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코트의 부부 문지기 강일구와 오영란(2009. 2. 16, 부천체육관에서)심재철
막내 문지기 김미소의 수줍은 웃음이 핸드볼 코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이미 승부의 갈림길이 분명해진 경기 끝무렵에 잠깐 골문을 지키러 나왔지만 상대 골잡이 박지현과 최설화의 슛을 연거푸 막아내는 활약을 펼치며 경기를 끝냈기 때문에 그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김미소가 코트에 나오기 전까지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주었던 문지기 언니들(오영란, 송미영)의 눈부신 선방 덕분이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광역시체육회 여자핸드볼팀은 27일 낮 1시 광명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 SK 핸드볼 코리아컵 여자부 결승전에서 맞수 삼척시청을 30-18(전반 18-10)로 여유 있게 물리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센터백 김온아와 라이트백 류은희의 뛰어난 공격 조합과 노련한 문지기 오영란의 활약이 돋보였다.
센터백 김온아의 행복한 고민
경기 시작 30초만에 첫 골이 나왔다. 단짝의 호흡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김온아가 왼쪽으로 이어준 공을 류은희가 받아 위력적인 왼손 슛을 던진 것이 그대로 삼척시청의 골문을 갈랐다. 이런 공격 흐름을 삼척시청 수비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패스의 속도와 슛이 던져지는 높이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인천광역시 체육회에는 이들 단짝 말고도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또 다른 단짝이 더 있었다. 세 살 차이가 나는 언니와 동생이 함께 뛴 것이다. 플레이메이커 김온아로서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왼쪽 날개 조효비와 레프트백 이상미 쪽이 막히면 언니 김온아가 오른쪽 날개로 뛰고 있는 친동생 김선화를 찾는다. 이 공격 방법은 문지기의 선방이나 가로채기로 얻은 빠른 공격이 이어질 때 그 위력이 더해졌다.
사실 결승전에서 이렇게 점수 차이가 벌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광역시 체육회로서는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겸할 수 있는 간판 공격수 문필희가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코 삼척시청을 쉽게 대할 수 없었다. 노련한 김남선까지 대회 도중에 다치는 불상사가 이어져서 불안했지만 그녀들은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해 쉽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을 멋지게 이루어냈다.
서른아홉, 두 아이의 엄마라고?
나이도 서른 아홉이다. 그리고 지난 해에 둘째 아이까지 낳았다. 문지기 오영란을 설명하는 말은 이밖에도 여러가지다. 국가대표로 뛰면서 2004 아테네올림픽대회 결승전 '우생순' 드라마의 주역이기도 했다.
둘째 아이를 낳으며 사실상 코트와 이별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6개월만에 다시 돌아왔다. 여러 해를 거치며 소속팀도 '효명건설→벽산건설→인천시체육회'로 그 주체가 바뀌는 등 혼란이 있었지만 언제나 묵묵히 골문 앞을 지키는 그녀가 있었기에 뜻 깊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반전 30분을 골문 앞에 서 있던 맏언니 오영란은 전성기의 기량 못지 않게 놀라운 순발력으로 여러 차례 선방을 기록하며 승부를 사실상 전반전에 마무리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21개의 슛 중에서 단 10골만 내주고 11개의 방어 기록(방어율 52.38%)을 남겼다.
특히, 삼척시청 센터백 정지해의 슛은 빠르기로 소문난 것이었는데 오영란 앞에서는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24분 30초경에 정지해의 7미터 던지기가 이어졌지만 오영란은 왼손으로 정확하게 막아냈고 전반 종료 직전에도 정지해의 중거리슛을 막아내며 18-10으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정지해가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던진 공이 후반전 첫 골로 기록되며 자존심을 되찾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천시체육회의 후반전 첫 골(19점)은 이 경기의 결승골이 된 셈이었다.
지금까지 팀의 운영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인천광역시체육회 선수들은 대회 3연패(2009 벽산건설, 2010 벽산건설, 2011 인천시체육회)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해까지 핸드볼큰잔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대회가 대한핸드볼협회의 새단장과 함께 핸드볼 코리아컵으로 바뀐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이어 열린 남자부 결승전에서도 3연패의 위업이 이루어졌다. 그 주역들은 왼손 골잡이 윤경신이 이끌고 있는 두산 베어스다. 후반전 끝무렵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따라잡기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지만 두산 문지기 박찬영의 벽은 예상대로 높았다.
그 반대편 골문을 지킨 강일구(오영란 남편)로서는 아쉽게도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이번에도 부부 동반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