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의 남자 단식 우승을 알리는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Austrailia Open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가 올해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페더러는 한국시간으로 31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0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영국의 앤디 머레이(세계랭킹 4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누르고 200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에 1936년 윔블던대회의 프레디 페리 이후 74년 동안 메이저대회 우승을 해보지 못한 영국 테니스의 기대를 짊어진 머레이는 아쉽게도 페더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페더러 앞에 힘없이 무너진 영국의 희망
1세트부터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앞세운 페더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머레이의 첫 서비스 게임을 따내고 2-0으로 앞서나가며 기를 꺾었고, 4-3에서 두 게임을 더 따내면서 6-3으로 1세트를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페더러는 코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정확한 스트로크로 머레이를 힘들게 하며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갔다. 하지만 머레이는 서브마저 페더러보다 위력이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빈틈없는 페더러를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결국 페더러는 2세트마저 6-4로 손쉽게 따내고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나면서 사실상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3세트가 되서야 페더러의 활약에 눌려있던 머레이의 반격이 시작됐다. 벼랑 끝에 몰린 머레이는 처음으로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을 따내면서 5-2로 크게 앞서갔고 3세트를 따내는 듯 했다.
페더러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세 게임을 따내면서 5-5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과시한 페더러는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고 여기서도 10-10까지 동점을 이어가며 3세트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결국 먼저 넘어진 쪽은 머레이였다. 12-11로 앞선 페더러는 머레이가 받아친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자 두 팔을 치켜들고 우승을 기뻐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머레이는 지난해 결승전에서 페더러가 라파엘 나달에게 패한 뒤 눈물을 흘렸던 것을 빗대어 "비록 페더러처럼 잘하지는 못했어도 페더러처럼 울 수는 있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아버지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해 더욱 의미가 크다"며 "머레이도 언젠가 메이저대회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선수"라고 위로했다.
페더러, '그랜드슬램' 대기록 이뤄낼까
이로써 페더러는 개인 통산 16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14회 우승했던 피트 샘프라스(은퇴)의 기록을 훌쩍 넘어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또 다시 늘렸다.
또한 페더러는 새로운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바 있는 페더러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이라는 최고의 영광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테니스에서는 1년 동안 4대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그랜드슬램, 선수생활을 통틀어 한 번씩 모두 우승하는 것을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 부른다.
남자 선수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1969년 로드 레이버 이후 아직 없다. 이날 호주오픈 결승전이 열린 로드 레이버 아레나도 바로 로드 레이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더구나 페더러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인 나달이 이번 대회 8강전 도중 무릎 부상으로 기권하며 슬럼프를 겪는 등 당분간 페더러를 누를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고 있어 41년 만의 그랜드슬램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