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스티브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여자 친구 미셸에게 주먹을 휘두른 뒤 팬티 차림으로 집 앞마당에 참호를 파고 경계보초에 들어간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미국 텍사스 브라조스. 제대를 앞둔 브랜든과 스티브에게 군은 명예상이기장과 동성무공훈장을 수여하고 고향마을 사람들은 영웅으로 환대합니다. 둘은 이라크에서의 악몽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브랜든은 자신이 실수로 죽인 이라크 일가족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티브는 술에 취해 집 앞 마당에 참호를 파고 총을 든 채 경계 작전에 들어가며, 토미(조셉 고든 레빗)는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려 술독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브랜든은 제대절차를 위해 부대를 찾지만 부대장 부트 중령으로부터 전역중단(Stop Loss) 조치에 따라 이라크로 재파병 된다는 사실을 통고 받습니다. 브랜든은 "자원입대 계약서에 전역 중단은 전시에만 한다고 했고, 대통령은 전쟁은 끝났다고 했는데, 다시 입대하라면 그런 대통령은 엿 먹"으라고 거세게 항의하다 명령불복종으로 체포되어 영창으로 끌려가던 중에 탈영을 감행하고 그에겐 수배령이 떨어집니다.
전역 중단-재입대, 스탑 로스 정책의 실상'스탑 로스'는, 전쟁터에서의 전력유지를 위해 복무기간을 끝낸 병사들을 강제로 재입대 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미군이 전투 경험이 많은 노련한 병사들을 확보해 전투력을 유지하는 한편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고자 대통령령 10조 12305항(Title 10, United States Code, Section 12305)에 따라 시행한 비상시 병력수급정책입니다.
9·11 이후,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을 묘사한 작품들은 차고 넘치게 등장했습니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렌디션>, 폴 해기스 감독의 <엘라의 계곡>,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리댁티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 가운데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병력을 어떻게 충원해 왔는지를 폭로한 영화가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연출한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스탑 로스>입니다.
영화는 엔딩 크래딧에서 스탑 로스의 실상을 알리는 자막을 올립니다.
'2001년 9월11 이후 65만 명의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웠다. 그 중 8만 1천 명이 전역 중단되었다. 2007년 이라크 반군과 싸우기 위해 3만 명이 (부시) 대통령 명으로 추가 파병됐다. 그들 중 몇 명의 전역 중단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08년 기준으로 미 육군 병력 중 스탑 로스를 적용받고 있는 병사는 1만3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 수치는 전체 미군 병력의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결국 미군 병사들 중 열에 한 명 꼴로 '전역 중단-재입대'라는 악몽을 현실에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탑 로스가 적용된 병사들을 위해 미 육군은 매달 500달러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생사가 걸린 악몽의 대가로 지불하는 생명수당이 두 당 500달러인 셈입니다.
스탑 로스 탈영병들의 선택은?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제대 군인들이 스탑 로스에 대응하는 길은 우선 탈영하는 것입니다. 스탑 로스에 대해 군인 가족들과 미국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밀실 징병'으로 규정하고 줄곧 비판해 왔으나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팍스 아메리카'의 거센 물살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아프간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며 3만 명의 추가 파병을 결정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브랜든 역시 탈영을 한 뒤 지역구 상원의원에게 전역 중단의 부당함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워싱턴 인근 모텔에서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도피하는 이라크 참전 탈영병을 만나 스탑 로스에 대한 소송에서 미 육군이 승소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통화한 상원의원의 보좌관은 탈영병과 면담할 수 없다며 군에 복귀할 것을 충고합니다.
브랜든은 모텔에서 만난 탈영병이 소개해 준 칼슨 변호사를 만나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캐나다로 빠져 나가기로 결정합니다. 브랜든으로 대표되는 스탑 로스 탈영병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극히 좁기 때문입니다. 법적이든 정치적이든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뿐입니다. 스탑 로스를 받아들이고 재입대하거나 아니면 가족, 친구들과 기약 없는 생이별을 전제로 위조 신분을 만들어 국외로 도주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스탑 로스 탈영병들의 국외 탈출을 지원하는 칼슨 변호사의 말은 이를 단적으로 증언합니다.
"탈영병은 도망 다니며 싸우다 종종 맞아 죽지. 그렇지 않고 국외로 한 번 가면 다시는 못 와요. 한 번 가면 끝이오. 재수 없이 본국 송환되지 않는 한. 내 말이 거칠어도 이게 현실이오." 스탑 로스의 뒤켠에서 재미 보는 '어둠의 세력들'브랜든은 수배 중에 상이병동에서 치료중인 로드리게즈 일병을 문병합니다. 오른쪽 팔과 오른 다리를 절단하고 두 눈을 실명한 로드리게즈는 스탑 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긴 밤이 되면 공포영화 같아요. 사람들이 악몽을 꾸고선 소릴 질러요. 재입대는 절대 안 된다고 해요. 하지만 저라면 갈지도 몰라요.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이 영주권을 얻거든요."
▲이라크 반군의 매복 작전에 걸려 두 눈을 잃고 오른 팔과 오른 다리를 절단한 로드리게즈가 브랜든이 문병을 오자 “스탑 로스를 절대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이라크에 자원입대한 미군은 브랜든이나 로드리게즈처럼 대개 가난한 노동자나 남미 등에서 이민 온 이들의 자식들입니다. 이들이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죽거나 부상당하거나 스탑 로스로 재입대하는 동안 막대한 이익을 챙긴 '어둠의 세력'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 민간 용병업체, 무기회사, 이라크 인프라 건설업체, 선박과 군 시설업체들입니다.
이라크 내 병참보급과 전후복구 사업을 딕 체니가 대표이사를 지냈던 핼리버튼사와 공화당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한 벡텔사 등에 거의 안겨주다시피 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돈이 이라크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 것입니다.
최근에는 '블랙워터 월드와이드' 등 민간 용병회사가 이라크 전쟁을 통해 천문학적 수입을 올린 것이 밝혀졌습니다. 알 카에다 암살, 무인 폭격기 운용 등 민간 업체의 선을 넘어서 미군과 직접 군 작전에 참여하거나 각종 요인 경호를 하는 용병회사가 떼돈을 벌게 된 이유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대규모 지상전이 계속되는 반면 미군이 투입할 수 있는 전투 인력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펜타곤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세 번이든 네 번이든 횟수에 상관없이 강제로 스탑 로스를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 용병회사들은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12억 달러 규모의 경호 계약을 따내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변함없이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 용병회사들이 떼돈을 받고 전투력을 팔면서 전쟁을 상품화하고, 펜타곤은 스탑 로스로 젊은 청춘을 사지로 몰아넣는 동안 이라크에서는 차량자살폭탄으로 바그다드의 호텔들이 줄줄이 공격당하는 전쟁. 미국이 말하는 세계 안보 수호의 첨병 이라크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의 맨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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