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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 실패한 조광래-홍명보, 무엇이 문제였나

11.01.27 08:41최종업데이트11.01.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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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월드컵 7회 연속 본선행과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2002 한일대회 4강),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등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해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아시아무대에서는 정상에 올라본지 오래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안방에서 열린 86년 서울 대회 이후 25년째 무관에 그치고 있으며, 아시안컵 역시 초창기 친선대회 성격이 강했던 1, 2회 대회 연속 제패(56-60년) 이후 반세기가 넘는 51년간 정상 문턱을 밟지 못했다.

 

3개월 사이에 한국축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각각 또 한번의 좌절을 맛 봐야 했다. 이번 AG와 아시안컵에 거는 기대는 유난히 컸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16강을 비롯하여 각종 국제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축구의 성장한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던 데다 투자와 준비 등 모든 면에서 이번에야 말로 우승의 적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명보호와 조광래호는 이번에도 아시아 대회의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역대 최강의 전력과 대회 최고의 경기내용을 보여줬다는 호평에도 정작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경기를 주도할 수는 있어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은 부족한 한국축구의 고질병을 아쉽게 극복하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홍명보와 조광래, 두 사령탑이 비슷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축구스타일은 달랐지만 두 감독이 저지른 공통적인 실수는 바로 '경험부족과 '마이 웨이에 대한 집착'에 있었다.

 

홍명보호와 조광래호는 모두 선수 선발에 있어서 과연 최상의 선택이었는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K리그에서 최상의 활약을 보여주던 선수들을 외면하고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주력 멤버들을 다시 모으는데 주력했다. 선수 구성도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09 이집트 청소년월드컵 8강 신화의 주역들이었지만, 1년 사이에 기량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게임까지 부족한 준비기간을 이전부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의 조직력으로 만회하고, 장기적으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대표팀의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중용했던 박희성, 김민우 등 상당수의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는 자연히 팀전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기성용의 차출이 소속팀 셀틱의 반대로 불발로 끝난 것도 악재였다. 박주영, 김정우 등 와일드카드로 뽑힌 멤버들이 분전했음에도 결국 4강에서 UAE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이란과의 3. 4위전에서 뒤늦게 맹활약한 지동원, 윤빛가람 같은 선수들이 정작 대회 내내 벤치만 지킨 것도 아쉬웠다.

 

조광래 감독도 아시안컵에서 성적과 세대교체, 전술 실험이라는 여러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무리수를 저질렀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박주영의 부상 이탈로 최전방 공격수들의 경험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은 내내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대안으로 발탁된 지동원과 구자철이 조별리그까지는 분전했지만 중압감이 큰 토너먼트에서는 결국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1, 2진의 격차가 큰 가운데 최전방과 미드필드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어줄 베테랑 선수들의 빈 자리가 아쉬웠다.

 

경기운영의 미숙함과 판단 미스도 닮은 꼴이다. 홍명보 감독은 UAE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를 염두에 두고 교체카드를 아끼다가 막판 골키퍼 교체를 단행했으나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승부차기까지 가 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조광래 감독은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유병수의 재교체 해프닝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최약체인 인도전에서 조1위에 집착하다가 주전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결국 토너먼트에서는 이란과 일본전에서 연이어 연장 혈전을 치르느라 주전들의 체력이 방전되는 부작용을 자처했다.

 

조광래 감독과 홍명보 감독이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국제경험 부족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로서는 A매치 최다 출장기록을 보유했을만큼 위대한 선수였지만, 지도자로서는 대표팀 코치를 거쳐 지난 청소년월드컵에서야 처음 감독직을 맡았을 만큼 경험이 부족한 초보감독에 지나지 않는다. 조광래 감독도 K리그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성인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국제대회를 치른 것은 이번 아시안컵이 처음이었다. 한 경기 결과로 운명이 결정되는 단기전에서 두 감독의 경험 부족과 미숙한 대회운영은 곧 돌이킬 수 없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첫 중간평가 무대는 실패했지만 두 감독에게는 앞으로 더 중대한 과제가 안겨 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그것이다. 아시아무대에서는 실패했지만 이번의 경험이 더 큰 무대에서의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 무대에서의 좌절을 비싼 수업료 삼아서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는 않아야한다.

 

경힘이 부족한 감독일수록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하여 선수나 전술을 자신의 틀에 가두려고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를 발탁하고, 취향에 맞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팀 감독직은 그들의 감독경험이나 축구철학을 만족시키기 위한 실험무대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의 경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1.01.27 08:41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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