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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2011 한국 로맨틱 코미디..."왜 안 팔릴까"

영화 <오싹한 연애> 2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며...한국 로코물 어디로 가나

11.12.26 15:01최종업데이트11.12.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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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만하면 손예진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올 한해 한국 로맨틱 코미디물 말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갓 넘긴 월요일(26일) 오전 <오싹한 연애>를 본 누적 관객수는 253만 9454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이었다. 국내 박스오피스 5위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하반기 무렵 개봉했던 여러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영화 <오싹한 연애>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호러적인 요소를 뒤섞은 다소 묘한 형태의 작품이다. 까칠하면서도 소심한 마술사 조구(이민기 분)와 학창시절 사고를 당한 뒤부터 귀신을 보게 된 여리(손예진 분)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장르의 혼합이라고는 하지만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화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형식상의 신선함을 빼곤 손예진과 이민기의 호흡과 연기에 기댈 부분이 컸던 영화인 셈.

개봉 4주차임에도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 약 1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던 <오싹한 연애>는 그간 침체의 흐름을 보였던 국내 로맨스물의 입장에선 한 줄기 희망이라 할 법 하다.

사랑 이야기 왜 안 팔려? "팍팍한 현실 때문"

 영화 <커플즈>의 두 주연 김주혁(왼쪽)과 이윤지

영화 <커플즈>의 두 주연 김주혁(왼쪽)과 이윤지 ⓒ 이정민


상반기에 이렇다 할 로맨스 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올해는 해당 장르 영화의 무덤이 될 뻔했던 한 해였다.  지난 11월 2일 하반기 로코물로는 가장 먼저 개봉을 알렸던 김주혁·이윤지 주연의 <커플즈>는 36만 799명 관객 몰이에 그치고 말았다. 커플이 탄생해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닌 커플이 탄생하기 직전까지 과정을 여러 시점으로 나눠 묘사한다는 신선한 구성이 있었지만 흥행엔 실패한 것이다. 일본 영화 <운명이 아닌 사람>을 원작으로 하여 감독의 시선으로 나름 잘 구성했지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한예슬·송중기 주연의 <티끌모아 로맨스>도 마찬가지였다. <커플즈>보다 8일 늦게 개봉한 해당 영화는 올 한해 불미스러운 이슈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할만한 배우 한예슬과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 송중기가 호흡을 맞췄다. <티끌모아 로맨스> 역시 내용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88만원 세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사랑은 하고 싶은 청춘의 이야기를 유쾌한 감성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찾은 관객은 42만 4465명에 그쳤다.

 서울 종로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열린 영화<너는 펫>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장근석,김하늘,감독 김병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종로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열린 영화<너는 펫>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장근석,김하늘,감독 김병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민원기


영화 <너는 펫>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을까? 올해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 영화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보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게다가 한류의 중심, 한류의 대세 장근석이 함께 영화를 이끌었지만 이상하게도 관객 수는 저조해했다. 누적 관객 54만 4179명을 기록한 <너는 펫>은 <티끌모아 로맨스>와 같은 날 개봉하며 하반기 로맨스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사석에서 기자와 만난 한 감독은 이런 현상을 두고 "관객들이 현실감 떨어지는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달콤한 연애만을 꿈꾸기엔 현실은 팍팍한 곳인 데에 비해 영화에서 그려지는 남녀의 사랑은 그것을 따라가고 있지 못한다는 관점이었다. 또한 관객들의 눈높이가 더욱 높아졌기에 웬만한 신파나 최루성 이야기로는 콧방귀도 안 낀다는 얘기도 오갔다.

어찌해야할까. 대중들은 적어도 사랑이야기에서 만큼은 지금의 현실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가는 이야기를 열망하는 것일까? 작품 자체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 전제다. 2011년 명멸했던 '로코물'이 이런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자.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 것. 사랑이야기 없는 사람 이야기만큼 서글픈 건 없으니까 말이다. 손예진과 이민기 커플의 분투를 보면서 마음을 다지는 한 해였으면 한다.

손예진 김주혁 한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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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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