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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의 복수극, 테러여야만 하나

영화 <모범시민> 사법제도의 모순에 분노하는 모범시민

10.02.25 21:20최종업데이트10.02.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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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분자로 전락한 모범시민

<모범시민>, 영어제목은 Law abiding citizen, 즉...법을 준수하는, 법을 잘 지키는 시민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제목이었다. 영화 <300>에서 강인한 스파르타왕의 근육질 몸매를 선보였던 제라드 버틀러가 약자를 지켜주지 못했던 법과 제도에 도전하는 명분있는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눈 앞에서 아내와 딸을 잃기 전까지는 말그대로 '모범시민'이었던 클라우드는 아내와 딸의 생명을 빼앗은 파렴치한 범인이 '법'이라는 이름에 의해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사법제도의 모순에 대해서 한 판 복수를 벌인다.

가족이 있다면, 아니 그처럼 모범시민에 속하는 그 어떤 사람이라 해도 그런 상황에서 그의 분노와 복수가 이해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약자와 피해자의 편에 서 주어야 할 검사가 재판에 승소하기 위해 범인과 타협을 하는 모습은 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법을 잘 지키면서, 법이 약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한 시민은 그 법이 살인자를 버젓이 거리에 놓아주고 다시 선량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런 현실에 스스로 도전하여 악을 응징하겠다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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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명분은 뚜렸했고,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그의 수에 통쾌함을 느꼈어야 옳을 것이다. 적어도 초반에 그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을 잔인하게 죽이고 나서도 증거가 없으면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법의 맹점을 역이용하면서 자신의 보석을 허가하는 판사에게 '왜 나같은 살인자를 풀어주느냐? 제정신이냐?'고 호통을 칠 때에는 정말 통쾌했다.

그의 복수가 '법 제도의 모순에 대한 교훈'이라는 것으로 일관되었다면, 그래서 과거에 살인자와 타협하는 과오를 저질렀던 검사 닉에게도 뭔가 깨달음을 주었더라면 충분히 통쾌한 복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 클라우드의 복수의 명분이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특히 자신의 복수때문에 감방 동료를 단지 독방에 갇히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죽이고 도시 전체를 파괴하려는 것까지 확대되었을 때는 이미 선량한 시민의 통쾌한 복수가 아니라 구실을 찾아낸 테러리스트의 무차별 테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약해진 메시지, 씁쓸한 결말

약자였던 사람이 일반 죄없는 사람의 가정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강자가 되면서 이제 그의 복수는 통쾌하기보다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이 되었고 그로인해 영화의 메시지는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검사들에게 '악당과 타협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테러들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테러가 아니라 '사법제도의 모순' 그자체로 그들을 '자승자박'하는 복수를 택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클라우드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과 타협을 한 검사 닉에게 직접 보복을 가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스스로 깨닫기를 원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가 되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다른 영화들에 그런 구조들이 자주 등장한다. 명분있는 악당과 그를 쫓는 형사사이에 이해와 우정이 싹트기도 하는 영화 <도망자>가 그랬다.

이 영화는 닉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던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에 대한 닉의 반응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물론 클라우드가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 인물이므로 제거되어야 한다는 닉의 명분은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닉과 클라우드가 썩어빠진 사법제도를 개혁하거나(이건 너무 어려운가?) 혹은 사법제도로는 안 되니까 사법제도 밖에서 사법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악을 응징하는 파트너가 될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랬다면, 클라우드가 미친 테러분자로 전락하지도 않을 것이고 결말이 이렇게 허무하고 씁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선징악적인 할리우드 기본공식을 이탈하다보니 다른 감동이 있었어야 했는데...그것을 찾지 못한 채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방황하기 시작하여 씁쓸한 결말로 (용두사미식으로) 치달았다.

영화가 끝나면서 올라가는 해설자막은 나를 더 분통터지게 만들고야 만다. 미국에서 살인을 저질렀으면서도 검사와의 '거래(딜)'로  버젓이 풀려나는 살인자들이 엄청 많다는 통계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떤 의미를 띄고 있단 말인가? 사법제도로는 악인들을 응징할 수 없으니 이 영화 주인공처럼 스스로 복수해라! 그러다가 죽어라?? 마음만 무겁게 만들었던 영화이다. 통쾌한 감동이 아쉬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드블로그와 네이버 영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라드버틀러 모범시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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