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너 좀 맞아야 쓰겄다?

잠들지 않는 폭력의 욕망 <악마를 보았다>

10.09.30 10:52최종업데이트10.09.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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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날개가 화면에 귀엽게 자리 잡으며 시작되는 잔혹한 살인. 참으로 조화롭지 않은 조화. 남다른 개성을 가진 영화감독 김지운의 인장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180만 관객을 넘어 이제 DVD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더욱 강렬해지고 완성도 역시 완벽에 가까운 최상급의 스릴을 선사함에도 전작 <놈놈놈>보다도 뒤처지는 흥행이 아쉽기만 하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일까.

 

 포스터.
포스터.페퍼민트앤컴퍼니

도무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관객의 신경을 쥐었다 풀었다하는 수준급의 전개와 끔찍한 상황임에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고약한 유머들. 그리고 지나간 장르 영화들에 대한 기막힌 오마주들.

 

확실히 빼어난 기교를 가진 <악마를 보았다>는 올해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장르적인 기교들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을까. 영화는 마니아 성향과 대중적 성향의 두 지점 사이에서 절묘한 흥행을 기록했다.

 

어쩌면 이병헌과 최민식 두 스타 배우들 덕분에 그나마 관객들이 모였을 수도 있다할 것이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극도의 잔인함은 마지막 장면마저 <쏘우>의 기막힌 고문 장치를 능가할 정도였다.

 

중심 등장인물 가운데 그나마 정상인 주인공 수현(이병헌)이 있었기에 관객들은 조금이나마 마음 편히 영화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미치광이 살인마 경철(최민식)의 시점으로 영화가 시종일관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극장의 관객 구토사례가 흥행만큼 진귀한 기록으로 언론에 보도되었을 터. 장난이 아니게 강렬한 전개를 가진 <악마를 보았다>는 박찬욱의 소위 '복수 3부작'을 능가하는 에너지를 베트남 대학살 현장의 화염방사기처럼 내뿜으며 진짜 복수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스크린을 보다보면 수현과 경철의 광기어린 대결에서 어느새 폭력은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버린다. 물론 경철이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비뚤어진 인격 때문이고 수현이 복수를 하는 것은 사랑하는 약혼녀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져 오르는 분노 그 자체를 시종일관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영화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수현의 폭력에 공감해서 마음속으로 '더! 더! 더 때려버려!'를 외치게 된다(어머, 내 안에도 악마가...).

 

그러나 물어보고 따지기 시작하면 조금 갸우뚱하다. 경철이 저지르는 범죄는 물론 정당하지 않기에 그 이유 역시 말도 안 되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수현의 복수는? 법치 아래서의 사적재재가 위법하기에 우리가 공감하는 것은 정서적인 울분뿐이다. 쉽게 말하면 "아씨...피...너 이 XX 좀 맞아야 쓰것다!" 라는 것. 그런데 그 사적인 폭력의 방법과 수위에 대한 기준선은? 도를 더해갈수록 등장인물들은 악랄해져간다.

 

 영화에서 대립하는 두 등장인물. 이들을 통해 악마를 보았다. 스크린에서.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서.
영화에서 대립하는 두 등장인물. 이들을 통해 악마를 보았다. 스크린에서.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서.페퍼민트앤컴퍼니

 

이러니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터. 그런데 이러한 영화적 판타지가 새롭고 흥미로운 것일까. 분노와 증오, 적개심이 폭발하며 폭력의 여정을 이루면서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상실을 채우지 못할 공허. 복수를 마치고 돌아서는 수현은 왠지 마음이 허한 것만 같은 표정이다. 복수를 하더라도 죽어버린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반사회적인 여럿의 흉악범들 가운데 몇 명을 죽도록 고생하며 처단했으니 수현은 젠틀한 국정원 요원에서 음지의 인간 청소부로 재탄생한 것인가.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영화는 미술과 사운드, 영상 등 만듦새는 상당한 수준에 육박하지만 테마에서는 별다른 신선함을 찾을 수 없는 셈이다. 오히려 너무도 잔인한 장면들이 거침없이 나열되며 전개되는 것이 신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수준의 장르영화가 스타배우와 감독에 의해 시도되기는 쉽지 않았다. 대중정서에 부합하기가 쉽지 않아 흥행실패로 연결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였는데 그것을 깨고 도전한 것이다. 물론 드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으로 해외 시장도 넓어졌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극 전체를 본다면 한국적인 한과 울분의 정서,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들이 균형을 잡으며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객 대부분이 같은 장면에서 공통된 반응들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놀라운 것은 잔인한 장면에서의 코미디인데 덕분에 관객들은 우리 안에 잠재된 악의 존재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복수가 정신 건강에 좋다'는 박찬욱의 작품들에 대해서 '그렇다면 복수해서 남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

2010.09.30 10:52 ⓒ 2010 OhmyNews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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