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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19세기 스포츠 고집할래?"

남아공월드컵 계속된 오심에 비디오 판독, 스마트볼 도입 등 논의

10.06.30 14:22최종업데이트10.06.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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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의 오심과 판정 논란이 쏟아져 나오며 남아공월드컵이 '오심 월드컵'으로 악명을 높이고 있다. 

물론 오심은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나올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이라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오심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너무 심하다.

조별리그에서부터 시끄러웠던 오심 논란은 결국 16강전 토너먼트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골라인 안쪽에 떨어진 확실한 골을 인정받지 못했고, 멕시코는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골을 내주는 등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오심들이 잇달아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심을 하거나 판정 논란을 일으킨 심판들을 앞으로 남은 월드컵 경기에 더 이상 나설 수 없도록 사실상 징계 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FA는 오래 전부터 나온 비디오 판독 도입 요구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며, 오히려 "경기장 내 전광판에서 리플레이 화면을 보여준 것은 실수"라며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의 다시 보기를 금지해 축구팬들을 황당케 했다.

FIFA, 4심제 대신 6심제 내놓았지만…

FIFA는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축구 본연의 재미와 순수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야구와 배구, 테니스 등 많은 스포츠들이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이들과 달리 축구는 시간 정지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승부의 흐름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FIFA는 비디오 판독 대신 심판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1명의 주심과 2명의 부심, 대기심판 1명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4심제에 부심 2명을 더 늘려 골라인 근처에 세우는 '6심제'가 바로 그것이다.

6심제는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대회에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FIFA는 이마저도 꺼려왔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최근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단 몇 초만 참으면 큰 아픔을 줄일 수 있다"며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당장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든가 사임하든가 하라"고 촉구하는 등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FIFA도 한 발 물러섰다.

블래터 회장은 "오심으로 피해를 본 잉글랜드와 멕시코 축구협회에 미안하다"며 공식 사과하고 "FIFA가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판정에 과학적 기술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마트볼, 호크아이 등 과학적 판독 필요 

 지난 2005년 당시 개발된 스마트볼 기술을 소개하는 영국 BBC.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개발된 스마트볼 기술을 소개하는 영국 BBC.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BBC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골라인 판정에 대한 해답으로는 비디오 판독과 함께 '스마트볼'이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스마트볼이란 축구공 안에 작은 전자 칩을 내장하고 골라인을 따라 설치된 센서를 통해 골인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이다. 만약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을 경우 몇 초 안에 곧바로 심판에게 신호가 전달되므로 축구의 흐름을 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볼은 지난 2006 독일월드컵 때부터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볼 역시 전자 칩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오심의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비디오 판독은 야구나 배구처럼 TV 중계 화면에만 의존할 경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 테니스의 '호크아이(Hawk Eye)'가 좋은 본보기로 꼽히고 있다. 테니스코트 주변에 6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공이 바닥에 닿는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잡아내는 기술로 2006년부터 도입됐다.

경기 도중 선수가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정해진 횟수에 내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고, 만약 선수의 이의가 틀렸을 경우에만 요청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든다. 호크아이 덕분에 수많은 오심이 바로잡혔으며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이자 축구팬으로도 알려진 로저 페더러 역시 남아공월드컵에서 오심이 계속되자 축구에도 '호크아이'를 도입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더러는 "테니스는 심판이 가만히 앉아서 라인만 지켜보고 있으면 되지만 축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선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당시 테니스코트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탓에 호크아이로도 판독이 불가능했던 사례가 있어 더욱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축구는 사람의 스포츠고, 심판들도 사람이라 그들만의 고충과 괴로움이 있겠지만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오심으로 인해 큰 아픔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많은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서라도 과학적 판독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 도입을 주저하고 있을 때 '언제까지 19세기 스포츠를 고집할 것이냐'고 묻던 <뉴욕타임스>의 따끔한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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