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탈리' 포스터.영화 '나탈리'
영화 <동승>의 주경중 감독이 배우 이성재, 박현진, 김지훈을 기용하여 만든 영화 <나탈리>. 이제 3D를 넘어서서 특정 상영관에서 4D를 상영한다고 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입체 영화라는 설정과 예술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개봉 전부터 관심을 유도했던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고난 관객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영화는 '나탈리'라는 작품명을 가진 조각품과 그 실제 모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설전이 줄거리다. 그 가운데 조각가 황준혁(이성재)과 그를 찾아온 젊은 평론가 장민우(김지훈)의 엇갈린 기억이 충돌한다. 조각가는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무용과 여학생 오미란(박현진)과 영원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지만 평론가는 황준혁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한 여성을 짓밟았다고 공박한다.
같은 사실, 다른 기억들을 펼쳐 보이면서 감독은 예술가의 고뇌,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육체의 사랑과 세속의 관습 등 지극히 고전적인 주제들을 논하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논박의 과정이 인과관계에 기인하지 못한 지극히 느슨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기에 관객에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게다가 결국 밝혀지는 오미란의 삶은 마치 아침드라마의 내용인양 지극히 전형적이다.
연극 무대에 어울릴 법한 어색한 연기, 그리고...
검은색 안경을 쓰고 있던 관객들은 영화 시작인지도 모르던 중에 뜬금없는 거대한 알몸뚱이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감상하게 된다. 검은색 안경 너머로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이끌 목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실패'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베드신은 수없이 많은 음란물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지루한 3D 에로물로 취급될 뿐 영화와 섞이지 못하는 겉도는 장면일 뿐이다.
단 3명의 등장인물 이외 나머지 인물은 그야말로 배경 수준이다. 거의 1대 1 씬으로 일관한 장면들은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적인 설정이다. 더구나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도 일상이 아니라 연극 무대에 어울릴 법한 톤이어서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니 관객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장황하고 임팩트 없는 대사와 흐름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기 어렵도록 만들었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가진 주제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길고 의미 없는 에로틱 영상들 때문이란 사실도 부정 할 수 없다.
만약 영화 <나탈리>가 에로틱한 장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3D를 차용한 것이라면 이는 크나큰 판단 착오다. 더구나 영화 <색계>를 능가하는 에로틱한 영화라는 말을 내세웠지만 이는 잘못된 비유일 뿐이다.
<색계>는 스파이와 적이 서로 내면의 계략을 숨긴 채 성적인 결합이라는 명제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과정을 불교의 사상을 차용하여 무한하고 복잡하게 풀어나갔고, 그 가운데 안타까운 스토리가 영화의 기둥 줄거리로 숨어있기에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었다.
그런 결과로 영화에서의 정사장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 <나탈리>는 견습 시나리오 작가가 쓴 것 같은 허술한 구조에 일관성 없는 줄거리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여, 야심차게 내세운 에로틱조차도 웃음거리로 만든다.
영화의 스토리가 단단하다면 그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기억되고 꼭 필요한 설정이라는 확신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경우 시간 끌기용, 이야기의 중심축을 잡지 못해서 정사 장면만 나열하여 끝을 내버렸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영화 마지막에는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무엇인가 여운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는지, 주인공이 바닷가의 거대한 우체통으로 달려가서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익숙한 대사를 외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방향 설정도 없이 마구 치닫다가 관광지 홍보용, 혹은 지난 영화의 제목을 차용한 유치한 CF 조각 같은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며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 것인가?
입체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일반 영화보다 1.3배나 높은 가격을 주고도 선뜻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했던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알맹이 없는 예술의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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