만한 작품은 <나가수>뿐이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강호동이 빠진 상황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MBC 간판예능 <무한도전>과 겨루기에는 아직 힘이 약해 보인다.
<나가수>는 가수들의 경연을 통해 수많은 가수들의 합류와 탈락이 이어진다. 따라서 특정 개인에게 상을 주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게다가 개인이나 매니저 역할을 하는 개그맨에게 대상을 주기에는 활약이 미비하다. 경연을 펼치는 가수들과 이를 보완하는 매니저들의 역할이 어우러져야만 <나가수>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풍자 메시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명수는 12살'의 한 장면 ⓒ MBC
<무한도전>이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포맷과 멤버들의 유기적인 조화뿐만이 아니다. 바로 웃음 속에 담겨있는 풍자가 시청자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숨기지 않고 시원하게 드러내주는 <무한도전>의 시사 풍자의 감은 올 한해 가장 최고조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대표적으로 독도 특집에서 나타난 역사적 관심과 '형광등 100개'를 자막으로 쓰며 종편을 풍자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무한도전>을 이끄는 김태호 PD는 확대 해석을 하지 말 것을 부탁했지만 이를 시청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무한도전은 '재미+감동+시사+교훈'을 동시에 주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이번 독도특집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MBC 입장에서는 <무한도전>에게 대상을 수여하기에는 뒷맛이 달달할 수 없는 입장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MBC 예능을 살리는 목적으로 본다면 <나가수>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것이 가장 보기 좋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이번 201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수상이 불발될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았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과거의 전례를 보아 이번 <무한도전>의 수상 가능성은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다. 매번 도전을 해온 <무한도전>이 2011을 마무리 하는 시상식에서 멋진 도전을 하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