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유다인의 연기가 돋보인 <혜화,동>서울독립영화제
혜화는 사실 아버지가 없다. 그리고 지금의 엄마도 자신을 낳은 엄마가 아니다. 혜화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버려진 개들을 돌보고 엄마가 없어 자신을 엄마처럼 생각하는 동물병원 원장의 어린 아들의 스킨십을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사라져버린 '엄마'의 역할, 그리고 없어져 버린 '혈육'을 대신하고픈 마음의 발로인 것이다.
혜화에게 한수는 막말로 '인생을 망치게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시키고 임신을 하자 입대를 핑계로 사라지고 과거를 잊고 살아가려는 순간에 다시 아이가 살아 있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한수가 혜화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몇 번이나 만남을 거절하지만 한수는 몰래 혜화의 집 문을 따면서까지 혜화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아이를 다시 찾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은 결국 그 아이를 몰래 데려와 하룻밤 밥먹이고 재우자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그 과정에서 한수는 또 한 번 혜화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혜화는 여전히 한수를 버릴 수 없었다. 그 또한 아버지가 없이 외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도시의 혹한이 느껴지는 풍경
<혜화,동>의 풍경을 보면 가난한 도시의 겨울 혹한 속에서 한 줄기 햇빛이 내려쬘 때의 느낌이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다. 그 곳에서 겨울 옷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맑은 눈망울을 지닌 주인공 혜화를 보면 묘한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혜화는 오히려 개들을 보호하고 심지어 무능한 남자친구까지 보호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는 '소녀 혜화'와 '엄마 혜화'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혈육을 찾고 싶어하는 여인의 감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클로즈업은 인물의 표정을 살리며 관객이 쉽게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중반의 긴장감 있는 전개 또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개들도, 그리고 인간도, 어딘가에 버려지는 상황. 그 속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구하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 잃어버린 혈육, 잃어버린 분신을 찾고 싶은 젊은 엄마의 간절함과 그 간절함 때문에 남자에게 이용당하지만 그래도 그 남자를 보호하고 싶어하는 여자의 마음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연출과 연기, 풍경의 삼박자가 오묘하게 맞아떨어진, 재미와 여운을 놓치지 않은, 독립영화의 참재미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혜화,동>이다.
혹,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놓쳤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말 것. 이 영화는 내년 2월 개봉이 확정됐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두 남녀의 겨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이 영화를 감히 '2011년 기대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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