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의 두골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전북에 패한 울산K리그
11월의 마지막 날(30일), 9개월간의 긴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였다. 무료입장 논란으로 한바탕 소동을 빚은 이번 경기는 쏟아지는 비로 인해 경기장을 가득 메우지는 못했지만 시간과 날씨 여건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겨울비와 함께 치러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에닝요가 두 골을 몰아 넣은 전북이 곽태휘가 프리킥 골을 기록한 울산을 2-1로 누르고 챔피언 트로피에 한 발 다가섰다.
이날 두 팀의 스쿼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전북은 이동국을 중심으로 루이스와 에닝요가 그 뒤를 받치고, 발빠른 이승현을 선발 출장시켜 울산의 체력적 한계를 공략하려 했다.
울산도 포항전까지 선발 출장했던 박승일 대신 루시오를 선발출장 시키며 역습상황에서 골 결정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반 _ 비와 무뎌진 경기감각이 앗아간 전북의 공격축구
전반이 시작되면서 두 팀은 예상과는 달리 다소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선보였다. 수비 공격 할 것 없이 공격적인 본능을 숨기지 않는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상대수비 진영을 오르내리는 것이 전북의 전형적인 공격 형태라면, 최철순은 오버래핑을 의도적으로 자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울산도 볼을 잡으면 무리하게 전방으로 연결하기보다 확률 높은 공간으로 패스를 넣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1차전의 중요성, 여기에 원정 다득점 원칙이 처음으로 적용되어 양팀 모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감각에서 다소 문제를 드러낸 전북이 특유의 패스게임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이 울산은 빠른 역습으로 전북의 수비 뒷공간을 교란시켰다. 수비진영에서 볼을 잡으면 지체 없이 측면의 루시오에게 롱패스를 연결했고, 중앙과 반대공간으로 설기현과 김신욱이 파고들면서 전북 수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울산의 또 다른 힘을 보여주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의 위력도 여전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재성의 헤딩슛이 아쉽게 골문을 벗어나는 등 전반 내내 템포를 조절하며 전북 수비를 힘겹게 만들었다.
전북은 특급 도우미 에닝요와 루이스의 감각이 다소 떨어지면서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30분경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에닝요의 예리한 프리킥이 나오면서 전북은 서서히 경기감각을 되찾기 시작했다. 35분 이후, 패스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분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지만 골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후반 _ 믿었던 수비 집중력이 흔들린 울산, 첫 패배를 당하다
후반 초반은 전반 후반의 분위기를 이어간 전북의 페이스였다. 에닝요의 드리블과 패스가 살아나면서 측면에서 위력적인 크로스가 연결되었고 금방이라도 골이 터질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후반 7분 전북의 삼각편대 루이스, 에닝요, 이동국에 의해 첫 골이 만들어진다. 울산 진영 중앙에서 볼을 이어받은 루이스가 에닝요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에닝요의 감각적인 패스를 이어받은 이동국이 돌파하려는 순간 이재성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패널티킥이 선언되었고, 에닝요가 침착하게 차 넣어 1-0, 전북이 앞서가기 시작한다.
이어진 공격상황에서 박원재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울산의 위기가 계속되었다. 체력적인 한계와 실점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 같았던 울산은 특유의 측면 플레이와 정확한 크로스로 동점골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양 팀의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18분 전북 패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얻어낸 세트피스 상황에서 절묘한 동점골이 터진다. 주심의 휘슬이 울린 후 전북 수비벽이 방심한 틈을 타 곽태휘가 득달같이 프리킥골을 성공시켜 버린 것이다. 맨유의 긱스를 생각나게 하는 골이었다.
전북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해 보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골이었다. 수비벽의 거리를 조정하기 위해 휘슬이 울린 후 킥을 할 것을 알렸고, 조정이 끝나고 휘슬을 분 후 곧바로 킥을 하지 않고 울산 킥커들이 우물쭈물 하자 전북의 수비벽이 흐트러져 버린 것이다.
절묘한 동점골을 뽑아낸 울산의 기세는 매서웠다. 울산은 볼을 잡으면 측면의 루시오와 설기현에게 연결한 후 김신욱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번번히 김신욱의 머리에 맞히면서 위력적인 슈팅으로 마무리 하는 울산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공격을 보여주었다.
전북도 지지 않았다. 후반 중반으로 흘러가자 울산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졌고, 측면과 중앙을 이용한 패싱게임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두 팀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 순간 최강희 감독은 '닥공축구'의 수장임을 보여줬다.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루이스와 이승현을 빼고 정성훈과 로브렉을 투입하면서 추가골에 포인트를 맞춘다. 로브렉은 측면에서 정서훈은 중앙에서 남아 있는 체력을 바탕으로 크로스와 슈팅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좀처럼 골은 터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울산도 전북도 2% 정도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더욱 가슴 졸이게 했다. 그러던 후반 34분 전북의 공격상황,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에닝요의 발 앞에 떨어졌다. 에닝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볼을 치고 들어가 울산의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2-1 전북이 또 다시 앞서가기 시작한다.
급해진 울산은 벤치를 지키던 박승일을 고슬기 대신 투입하면서 골을 노렸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종료 직전 얻은 프리킥과 코너킥에서 위력적인 골찬스를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2차전 앞두고 악재 겹친 울산, 6위 반란 여기에서 멈추나
이로써 울산은 3연승 이후 첫 패배를 당하면서 신들린 듯한 울산만의 승리법이 한계에 부딪친 듯한 모습이다.
물론, 12월 4일(일) 전주에서 2차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최소 두 골 이상을 뽑아내고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하는 다소 힘겨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울산을 힘겹게 하는 것은 미드필드에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고슬기와 짠물 축구의 핵심 축인던 이재성이 경고누적으로 2차전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3연승으로 거칠 것이 없었던 울산에게 첫 패배를 안긴 전북은 울산 선수들에게 심리적 허탈감 혹은 '닥공축구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넘기 힘든 벽으로 인식될 경우 2차전에서 울산 선수들의 발은 더욱 무거워 질 수 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 패배,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쌓인 체력적의 한계, 주력 선수 두 명을 잃은 전력상의 한계를 울산이 어떻게 극복할지. 한풀 꺽인 리그 6위의 기세를 무엇으로 살려낼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전북이 챔피언 트로피에 한 발 앞서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울산이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경기에 임할 경우 또 다른 대반전 드라마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전문가들이 전북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처럼 객관적인 전력, 1차전 결과는 한낱 부질 없는 이분법적 판단의 오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공은 둥글고 축구는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