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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결승행' 황선홍, 슬라이딩 골뒤풀이로 화답

[2010 하나은행 FA컵] 부산, 3-2 펠레 스코어로 전남 꺾고 결승 진출

10.09.30 10:23최종업데이트10.09.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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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이 29일(수)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2010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3-2 펠레 스코어로 승리,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 쥐었다. 사진은 부산 승리를 이끈 박희도-한상운-박종우(왼쪽부터)
부산이 29일(수)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2010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3-2 펠레 스코어로 승리,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 쥐었다. 사진은 부산 승리를 이끈 박희도-한상운-박종우(왼쪽부터)부산 아이파크

1998년 4월 1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2002 한일 월드컵' 유치 기념 친선 경기.

운명의 한일전에서 '황새' 황선홍은 1-1로 맞선 후반 일본 골문 앞에서 공이 위로 솟구치자 잽싸게 몸을 날려 가위차기 슛으로 그림 같은 결승골을 뽑았다. 황선홍은 빗물 위를 슬라이딩했다. 두 팔을 쭉 펼치고 박력있게 슬라이딩하는 골 뒤풀이는 한 마리의 황새 같았다.

12년이 지난 2010년 9월 29일 저녁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K-리그 부산 '감독'이 된 황선홍은 FA컵 결승에 진출하면 슬라이딩 골 뒤풀이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연장 접전 끝에 전남을 3-2로 꺾고 FA컵 결승 티켓을 손에 쥔 황선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현역 시절 달았던 18번이 새겨진 부산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중앙에 섰다.

부산 구단은 황선홍 감독의 '슬라이딩 골 뒤풀이'를 위해 스프링클러를 2대나 가동했다. 12년 전 촉촉히 젖었던 잠실의 그라운드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서다.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 정성훈의 손을 잡고 본부석 맞은편 가변 좌석으로 약 30미터 뛰어간 뒤 그대로 슬라이딩했다.

부산 응원석을 향해 한 번 더 슬라이딩을 한 황선홍 감독은 "(슬라이딩) 한 번 더 해달라"는 홈 팬들의 짖궃은 앵콜 요청에 박력 있는 슬라이딩으로 골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골 뒤풀이를 세 번이나 한 황선홍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부산 감독 부임 2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승리 감격은 남달랐다. 상대 전남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D조 첫 경기 폴란드전 때 황선홍이 첫 골을 넣고 달려가 품에 와락 안겼던 박항서 당시 코치였고, 그 포옹을 나누었던 장소가 공교롭게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었다.

세월은 야속했고 운명은 얄궂었으며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FA컵 결승 길목에서 웃은 쪽은 황선홍 감독이었고 '제자'에게 결승 티켓을 내준 박항서 감독의 표정에서는 묘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황선홍 감독은 결승 진출을 확징 짓고 나서 박항서 감독을 찾아가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패장이 된 박항서 감독 역시 제자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려줬다. 말이 필요 없었다. 제자는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건냈고, 스승은 제자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는 29일 오후 7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치러진 전남 드래곤즈와 '2010 하나은행 FA컵(전국축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010 신인 드래프트 2순위 한지호(22)의 프로 데뷔 결승골을 앞세워 3-2 펠레스코어로 승리, 대회 결승에 올랐다.

4강전 첫 골은 부산 몫이었다. 부산은 전반 38분 전남 진영 왼쪽에서 박희도가 차올린 코너킥을 유호준이 헤딩으로 돌려 놓아 1-0을 만들었다. 하지만 부산은 후반 8분 추성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10명을 상대한 전남은 본격적으로 부산을 압박했다. 후반 15분 김명중이 경기 주도권을 전남쪽으로 가져오는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후반 24분 김형필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을 성공 시켰으나 아쉽게도 오프사이드였다.

지동원과 인디오를 앞세워 동점골을 노린 전남. 전남은 후반 32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해결사는 역시 '삼바 특급' 인디오였다. 인디오는 아크 정면에서 송정현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뽑았다.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몸을 날린 박상철 골키퍼 손 맞고 골이 들어 갈 정도로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후반을 1-1로 마친 양 팀은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전반 4분 부산이 다시 앞서 나갔다. 역전골 주인공은 한상운. 한상운은 한지호의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때렸고,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역전을 허용한 전남도 가만 있지 않았다. 연장 전반 종료 직전 인디오가 감아 올린 크로스를 슈바가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해 스코어는 2-2가 됐다.

승부는 연장 후반 5분 갈렸다. 부산 한지호는 전남 수비수 머리 맞고 흐른 공을 오른발로 갖다 돼 치열한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0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부산에 입단한 한지호의 프로 데뷔골이다. 부산을 2004년 이후 6년 만에 FA컵 결승으로 이끈 '황금골'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우승팀 수원은 같은 시각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 결승 티켓을 따냈다. 수원은 연장 포함 120분을 0-0으로 마친 뒤 가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제주를 물리치고 2년 연속 대회 결승에 올랐다.

황선홍 한지호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 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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