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2>. '<나는 가수다>는 2011년 대중문화 최대의 이슈 메이커로, 음악성과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적절히 조화시켜 성공했다'고 이 책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렇듯 <나는 가수다>가 2011년 최고의 예능 성공작이었다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월에 시작한 이래, 프로듀서도 여러 명 바뀌었다. 가수들도 이 프로로 인해 명예와 오욕의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렸다. 프로 자체의 인기에 머물지 않고 MBC는 물론 타 방송국 예능 프로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MBC 예능 프로에게 <나는 가수다>는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다. 지난 주 <무한 도전>이 '나름 가수다' 특집을 시작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프로가 <나는 가수다>를 '필수품'처럼 애용하고 있다.
▲ 나는 가수다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 ⓒ mbc
지난 주 김정일 사망 특집으로 연기된 <놀러와> 크리스마스 특집에 초대받은 게스트들도 조관우, 김경호, 바비킴, 윤도현 등 <나가수>출신 가수들이었다. 특히 <나가수>의 김유곤 피디가 <놀러와>로 자리를 옮긴 후로 <나가수> 출신의 가수들은 한 회 걸러 등장했다. 마치 <놀러와> 게스트가 섭외가 안됐을 경우, 언제나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예비군 같은 느낌마저 든다.
<라디오 스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주, <나가수> 듀엣 특집을 빛내 주었던 김경호와 김연우가 다시 그들의 절친인 장재영, 정성호를 데리고 함께 나왔다. 그 중 정성호는 <나가수>에서 김경호의 매니저로도 활약하는 개그맨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날 정성호가 자조적으로 말했듯이 사람들이 있는지도, 언제 하는지도 모른다고 하는 '웃고 또 웃고'도 <나가수> 코너를 하다가 최근 폐지했다. 뿐만 아니다. 소소하게는 <룰루랄라>의 김건모와 <위대한 탄생>의 박정현 등이 활약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도 <나가수>였다.
이처럼 모든 MBC 예능의 젖줄이 되는 <나는 가수다>는 거듭되는 노이즈 마케팅의 실패와 더불어 최근 프로그램 자체의 노쇄가 역력해지고 있다. <라디오 스타>에 나온 김연우의 경우처럼 그 프로를 통해 방출된 인력들도 과도한 노출로 인해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나가수>의 존재감이 MBC 예능 전체의 활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
물론 새삼스럽게 우리나라 예능에서 한 트렌드, 혹은 한 이슈를 단물이 빠지도록 울궈 먹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가수> 컨셉트, 이슈, 혹은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이의 제기를 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나가수>가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구성원들이 가수이기에 그 가수들을 데리고 또 다른 예능을 풀어가는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차라리 M.net '윤도현의 must'처럼 이미 MC이자 가수 윤도현을 MC로 재활용하는 방법은 가능하다. 하지만 검증되는 않은 멘토로서 박정현을 세운다던가, 가수 김건모나 김연우를 오락프로에 세우는 것은 결국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힘든 것이다.
역으로, 거듭되는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타 예능 프로 출연은 결과적으로, <나가수>가 예능임에도 그 가수들의 예능적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걸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가수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고서는 더 이상 이슈와 화제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나가수>에서 이런 지점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 놀러와 출연중인 윤도현, 바비킴 ⓒ mbc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나가수> 가수들에 의해서 유지되는 MBC 예능의 초라함이다.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에 빛나는 김원효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출연하는 프로가 늘어나서 좋다고, 이렇게 KBS는 <개그 콘서트>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체기에 있다가 최근 개편과 더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도 개편의 포인트는 바로 g4라 이름 붙인 개그 콘서트의 김준호, 최효종, 정범균, 허경환 등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대표적 예능인 <1박2일>의 이수근의 출발지 역시 <개그콘서트>였다. 심지어 <라디오스타>의 구원투수로 나선 유세윤, <정글의 법칙>의 김용만처럼 타 방송국까지 먹여살리는 풍족한 인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스타>에 나온 정성호는 씁쓸하게 말했다. <나름 가수다>를 사람들이 모른다면서, 정말 조명 하나를 켤 정도의 제작비로 자신들의 인건비가 충족된다고. 이런 사정은 코미디 프로를 개설했다면서 언제 하는 지도 모르는 심야 시간에 배치해놓은 SBS도 마찬가지이다. tvn의 <코미디 빅리그>의 성장세를 보면 두 공중파가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의 판별은 분명해진다.
2012년... MBC 예능은 누가 먹여 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