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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부터 <뿌나>까지...SBS 드라마 '충격반전' 베스트 5

[흥미기획]올 한 해 방송된 SBS 드라마 중 '충격반전'을 내 맘 대로 골라봤다

11.12.28 14:49최종업데이트11.12.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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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BS 드라마는 뒷심이 좋았다. 가장 마지막을 장식했던 <천일의 약속>과 <뿌리깊은 나무>가 시청률 20%의 장벽을 넘었고, 특히 <뿌리깊은 나무>는 시청률보다 뜨거운 시청자 반응이 인기의 체감도를 높였다.

아무래도 마지막의 특혜가 있는지라, 두 작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2011년 한 해를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작품이 몇 가지 더 있다. 특히 소름 돋을 정도의 충격파를 전해준 장면의 잔상이 더 오래 남는 법. 오는 31일 <SBS 연기대상>을 앞두고 SBS 드라마, 반전의 순간만을 더듬어봤다. 눈 밑에 점 하나를 찍고 뻔뻔하게 다른 사람이라며 돌아온 민소희 식의 반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 <싸인> - 살인을 밝혀내기 위한 자살

<싸인>(연출 김형식, 김영민 극본 김은희, 장항준) 2011.01.05~2011.03.10 ⓒ SBS


허망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던 주인공이 마지막회 첫 장면부터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니. 하지만 그는 죽어서도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싸인>의 반전이었다. 시신이 남긴 증거를 통해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던 만큼, 윤지훈 법의관(박신양 분)은 완전 범죄를 꿈꾸던 강서연(황선희 분)이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미리 설치해 놓은 CCTV 안에 끔찍한 죽음의 과정을 담아 증거로 남겼다. 

연초에 막을 내린 드라마는 경연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1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당시의 감동도 잊히기 마련. 그럼에도 2011년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싸인>의 마지막 반전은 망각의 힘을 거스를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 <신기생뎐> - 본격 샤머니즘 드라마의 아찔함

<신기생뎐>(연출 이영희, 손문권 극본 임성한) 2011.01.23~2011.07.17 ⓒ SBS


이것은 이야기 전개와는 별개의 반전이다. 드라마에서 레이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장군신이 빙의된 아수라(임혁 분)가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고, MRI보다 더 정확하게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장면은 올해, 아니 SBS 드라마 역사를 통틀어서도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괴짜'라는 임성한 작가의 수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며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기획의도와의 이격을 차치하고서, 이 한 장면은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짤방용('잘림 방지용'의 줄임말로 사진이나 동영상 전용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삭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넣는 흥미로운 사진이나 동영상) 이미지를 우리에게 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시티헌터> - 회장님, 보고 있나?

<시티헌터>(연출 진혁 극본 황은경, 최수진) 2011.05.25~2011.07.28 ⓒ SBS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위로금을 건네며 산업재해 처리를 피해가려는 대기업 회장의 모습이 어딘지 낯설지 않다. 아이에게는 천 원 한 장을 쥐어주고 돌아서며 "싸구려"라고 오만상을 찡그린다. 일방적이고 섣부른 값싼 흥정, 누구의 이야기일까. <시티헌터>의 이 장면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백혈병 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된 전날 방영됐다. 

올해는 유난히 시사풍자 코미디의 풍년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보스를 지켜라>가,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개그콘서트><개그투나잇><SNL코리아> 등이 해학으로 사회 풍자를 이끌었다면 <시티헌터>가 사회를 담는 방식은 코미디보다 다큐, 풍자보다는 직설이었다. <시티헌터>는 이외에도 정계의 병역 비리와 불량 군수품 납품, 반값등록금 문제 등을 이야기에 녹였지만, 그중 백혈병 에피소드는 현실의 누군가를 명확히 저격하는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 <천일의 약속> - 역시 카레는 정통 인도식으로...

<천일의 약속>(연출 정을열 극본 김수현) 2011.10.17~2011.12.20 ⓒ SBS


냉장고에서 꺼낸 카레를 밥 위에 붓고 한참을 쳐다보던 이서연(수애 분)이 절도 있게 손으로 카레를 비벼 먹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카레를 게걸스럽게 입안으로 구겨넣는 그의 모습에서 서서히 줌아웃하며, 거실에 놓인 아름다운 이서연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이 장면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던 이서연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됐음을 백 마디 말보다 분명하고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천일의 약속>이 불치병을 극의 감동을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낭만을 어느 정도 배제한 사실적인 묘사다. 무엇보다 그동안 백합처럼 곱고 청순한 이미지를 구축해 온 수애의 작심한 듯한 연기가 충격을 완성했다.   

# <뿌리깊은 나무> - 왕 앞에서 허리를 편 백정

<뿌리깊은 나무>(연출 장태유 극본 김영현, 박상연) 2011.10.05~2011.12.22 ⓒ SBS


올해 SBS 드라마 중 마지막을 장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가 준 파동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세종 이도에 맞선 축으로 정도전의 뜻을 품은 '밀본'이라는 비밀조직을 세워 놓은 <뿌리깊은 나무>의 반전은 밀본의 본원이 밝혀지는 순간 폭발했다. 허리를 펴본 적이 없이 굽실거리던 백정 가리온(윤제문 분)은 자신이 본원 정기준임을 드러내며 영의정 이신적 앞에서 허리를 펴고, 왕인 이도 앞에서 뒷짐을 졌다.

<뿌리깊은 나무>의 박상연 작가도 명장면 중의 하나로, 가리온이 정기준으로 세종 이도 앞에서 허리를 펴고 대담을 벌인 정륜암에서의 장면을 꼽았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 같던 캐릭터가 치고 나오는 방식을 즐겼다는 작가들의 말처럼 이미 존재하고 있던 캐릭터의 변신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보다 흥미로웠다. 반전 캐릭터로만 따지자면 가리온, 아니 정기준이 올해의 '카이저소제'다.

SBS SBS 연기대상 뿌리깊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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