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연출 진혁 극본 황은경, 최수진) 2011.05.25~2011.07.28
SBS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위로금을 건네며 산업재해 처리를 피해가려는 대기업 회장의 모습이 어딘지 낯설지 않다. 아이에게는 천 원 한 장을 쥐어주고 돌아서며 "싸구려"라고 오만상을 찡그린다. 일방적이고 섣부른 값싼 흥정, 누구의 이야기일까. <시티헌터>의 이 장면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백혈병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된 전날 방영됐다.
올해는 유난히 시사풍자 코미디의 풍년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보스를 지켜라>가,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개그콘서트><개그투나잇><SNL코리아> 등이 해학으로 사회 풍자를 이끌었다면 <시티헌터>가 사회를 담는 방식은 코미디보다 다큐, 풍자보다는 직설이었다. <시티헌터>는 이외에도 정계의 병역 비리와 불량 군수품 납품, 반값등록금 문제 등을 이야기에 녹였지만, 그중 백혈병 에피소드는 현실의 누군가를 명확히 저격하는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 <천일의 약속> - 역시 카레는 정통 인도식으로...
▲<천일의 약속>(연출 정을열 극본 김수현) 2011.10.17~2011.12.20
SBS
냉장고에서 꺼낸 카레를 밥 위에 붓고 한참을 쳐다보던 이서연(수애 분)이 절도 있게 손으로 카레를 비벼 먹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카레를 게걸스럽게 입안으로 구겨넣는 그의 모습에서 서서히 줌아웃하며, 거실에 놓인 아름다운 이서연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이 장면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던 이서연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됐음을 백 마디 말보다 분명하고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천일의 약속>이 불치병을 극의 감동을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낭만을 어느 정도 배제한 사실적인 묘사다. 무엇보다 그동안 백합처럼 곱고 청순한 이미지를 구축해 온 수애의 작심한 듯한 연기가 충격을 완성했다.
# <뿌리깊은 나무> - 왕 앞에서 허리를 편 백정
▲<뿌리깊은 나무>(연출 장태유 극본 김영현, 박상연) 2011.10.05~2011.12.22SBS
올해 SBS 드라마 중 마지막을 장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가 준 파동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세종 이도에 맞선 축으로 정도전의 뜻을 품은 '밀본'이라는 비밀조직을 세워 놓은 <뿌리깊은 나무>의 반전은 밀본의 본원이 밝혀지는 순간 폭발했다. 허리를 펴본 적이 없이 굽실거리던 백정 가리온(윤제문 분)은 자신이 본원 정기준임을 드러내며 영의정 이신적 앞에서 허리를 펴고, 왕인 이도 앞에서 뒷짐을 졌다.
<뿌리깊은 나무>의 박상연 작가도 명장면 중의 하나로, 가리온이 정기준으로 세종 이도 앞에서 허리를 펴고 대담을 벌인 정륜암에서의 장면을 꼽았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 같던 캐릭터가 치고 나오는 방식을 즐겼다는 작가들의 말처럼 이미 존재하고 있던 캐릭터의 변신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보다 흥미로웠다. 반전 캐릭터로만 따지자면 가리온, 아니 정기준이 올해의 '카이저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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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부터 <뿌나>까지...SBS 드라마 '충격반전'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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