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스틸컷CJ엔터테인먼트
<골든 슬럼버>는 감독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독특한 작품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기묘한 컬트영화 향기를 뿜어냈던 <피쉬 스토리>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작품이기 때문이다. <골든 슬럼버> 역시 <피쉬 스토리>와 같은 맥락에서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
분명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스릴러구조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다. 멜로, 코미디, 스릴러 등등 여러 가지 장르들이 한꺼번에 영화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이전 작품 <피쉬 스토리>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분명 덜 당황스럽겠지만 그러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골든 슬럼버>는 반미 성향을 가진 일본 신임 총리가 시가행진 중 암살당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 암살배후로 전혀 죄가 없는 인물이 지목되는 것이다. 바로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아오야기 마사하루(사카이 마사토)다. 그는 이 암살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만 조작된 영상 때문에 다른 어떤 변명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하고 쫓기기 시작한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도주하는 길뿐이다. 이렇게 도주하면서 그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진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피쉬 스토리>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만 즐겁게 볼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골든 슬럼버> 역시 컬트영화의 느낌이 강하게 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 신임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받은 주인공이 쫓기면서, 자신의 무죄를 풀어내는 스릴러영화라고 착각하고 이 작품을 보면, 뒤로 가면 갈수록 관객들이 얻어갈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본영화에 조금이라도 알레르기가 있는 관객들이라면 분명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온 몸을 비비꼬기 시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이 영화는 결코 스릴러가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작 <피쉬 스토리>와 비슷하게 이 작품은 온갖 장르가 어떤 형식을 갖추지 않고 계속해서 섞여 나온다. 실제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쫓기는 주인공이 자신이 무죄임을 밝히기 위한 노력보다, 이전에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위험에 처한 개인에게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기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들 정도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왜 쫓기게 되었는지만 보여주고 다른 나머지 부분들은 전부 주인공이 예전에 알고 지내던 인물들과 어떻게 지냈고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왜 주인공을 도와주는지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주인공의 인생과 삶에 집중하고 있다.
컬트영화가 가져야할 매력은 충분,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사랑받기는?
▲골든 슬럼버스틸컷CJ엔터테인먼트
<골든 슬럼버>는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피쉬 스토리>나 일본영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사랑받기 힘든 영화란 것이다. 스릴러영화로 호기롭게 출발한 작품은 조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딴 길로 이야기가 새면서 종 잡을 수 없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초점을 맞추고 봐야할지 고민하는 관객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의 결백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나쁜 놈들 정체도 탄로 나겠지 생각하는 관객들이라면 그런 기대도 버리는 것이 좋다. 이 작품은 그냥 모든 것이 두루뭉술하다.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제시하지 않고 날카로움 없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고 이전 사건들도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큰 소재 거리가 아니다. 영화 결말 부분에 다가서면 설수록 오히려 주인공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더 중요해진다.
이런 진행은 솔직히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화끈하거나 명확한 것이 없고 감독이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그냥 앉아서 무덤덤히 좌석에 앉아서 관객들이 바라보고만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골든 슬럼버>가 한국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약점이 너무 커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말해보면 <피쉬 스토리>와 같은 이야기 전개에 만족한 관객들이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단 이야기가 될 것이다. 분명 컬트영화로서의 매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이야기전개, 독특한 감성으로 보여주는 스릴러, 일본 특유의 멜로감성과 코미디감성 등이 제법 균형감 있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 있단 의미다.
그리고 <골든 슬럼버> 역시 <피쉬 스토리>와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 작품은 아무리 초반이 지루했다고 해도 후반부 10분은 정말 놓쳐서는 안 된다. <피쉬 스토리>에서도 꼭 후반 10분에 집중해서 보라고 이야기했는데 <골든 슬럼버>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정말 기발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피쉬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후반 10분과 필적할 정도의 이야기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영화를 좋아하고 컬트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후반 10분에 보여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